제목 | [지리] 아브라함의 고향은 어디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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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09-02 | 조회수4,497 | 추천수1 | |
[성경과 문화] 아브라함의 고향은 어디인가
아브라함은 칼데아의 우르를 출발하여 시리아의 하란을 거쳐 가나안 땅의 스켐에 정착하였다.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을 신앙의 조상으로 여겨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라고 자주 고백하였다. 아브라함 전에 노아도 있고 첫 번째 인간 아담도 있는데, 왜 아브라함을 그들의 조상으로 여겼을까? 그것은 무엇보다 구약성경에서 아브라함이 이스라엘에 정착한 첫 인물로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고향으로 알려진 칼데아의 우르는 이스라엘 문화의 뿌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역사상 아브라함의 고향이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두 후보지는 이라크 남부의 고대 유적지 ‘우르(Ur)’와 터키 동부에 위치한 인구 백만의 도시 ‘샨르 우르파(S?nll Urfa)’이다.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진짜 고향은 어디일까?
이라크 남부의 우르
우선 아브라함의 고향인 칼데아 우르가 이라크 남부에 있다는 사실은, ‘칼데아(Chaldea)’라는 명칭이 그리스어로 기원전 6세기에 전성을 누렸던 바빌로니아를 지칭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즉 ‘칼데아 족의 우르’라는 도시가 바로 아브라함의 고향이기 때문에, 바빌로니아의 전통적 수도였던 이라크 남부의 바빌론 근처에서 우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브라함 시대는 바빌로니아 제국과 비교하면 적어도 1천 년 이상 앞서는 것으로 추정되어 많은 학자들이 칼데아 우르와 아브라함의 연관성을 일종의 연대 착오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창세기의 해당 구절이 바빌로니아 시대에 정리되고 편집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둘의 불일치성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아브라함의 고향이 메소포타미아에 위치해 있다는 창세 24,10의 언급이다. 아브라함은 이사악의 배필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종을 메소포타미아로 보냈다. 메소포타미아 문제는 칼데아보다 좀 더 복잡하다. 왜냐하면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스어로 ‘강들 사이의 땅’이라는 뜻인데, 기원전 3세기에 히브리어 오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할 때 ‘아람 나하라임’, 곧 ‘두 강의 아람’이라는 지명을 단순히 ‘메소포타미아’라는 지명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메소포타미아와 창세 24,10의 메소포타미아는 지리상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보통 메소포타미아는 19세기부터 고대 근동 학자들이 규정한 것을 말한다. 그것은 수메르, 아카드,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문명의 지리적 현장을 현대적 의미로 ‘두 강의 땅’, 곧 이라크의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사이의 땅’으로 보았다. 하지만 적어도 기원전 3세기의 메소포타미아는 ‘유프라테스와 발리크 사이의 땅’이었고, 그곳의 중심지가 바로 하란(Haran)이었다.
세 번째는 지난 1850년대부터 고고학자들에 의해 칼데아 우르로 알려진 이라크 남부의 ‘텔 엘 무카야르’, 곧 ‘아스팔트의 언덕’이다. 이곳에서 발견된 비문에 따르면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마지막 왕 나보니도스가 우르의 지구라트(신전 받침대 구조물과 신전들)를 재건했다고 한다. 즉 ‘텔 엘 무카야르’가 바로 유서 깊은 수메르의 도시 ‘우르’이고, 나아가 아브라함의 고향 칼데아 우르라는 것이다. 특히 1922년부터 이 지역에 대한 발굴이 본격화되면서 이집트에 비견할 만한 수준 높고 화려한 왕실 묘지의 부장품이 발견되었다. 이에 근거하여 아브라함을 귀족 출신으로 보아 장거리 해외 무역에 종사했던 상류층으로 해석하려는 견해가 나타났다.
* 김성 님은 협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자 같은 대학 성서고고학 박물관장으로, 성서고고학과 성서지리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09년 2월호, 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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