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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양털: 좋은 값어치를 갖고 있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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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13 조회수3,920 추천수1

[성경 속 상징] (106) 양털 : 좋은 값어치를 갖고 있는 상품

 

 

'양치기 소녀와 양떼'(밀레 작, 1864)

 

 

지난 1월 21일 성녀 아녜스 축일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어린 양 두 마리를 축복했다. 교황이 축복한 이 어린 양의 털은 교황이 해마다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전 세계 신임 대주교를 로마로 불러 그들에게 입혀주는 팔리움(pallium)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팔리움은 대주교가 목과 어깨에 둘러 착용하는 좁은 고리 모양 양털 띠로 주교 임무의 충실성과 교황 권위에 참여함을 상징한다.

 

양은 다른 동물에 비해 우리에게 친근성이 덜한 동물이다. 아무래도 농경민보다는 유목민과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양은 인간에게 젖과 고기, 털을 제공하는 등 버릴 것 없이 쓰임이 많은 동물이다. 특히 양털은 예로부터 옷, 이불, 신발 등의 재료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러한 양털은 성경에서도 좋은 값어치를 갖고 있는 무역상품으로 등장한다. "너에게는 제품도 많고 온갖 재물이 많아, 다마스쿠스도 헬본 포도주와 차하르의 양털을 가져와 너와 무역을 하고, 단과 야완 머우잘도 너와 상품을 교환하였는데, 그들이 네 물품 값으로 가져온 것은 망치로 두드린 쇠, 계피, 향초였다"(에제 27,18-19).

 

이스라엘 민족은 유목생활을 했기에 성경에는 양털을 깎는 일이 자주 등장한다. "라반이 마침 양털을 깎으러 간 틈을 타서, 라헬은 아버지 집안의 수호신들을 훔쳐 냈다"(창세 31,19). "마온이라는 곳에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카르멜에 목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양이 삼천 마리, 염소가 천 마리나 되는 큰 부자였다. 마침 그는 카르멜에서 양털을 깎고 있었다"(1사무 25,2).

 

하지만 양털을 아무 때나 깎는 것은 아니었다. 보통 1년에 한 번 양털을 깎게 되는데, 이스라엘 민족은 이때 양들을 함께 돌보았던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 며칠 동안 먹고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간교한 지혜가 많았던 압살롬은 양털을 깎는 때를 복수에 이용했다. 압살롬이 다윗의 왕자 모두를 초대해 남김없이 죽이려 했던 것도 양의 털을 깎은 후 축하연에 사람들을 초대한 자리에서였다(2사무 13,18-33).

 

우리가 일반적으로 목장에서 보는 양은 털이 더러운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러한 양들의 더러운 털을 헤치고 속을 보면 안에는 뽀얀 흰털이 있다. 그래서 양털의 흰색을 하느님의 자비에 비유하기도 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오너라, 우리 시비를 가려보자.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

 

다니엘의 환시에서 하느님을 연상시키는 연로하신 분을 언급할 때 양털에 비유했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옥좌들이 놓이고 연로하신 분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깨끗한 양털 같았다. 그분의 옥좌는 불꽃 같고 옥좌의 바퀴들은 타오르는 불 같았다"(다니 7,9).

 

흰 양털은 무구함의 상징이다(레위 14,49-53). 성전에서 하느님을 섬길 때 대제사장은 가는 베로 만든 옷을 걸쳐야 하며, 양털로 만든 의복을 입는 것은 엄히 금지됐다. "그러나 그들이 안뜰 대문으로 들어올 때에는, 아마포 옷을 입어야 한다. 안뜰 대문 안에서나 주님의 집 안에서 예식을 거행할 때, 양털 옷을 걸쳐서는 안 된다"(에제 44,17).

 

[평화신문, 2011년 2월 2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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