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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13: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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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31 조회수4,175 추천수1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13)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

 

 

지난 호까지 우리는 마르코 복음서의 큰 등장인물(major characters)인 예수님과 제자들을 중심으로, 복음서의 두 가지 대주제인 ‘예수님은 누구이신가?’와 ‘예수님을 어떻게 뒤따를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작은 등장인물(minor characters)을 중심으로 마르코 복음서를 다시 읽으려 한다. 그들과 함께 ‘예수님의 정체’와 ‘예수님을 뒤따르기’라는 두 주제를 살펴 보자.

 

 

작은 등장인물

 

복음서의 큰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예수님과 함께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인 제자들, 반대자들, 군중이다. 이에 비해 작은 등장인물은 줄거리 구성에서 주변에 나오는 인물이다. 큰 등장인물은 복음서의 여러 장면에 자주 나타나고 그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그러나 작은 등장인물은 마르코 복음서에서 한두 장면에만 나올 뿐이다.

 

대부분 그 이름이 불리지 않고 단지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1,21-28), 시몬의 장모(1,29-31), 어떤 나병 환자(1,40-45), 어떤 중풍 병자(2,1-12), 어떤 손이 오그라든 사람(3,1-6), 게라사의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5,1-20), 어떤 하혈하는 부인(5,25-34), 어떤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7,25-30), 벳사이다의 눈먼 이(8,22-26), 벙어리 영이 들린 어떤 아이의 아버지(9,14-29), 어떤 부자(10,17-22), 어떤 율법 학자(12,28-34), 어떤 가난한 과부(12,41-44), 베타니아의 어떤 여자(14,3-9), 어떤 백인대장(15,39)이라고 언급된다.

 

물론 예외가 있다. 회당장 야이로(5,21-24.35-43), 예리코의 바르티매오(10,46-52), 키레네 사람 시몬(15,21), 십자가 아래의 여인들(15,40-41),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15,42-47), 무덤에 간 여인들(16,1-8)은 자기 이름으로 불린다.

 

작은 등장인물은 제자들과 반대자들처럼 예수님을 만난 사람이다. 그런데 그들의 만남은 제자들과 반대자들이 예수님을 만난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작은 등장인물은 이야기의 줄거리에서 무슨 특징을 가지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예수님의 정체’와 ‘예수님을 뒤따르기’라는 복음서의 두 가지 대주제와 관련하여 그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특히 그들은 제자들과 어떻게 대조되어 나타나는가?

 

이러한 질문을 하면서 마르코 복음서가 첫 번째 작은 등장인물로 소개하는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1,21-28)를 함께 읽어 보자.

 

 

1,21-28 읽기

 

“그들은 카파르나움으로 갔다.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께서 율법 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 하며 서로 물어보았다. 그리하여 그분의 소문이 곧바로 갈릴래아 주변 모든 지방에 두루 퍼져 나갔다.”

 

① 단락 나누기

 

1,16-20은 예수님께서 첫 네 제자를 갈릴래아 호수에서 부르시는 단락이다. 그런데 21절에는 새로운 장소(카파르나움, 회당)와 시간적 배경(안식일)이 언급된다. 곧 새 단락의 시작을 나타내는 전형이다. 그리고 29절에서 예수님의 일행은 회당에서 나와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1,21-28은 카파르나움의 회당에서 안식일에 있었던 사건을 서술하는 문학적 단일성을 가지기 때문에 한 단락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② 본문 자세히 읽기

 

1,21-28의 문학 양식은 기적사화(奇蹟史話)이다. 그중에서도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구마(驅魔) 기적사화이다. 이 문학 양식의 일반적 구조는 (1) 구마자(驅魔者)와 부마자(付魔者)의 만남, (2) 부마자의 말, (3) 구마자의 말, (4) 구마 발생, (5) 목격자의 반응이다. 이 본문도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본문의 구조를 (1) 상황 묘사: 21절, (2) 문제 발생: 22-24절, (3) 문제 해결: 25-27절, (4) 결과: 28절로 나누어 읽으려 한다.

 

상황 묘사인 21절의 시작은 “그들은 카파르나움으로 갔다”이다. 동사 ‘가다(eijsporeuvontai)’는 3인칭 복수 형태이다. 주어의 정체는 앞 단락 1,16-20의 등장인물인 예수님, 시몬,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일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첫 네 제자와 공동체를 이루신 후 처음으로 등장하신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활동한 첫 장소는 카파르나움이다. 본문의 시간적 배경은 ‘안식일’이고 공간적 배경은 ‘회당’이다. 안식일은 종교적 시간이고, 회당은 종교적 공간으로 공적으로 공개된 장소이다.

 

[성서와함께, 2011년 7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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