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탈출기: 갈대 바다를 건너 광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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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08-26 | 조회수4,353 | 추천수1 | |
말씀과 함께 걷는다 : 탈출기 - 갈대 바다를 건너 광야로
고 마태오 신부님은 부제품 청원을 앞두고 주님께서 사제직으로 부르셨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한 말씀만 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성당의 제대로 향하다가 양팔을 벌린 채 같은 기도를 바치고 있는 친구를 발견합니다. 신부님은 순간 긴장이 풀려 갑자기 장난을 치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아들아 … 나 항상 너와 함께 있으리라.” 갑자기 들려오는 말씀에 친구는 혼비백산하여 달려갔고, 두 사람은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성소를 확신합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훗날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 둘은 주님께서 사제직으로 부르시는 말씀을 분명히 들었다.”
12,2 “너희는 이달을 첫째 달로 삼아,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 11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12 이날 밤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면서, 사람에서 짐승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맏배를 모조리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 신들을 모조리 벌하겠다. 나는 주님이다. 13 너희가 있는 집에 발린 피는 너희를 위한 표지가 될 것이다.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 그러면 어떤 재앙도 너희를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14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유목민들은 봄에 방목을 시작할 때 땅과 가축의 풍성한 생산력을 기원하며 짐승을 잡아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때 짐승의 피를 바르거나 뿌려 재앙을 막고자 했습니다(우리나라의 동지 팥죽 이야기처럼 말이죠). 이런 민간 풍습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들의 체험,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와 섞여 신앙으로 재해석됩니다. 즉 이집트의 맏아들은 죽었지만 상인방과 문설주에 피를 발랐던 이스라엘 백성의 집은 죽음이 거르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므로 ‘거르고 지나갔다’는 뜻의 ‘파스카’ 축제는 야훼께서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신 구원의 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은 이 해방된 달을 한 해의 첫 달로 삼습니다. 때를 가르는 모든 기준을 이집트 탈출 사건과 연관시키며 자유와 해방의 새 시대가 도래했음을 드러냅니다. 본래 파스카 예식은 가장의 주도 아래 가정에서 행해지던 공동 식사였습니다. 해방과 자유를 기리는 이스라엘의 종교 축제가 된 뒤에도 여전히 가정 축제로 이어져, 적어도 열 명 이상이 모여 양이나 염소 한 마리를 먹으며 일치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임을 나타냈습니다. 세대를 거치면서 각 공동체마다 성경 본문과 함께 기도, 이야기, 노래가 풍부히 결합된 축제 예식서(하가다)가 만들어지고, 음식 규정을 포함한 세데르 예식을 통해 파스카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신앙 교육의 터가 됩니다. 파스카 예식을 통해 그들은 과거의 구원이 현재와 미래로 이어진다고 고백합니다.
14,21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뻗었다. 주님께서는 밤새도록 거센 샛바람으로 바닷물을 밀어내시어, 바다를 마른 땅으로 만드셨다. 그리하여 바닷물이 갈라지자, 22 이스라엘 자손들이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걸어 들어갔다. 물은 그들 좌우에서 벽이 되어 주었다. 23 뒤이어 이집트인들이 쫓아왔다. 파라오의 모든 말과 병거와 기병들이 그들을 따라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24 새벽녘에 주님께서 불기둥과 구름 기둥에서 이집트 군대를 내려다보시고, 이집트 군대를 혼란에 빠뜨리셨다.
이스라엘 백성이 바다를 건넌 이야기를 자세히 읽어 보면 여러 전승이 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닷물을 휩쓸어 가는 폭풍 덕택에 이스라엘 백성이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되고, 갑자기 물이 되돌아와 이집트인들이 물에 뒤덮이는 부분(21절 일부; 24-25절; 27절 일부), 모세의 손이 물을 갈랐다가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장면(21절 일부; 22-23절; 26-27절 일부; 28-29절)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어떻게 제시되든 이스라엘 백성은 바다를 건넜고, 그들을 뒤쫓던 이집트 전차 부대는 모두 섬멸당해 그들이 구원되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기본 골격입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정말 모세가 팔을 바다 위로 뻗을 때 바다가 벽이 되어 갈라졌을까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간혹 일어나는 자연 현상처럼 우연히 맞아 떨어진 걸 과장한 건 아닐까요?’
이스라엘 백성이 바다에서 겪은 구원 사건이 실제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재앙 이야기같이 유사한 자연 현상의 과장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들 역사의 기초가 되고, 그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죽을 위기에서 그들을 살려 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에 대한 기억은 그들 삶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하느님을 모시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함께 이집트를 탈출했던(사건을 겪었던) 그들에게 비로소 신앙이 자리 잡아 신앙 공동체가 이뤄집니다. 그들은 바다 횡단 이야기를 이어받아 확장해 나감으로써 이 사건을 기적 그 자체로 노래합니다(시편 77,17-20 참조).
자연 현상이든 역사적 사건이든, 아니면 둘 다 해당하든 그것이 개인이나 집단 생활에서 사라지지 않고(기억하며) 계속 경이를 불러일으킬 때, 개인이나 공동체의 종교사에서 위대한 전환점을 이루는 ‘기적’이 됩니다. 즉 그 사건을 깊이 묵상하여 자신들의 역사에서 일어난 일로 믿고, 그로 인해 자신들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때 참된 기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기적입니다. 그 사건을 기억하며 생활 속에서 신앙의 결단을 내리는 참된 태도로 이어질 때, 진정 기적이 구원의 힘을 발휘합니다. 이 거룩한 사건은 모세와 아론의 누이인 미르얌이 소고(손북)를 들고 여인들이 음악과 춤으로 뒤따르면서 주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15장 1-18절의 ‘모세의 노래’는 필리스티아가 언급되는 점으로 보아 모세 시대부터 유래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왕정 시대 초기 이스라엘의 역사적 경험이 배어 있습니다. 이 노래에는 파라오 등 적에 대한 강한 증오심이나 그들의 패배를 기뻐하는 표현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 백성을 돌보시는 하느님, 자연과 역사를 움직이시는 야훼의 절대 권능만 기릴 뿐입니다. 또 어느 인간의 업적도 찬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변국에서 발견되는 승리의 노래와 매우 다릅니다.
[성서와함께, 2009년 11월호, 배미향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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