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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성경과 신들13: 살리는 바람 그리고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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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27 조회수2,457 추천수1
[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13) 살리는 바람 그리고 한숨

생명을 살리는 하느님의 종 '바람'


하느님은 바람을 자유자재로 부리신다. 구약성경에는 하느님의 바람, 하느님의 영인 '루아흐'를 시켜 예언자를 들어 올리시고 여기저기 데려가 환영을 보여주는 구절이 있다. 마치 바람이 엘리베이터나 헬리콥터처럼 사람을 태우고 높이 올라가 여기저기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표상은 에제키엘서에 네 차례나 나온다.

"주님의 영(루아흐)이 나를 들어 올리시어, 주님의 집 동쪽 대문으로 데려가셨다"(에제 11,1). "그때에 하느님의 영(루아흐)이 보여주시는 환시 속에서, 그 영이 나를 들어 올리셔서 칼데아에 있는 유배자들에게 데려가셨다"(에제 11,24).

신약성경에도 주님의 성령이 사람을 잡아채 데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합리주의와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성령이 사람을 잡아채서 하늘로 데려갔다'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대 근동의 언어와 신화에 익숙했던 사도행전의 저자와 독자에겐 전혀 어렵지 않은 말씀이다. "그들이 물에서 올라오자 주님의 성령(프네우마)께서 필리포스를 잡아채듯 데려가셨다"(사도 8,39).


바람, 살리는 숨결

이어서 주목해야 할 바람의 역할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생명을 주신 하느님의 종인 바람이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바람 신의 이런 역할은 고대 근동 신화와 구약성경의 공통점이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바람'과 '성령'을 분리해 바람 그 자체에 신화적 요소가 더는 들어갈 여지를 없애고자 노력했다. 셈어인 히브리어에 남아 있는 고대 근동 '바람 신'의 흔적을 되도록 지운 것이다. 바람은 성령의 전조일 뿐, 성령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도행전의 이런 태도는 '바람'을 탈신화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신약성경의 탈신화'는 구약성경에서 이미 시작됐다. 이런 면에서 신약은 구약의 전승을 충실히 잇는다고 볼 수 있다. 탈신화의 궁극적 목적은 성부 하느님에게서 불어오는 성령의 개념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요한복음은 성령이 몸을 살릴 뿐 아니라 우리 죄를 씻어주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성령이 죄를 씻어주시어 우리를 깨끗하게 만들어 주신다는 모티프의 근원은, 루아흐가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는 구약성경의 전승이다. 이후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고대 이스라엘이 속한 고대 근동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바람 신의 특징은 구약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히브리어 성경은 야훼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중심으로 루아흐를 탈신화했다. 한편 그리스어로는 루아흐를 숨, 영, 바람 등으로 다양하게 옮길 수 있다. 그리스어의 이런 언어적 특성을 사용해 「칠십인역」(구약성경의 그리스어 번역본 중 가장 오래된 번역본)은 루아흐를 다양하게 옮겨 탈신화를 심화했고, 신약성경은 바람과 성령을 구분해 이런 탈신화를 가속했다. 이런 전체적 전승을 기반으로 후대에 성령론이 발전할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헛것

다신교 세계였던 고대 근동은 큰 신과 작은 신이 여럿 섞여 있다. 수천, 수만의 신이 있다. 그런데 하느님이 아닌 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하느님은 유일신이시므로 그 반대말은 다신(多神)이라 불러야 할까? 혹시 이런 '다신'들 전체를 뭉뚱그려 부르는 이름이 있을까? 혹자는 '우상'이라고 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구약성경에는 하느님이 아닌 모든 신을 일컫는 독특한 낱말이 있다. 바로 '헛것'이다. 다윗은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다른 민족이 믿는 가짜 신들을 모두 '헛것'이라 불렀다. 민족들의 신들은 모두 헛것이어도 주님께서는 하늘을 만드셨네'(1역대 16,26).

우리말 '헛것'은 '빈 것'으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헛것'은 거짓된 신을 적절히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헛것'으로 옮긴 말이 구약성경 원문에서는 무슨 말일까. 히브리어 성경에서 히브리어 '헤벨'은 '한숨'이란 뜻이다. 특이하게도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스라엘 이웃 나라들의 문헌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단어로서 히브리인들의 독특한 종교심을 표현하는 낱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신앙인들을 성찰하게끔 한다. 이 낱말은 인간의 숨결을 가리킬 수도 있지만, 대개 헛된 신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하느님 백성이 믿으면 안 되는 '헛것' 또는 '한숨'은 신이 아니다. 하느님 백성이 믿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하느님 백성은 하느님만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13년 4월 28일, 정리=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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