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식물] 성경풀이: 탕자의 비유와 쥐엄 열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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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05-14 | 조회수3,764 | 추천수1 | |
[성경풀이 FREE] 탕자의 비유와 쥐엄 열매 한 여름에 예루살렘 시내를 거닐다 보면 여기 저기 흩어진 갈색 쥐엄 열매들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 민들레가 지천에 피는 것처럼 이스라엘은 쥐엄나무가 그만큼 평범하고 일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순한 나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성경에 언급되었다는 특별한 ‘위상’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특히 유명한 ‘탕자의 비유’에 쥐엄 열매가 나오는데, 아버지 재산을 탕진한 철없는 작은 아들이 돼지치기가 되었을 때 돼지 사료가 쥐엄 열매였다. 그리고 쥐엄나무는 영어로 carob(캐롭) 또는 locust tree(메뚜기 나무)라 부르는데, 일부 학자들은 요한 세례자가 광야에서 먹었던 ‘메뚜기’가 곤충 메뚜기뿐 아니라 쥐엄 열매를 포함한다고 추정한다. 그래서 쥐엄나무는 ‘요한 세례자의 빵’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런 인연 덕분에 길을 가다가 쥐엄나무가 보이면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되는데, 콩깍지 같은 쥐엄 열매가 땅에 우수수 떨어지면 왜 이 열매를 ‘돼지 밥’으로 사용했을까 이해가 된다. 너무 흔해서 그다지 귀하신 몸은 아니었을 듯. 게다가 갈색으로 익은 열매를 한 입 베어 물면 처음에는 엿이나 초콜릿처럼 달콤하지만 끝맛이 떫고 입 안이 텁텁하여 깔끔하지 못하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의 먹을거리가 되거나 짐승 사료로 썼고, 사람들이 굳이 찾는 음식은 아니었던 듯. 그러나 그때는 상황이 좀 더 어려웠던 모양인지 돼지치기가 된 작은 아들이 너무 배가 고파서 쥐엄 열매 사료라도 먹고자 했으나 그조차 여의치 못했다고 한다. (“그 주민은 그를 자기 소유의 들로 보내어 돼지를 치게 하였다. 그는 돼지들이 먹는 열매 꼬투리로라도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아무도 주지 않았다.” 루카 15,16) 이렇게 쥐엄 열매가 귀하신 몸은 아니었지만 비타민, 당분, 섬유질을 갖추어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었고, 한 그루에서 많은 양의 열매를 추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대 유다 문헌을 보면, 성전이 무너지던 서기 70년에 이스라엘에서 심각한 기아가 발생하여 쥐엄 열매 외에는 먹을 것이 없었고, 유다 인들이 배고픔 때문에 회개하여 주님께 돌아왔다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쥐엄 열매는 빈곤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들어서면서 쥐엄나무의 위상이 역전된 것은, 아마도 쥐엄나무 씨를 뜻하는 carob(캐롭)이라는 단어가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재는 단위 carat(캐럿)의 기원이 되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가난함의 상징인 돼지 밥에서 다이아몬드로의 급부상이 눈부시다고나 할까? 과연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된다는 성경 말씀을 실제로 체험시켜 주는 듯하다(마태 19,30). [2013년 4월 14일 부활 제3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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