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사무엘기 상권 - 왕정의 시작(사무엘 원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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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10-21 | 조회수4,028 | 추천수1 | |
역사서 해설과 묵상 (68) “어르신께서는 이미 나이가 많으시고 아드님들은 당신의 길을 따라 걷지 않으니, 이제 다른 모든 민족들처럼 우리를 통치할 임금을 우리에게 세워주십시오.”(1사무 8,5)
사무엘기 상권을 읽어보면 왕정의 시작에 관련해 상반된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사무엘기 상권 7장 3절-8장 22절과 10장 17-27절, 그리고 12장은 ‘사무엘 원전’으로서 왕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이는 이스라엘 부족동맹의 보수적인 견해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왕정에 실망하고 환멸을 겪고 난 뒤 사울 왕정을 되돌아본 ‘사건 후의 예언’이다.
반면에 사무엘기 상권 9장 1절-10장 16절은 ‘사울 원전’으로서 왕정을 호의적으로 말한다. ‘백성이 임금을 옹립하는 것을 하느님이 싫어하셨다’는 암시가 없으며, 사무엘도 솔선해 사울을 선택했다고 한다. 사울 원전은 사울을 부족과 국가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벤야민 지파에서 나온 전승이며, 사무엘 원전보다는 상당히 진보적인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사무엘기 상권 8장은 사무엘 원전에 속하는 대목이다. 백성이 임금을 세워달라고 요구하자 사무엘은 마음이 언짢았다. 그리고 앞으로 임금이 백성을 어떻게 다스릴지 알려주었다. 임금이 백성을 부리고 착취할 터인데, 그때 가서 하느님께 울부짖어 보아야 소용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백성이 고집을 꺾지 않자 사무엘이 백성의 말대로 임금을 세워주었다는 내용이다.
사무엘기 상권 8장 1-3절에 따르면, 사무엘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사무엘이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두 아들이 이스라엘을 다스렸다고 한다. 사무엘의 두 아들은 아버지와는 달리 제 잇속만 차려 뇌물을 받고는 법대로 다스리지 않았다. 이 점에서는 사무엘이 그의 스승인 엘리와 공통점을 보인다. 엘리는 훌륭한 인물이었지만 아들들을 단속하지 못해 결국 망했다. 사무엘 역시 훌륭한 인물이었지만 아들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스승과 공통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이 크면 마음대로 못하는 법인가 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원로들이 사무엘에게 와서 ‘임금을 세워달라’고 건의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사무엘이 자식교육에는 실패했지만 이스라엘 역사상 그만한 지도자가 없었다. 사무엘기 상권 12장을 읽어보면 사무엘이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요 영도자인지 알 수 있다. 사무엘기 상권 12장은 이스라엘 최후의 판관으로서 행하는 고별사다. 백성은 사무엘에게서 아무런 부정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사무엘은 청렴결백한 지도자였다. 또한 백성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백성을 사랑한 지도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무엘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 지도자였다.
사무엘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지도자의 십계’라는 다음 글이 생각난다.
1. 인간은 불합리하고 무분별하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인간을 사랑하고 신뢰하라. 2. 당신이 선을 행하면 사람들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그런다고 당신을 비난할 것이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3. 당신이 성공하면 가짜친구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도 성공하라. 4. 오늘 베푼 당신의 선행은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5. 정직함과 솔직함 때문에 당신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게 행동하라. 6. 크게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도 작게 생각하는 시시한 사람에게 무너질 수 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라. 7. 사람들은 열세에 놓인 자를 동정하나 우세한 자를 따른다. 그래도 약자를 위해 싸워라. 8. 당신이 수년 동안 공들여 지은 건물도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건물을 지어라. 9. 사람들은 도움을 바라면서도 막상 도와주면 당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도와주어라. 10.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더라도 면전에서 거부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을 주어라.
묵상주제
나는 사무엘이 지도자로서 위의 열 가지를 실천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사무엘은 판관시대와 왕정시대를 이어주는 큰 인물로 존경받는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사무엘을 본받는다면 우리나라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10월 20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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