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경풀이: 공정과 정의를 실천함이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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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12-17 | 조회수3,922 | 추천수2 | |
[성경풀이 FREE] ‘공정과 정의’를 실천함이란
우리는 ‘공정과 정의’를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공정과 정의’(미쉬팟 우쯔다카)를 실천하라는 율법이 매우 실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고대 근동에서 ‘공정과 정의’(아카드 어 : 키툼 우 미샤룸)는 억압 받는 자들을 구하고, 빈민을 도와주며, 억울하게 갇힌 이들을 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왕도 신들이 자기를 선택한 것은 나라에 ‘공정’을 세우기 위함이었다고 기록합니다. 예레미야도 22,2-3에서 남 유다 왕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요구합니다 : “다윗 왕좌에 앉은 유다 임금아, 이 성문으로 들어오는 네 신하들과 백성과 더불어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착취당한 자를 압제자의 손에서 구해 주어라…….”
이렇게 고대 근동에서 ‘공정과 정의’는 임금에게 요구되는 덕목이었습니다(1열왕 10,9 :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영원히 사랑하셔서, 임금님을 왕으로 세워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게 하셨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처럼 임금이 약자를 구제하고 공정과 정의를 세움으로써, 사회 균형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나중에는 이것이 이스라엘 모두에게 적용되는 율법으로 발전합니다(에제 18,21). 사실 빈민을 구제하고 공정을 베푸는 행위는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이나 지배층들에게 더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누구라도 재력이나 권력을 거머쥐게 되면, 사회의 공정을 위해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독려를 담은 것이지요. 그래서 이스라엘에 속한 자는 ‘공정과 정의’를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봅니다. 똑똑한 이들은 넘쳐 나는데, 이름 날리는 수재들이 지도자가 되어도 부정부패, 불공정이 끊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학문을 닦은 이가 부족하다는, 그리고 그 학문을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려 하는 우리들의 서글픈 자아를 그대로 반영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점점 뒤틀려가는 인간성과 정치적인 흑백 논리로 서로를 갈라놓는 작금의 세태 속에,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 다수를 희생시키는 이들은 정말로 불행합니다. 주님 손이 짧아서 구해내지 못하시는 것도 아니고, 주님 귀가 어두워서 듣지 못하시는 것도 아닙니다(이사 59,1-2 참조).
결국에는 우리 죄악이 우리와 하느님 사이를 갈라놓고, 우리 죄가 주님의 얼굴을 가리어 그분께서 듣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지식인이 되는 것은 쉽지만,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참된 지식인이 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2013년 12월 15일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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