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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이스라엘 이야기: 편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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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05 조회수4,122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편도 꽃


이스라엘을 화사하게 밝히는 봄의 전령



꽃이 만개한 편도나무. 복숭아 꽃을 닮은 편도 꽃은 이스라엘의 입춘을 알리는 표시이기도 하다.


1~2월, 이른 봄 이스라엘은 온통 편도 꽃으로 가득하다. 이스라엘은 겨울에도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기에 사시사철 꽃이 피는 나라지만, 갑자기 온 대지를 화사하게 밝혀주는 편도 꽃은 그야말로 눈의 향연이다. 비록 예수님이 편도 꽃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하신 적은 없지만, 매년 봄이 되면 주님도 편도 꽃이 전해주는 구약의 이야기들을 떠올리셨을 것 같다.

성경에서 편도 꽃은, 야곱이 이집트 총리 요셉에게 보낸 선물, 아론의 지팡이, 성소를 비추는 일곱 등잔대, 예레미야가 선포한 예언, 그리고 허무한 인생사를 읊은 코헬렛에 등장한다.

‘편도’는 이스라엘 특산품 가운데 하나로서, 꽃은 복숭아 꽃을 닮았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이스라엘에도 복숭아 꽃이 피냐며 감탄한다. 이것은, 이국 땅에서 낯익은 것을 대할 때 터져 나오는 그런 반가움이다.

편도가 복숭아와 비슷한 종이므로, 공동번역에는 감복숭아로 나온다. 그러나 편도는 쉽게 말하면 ‘아몬드’다. 아몬드가 캘리포니아에만 나는 줄 알았다가 이스라엘에도 열리고 성경에도 언급된다는 말에 다들 놀라지만, 아몬드는 지중해 지역에 잘 자란다. 편도는 히브리어로 ‘셰케드’라 하며, 지켜보다, 근면이라는 뜻을 가진다. 봄이 오기 전에, 미리 입춘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앙상한 나무들에 비해 편도나무에는 이미 꽃이 만개하여, 흡사 꽃망울이 봄 종을 댕그랑댕그랑 울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예부터 편도 꽃으로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꽃은 흰색과 분홍으로 두 종류인데, 분홍 꽃 열매는 좀 더 달콤하고 흰 꽃 열매는 쓴맛이 난다. 편도는 열매로 먹을 뿐 아니라 기름도 짜므로, 근면이라는 이름 뜻에 걸맞게 부지런한 나무다. 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특징이 있어, 성경에서 편도나무는 임박한 재앙에 대한 신호처럼 나타난다(예레 1,11-12: “예레미야야, 무엇이 보이느냐?” 내가 대답하였다. “편도나무 가지가 보입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잘 보았다. 사실 나는 내 말이 이루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 예레미야의 신탁은 기원전 587/6년 유다 왕국을 멸망시킨 바빌론의 침공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편, 하얀 편도 꽃은 코앞에 닥친 죽음이나 노년의 흰 머리에 대한 상징으로도 사용되어, 코헬렛은 바람 같은 인생을 사는 인간은 항상 하느님을 기억해야 한다고 가르친다(코헬 12,5: “편도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참양각초는 싹을 터뜨리는데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거리에는 조객들이 돌아다닌다”).

편도는 꽃이 매우 일찍 피지만, 열매는 늦여름에나 완숙한다. 그래서 고대 가나안 문헌은 “편도나무처럼 되지 마라. 꽃은 일찍 피어도 열매는 다른 나무들보다 늦게 익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 가까이에서 본 편도 꽃.

 

 

그러나 아몬드는 덜 익은 상태로도 먹을 수 있다. 꽃이 핀 몇 주 후 초록색으로 열린 열매는 껍질째 먹고, 몇 개월 지난 뒤 열매가 갈색으로 딱딱하게 익으면 그것도 먹는다.

이스라엘인들은 덜 익어 촉촉한 초록색 열매를 소금에 찍어서 간식으로 즐기므로, 재래시장에 가면 시골 아낙들이 아몬드를 수북이 쌓아 놓고 앉아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몬드 껍질이 까슬까슬 씹히는 생소한 느낌 때문에 우리 입맛에는 안 맞을지 모르나, 껍질 안에 미성숙한 아몬드의 하얀 열매는 고소한 맛이 난다.

편도는 야생에서도 잘 자라므로, 기근에도 양이 비교적 풍부했던 모양이다. 가나안에 가뭄이 들어 야곱의 아들들이 이집트로 곡식을 사러 가야 했을 때, 야곱은 이집트 총리 요셉에게 보낼 선물로 가나안 토산물인 유향과 꿀 그리고 아몬드, 곧 편도 등을 넣었다(창세 3,11). 이집트 탈출 후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유랑하는 동안에는 주님이 성막을 짓도록 명하셨는데, 그중에 성소를 비추는 일곱 등잔대가 편도 꽃 모양이었다(탈출 25,33-34).

광야 유랑 시절에는 레위의 증손인 코라가 모세와 아론을 시기하여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민수 16장). 그래서 이스라엘을 이끌 수위(首位)권의 소유주를 확인하기 위해 각 지파 수장들이 지팡이를 성막 안에 두자, 아론의 지팡이에서 편도 꽃이 피었다고 한다(민수 17,23). 꽃이 피고 열매까지 맺힌 이 지팡이는 십계명과 함께 계약 궤 안에 들어가게 된다(히브 9,4).

* 김
명숙씨는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2월 1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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