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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 문화와 영성6: 주님 탄생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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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6-09 조회수5,021 추천수1
파일첨부 카라바조_주님탄생예고.jpg [547]  

성경, 문화와 영성 (6) 주님 탄생 예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천사 가브리엘이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동정녀 마리아에게 가서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하고 말했던 곳은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였다. 루카 1,26-38의 본문이 전해주는 주님 탄생 예고의 순간을 화가 카라바조는 깊은 영성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표현한다.


■ 루카 1,26-38의 예수님 탄생 예고

○ 나자렛은 갈릴래아의 작은 산골 마을이다. 사방이 산들로 둘러싸이고 지대가 높은 분지이다. 나자렛과 갈릴래아는 변두리 땅이었다. 나라의 중심이었던 예루살렘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갈릴래아는 소외의 땅이요, 가난한 이들이 척박하고 고단한 삶을 살던 땅이요,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의 땅이었다. 그 땅의 한 쪽을 차지하고 있던 나자렛은 고립되고 한적한 침묵의 마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잊힌 곳, 망각의 땅이었다. 그 장구한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곳, 그 방대한 구약 성경에서도 나자렛은 언급되고 있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심지어 하느님의 구원으로부터, 제외되고 잊힌 듯 보였던 곳, 그 곳이 바로 나자렛이었다. 그 땅에서, 그 변두리 땅에서, 그 소외와 사투리의 땅에서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라고 사람들이 생각했던 그 땅에서 하느님은 실로 놀라운 일을 시작하셨다. 그 어둠의 땅에 한 줄기 찬란한 빛이 비추기 시작했으며 그 침묵의 땅에 말씀이 들려지고 마침내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잊혀졌던 그 땅이 망각의 껍질을 깨고 기억의 새싹을 움틔우기 시작했다.

○ 루카 1,26-38에 따르면 나자렛에 살고 있던 동정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예고된다.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 우리는 하느님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 곳이 어떤 곳이었는가에 주목해야한다. “말씀”을 받아들여 몸에 품고, 그 말씀을 세상에 내어주신 마리아가 어떤 곳에서 어떤 삶을 사셨는지, 나자렛 예수라고 불리는 우리 주님께서 어떤 곳에서 어떤 삶을 사셨는지를 깊이 묵상해보아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그 곳에서 일어난 일이 왜 실로 놀랍고 새로운 일인지를 알아듣게 될 것이다.


■ 카라바조의 〈주님 탄생 예고〉

카라바조의 〈주님 탄생 예고(Annunciation)〉는 1609년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285×205cm이며 프랑스 낭시(Nancy)에 있는 미술 박물관(Mus e des Beaux-Arts)에 있다.

○ 이 그림의 빠른 붓놀림, 한정된 색채, 인간적이고 영성적인 깊이는 카라바조의 후기 스타일을 잘 드러낸다. 그림에는 빛과 어둠이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는데, 그림의 왼쪽 상부에서 빛이 비춰진다. 카라바조는 “주님 탄생 예고”라는 전통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장면 안에 통합하여 표현하는 창의성을 보인다.

○ 그림 안의 두 인물인 마리아와 천사의 모습은 사실적이다. 동정녀 마리아는 옆모습으로 보이는데, 그녀의 자세는 다소곳하게 기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니다. 성모님은 무릎을 꿇고 있는데, 젊은 천사의 메시지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 마리아는 가슴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천사를 통하여 전해진 하느님의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여기에서 그녀의 즉각적인 응답이 잘 드러난다. 이와 같이 카라바조는 마리아의 모습 안에서 주님 탄생 예고, 두려움, 응답을 통합적으로 표현한다. 마리아의 하늘색 망토는 주님 탄생 예고의 장면에서 전형적이다. 그림 아래 부분에는 바닥에 바구니와 천이 보인다.

○ 가브리엘 천사는 옆모습이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으로 보인다. 마리아를 만나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는 구름 위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있다. 천사는 오른손을 내밀어 축복하고 있고, 그의 왼손은 정결의 상징인 백합을 들고 있다.

○ 이 두 인물 사이에는 비어 있고, 넓고, 어두운 공간이 있다. 이것으로 어둠을 표현하는데, 루카 복음서에서 언급한 대로,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루카 1,35)를 표현한다. 주님 탄생 예고의 사건이 벌어지는 생활공간은 적은 붓놀림으로 표현된다. 전형적인 형식의 커튼, 정리가 되지 않는 침상, 낡은 의자가 그려진다. 침상의 모습에서 우리는 마리아가 천사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 막 잠에서 깨어났음을 알 수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묵상

○ “구원은 거대한 제국의 변두리 작은 마을에 사는 보잘것없는 처녀가 말한 ‘예’를 통하여 우리에게 왔습니다. 구세주께서는 가난한 집의 아기들처럼 가축들 가운데에서 태어나 구유 안에 누워 계셨습니다.”(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197항)

○ “마리아께서는 성령의 이끄심에 당신을 내어 맡겨 섬김과 풍요의 운명을 향한 신앙 여정을 걸어 가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마리아를 바라보며, 우리가 모든 이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도록 도와주시고, 새로운 제자들도 복음 선포자가 될 수 있게 해 주시도록 간청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287항)

○ “동정 마리아님,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겸손한 그 깊은 믿음으로 생명의 말씀을 받아들이시어 영원하신 분께 자신을 온전히 바치셨으니 저희도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라는 시급하고 절실한 부르심에 기꺼이 ‘예.’라고 응답하도록 도와주소서.”(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288항)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5년 6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c/caravagg/11/66annun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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