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히브리어 산책: 다윗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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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11-21 | 조회수8,622 | 추천수1 | |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다윗 실패와 패배를 인정하고 깊이 회개한 인물
다윗은 이스라엘 최고의 임금이다. 그런데 성서학계에는 ‘다윗’이 본명이 아니라 별명이라는 가설이 꾸준히 존재했다. 그렇다면 이 별명은 무슨 뜻일까?
- 다윗. 다윗을 히브리어로 이렇게 쓴다. 달레트(d) 안에 하늘색으로 찍은 점은(약한 다게쉬) 일부 자음(bgdkpt)으로 음절이 시작할 때만 사용된다. 이런 경우에 d를 겹쳐 쓰지 않는다.
사랑받는 삼촌?
히브리어 도드의 첫째 뜻은 사랑받는 자이다. ‘도드’와 ‘다윗’은 자음이 똑같고, 모음만 조금 다르다. 구약성경에서 가장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노래인 아가서를 채우는 ‘연인’이란 단어가 바로 도드다. 다윗은 마음을 얻는 재주가 특출했다. 그는 비파를 타서 사울 임금의 사랑을 받았고(1사무 16,21), 백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임금의 시기를 살 정도였다.(1사무 18,6-9) 그는 일찍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선택되었고(1사무 16,1-13)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기에 이런 별명이 퍽 잘 어울렸을 것이다.
도드의 두 번째 뜻은 아버지의 형제다. 삼촌이나 큰아버지라는 별명은 아마 다윗의 군사·정치적 활동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는 일찍이 훌륭한 군인으로 이름을 날렸으니 말이다. 이 두 가지 의미를 종합한다면, 다윗은 ‘사랑받는 삼촌’이란 별명을 얻은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친근하고 사랑스러우면서 동시에 용맹하고 듬직하며 하느님께 충실한 지도자의 별명이다.
그렇다면 그의 본명은 무엇일까? 일부 학자는 2사무 21,19에서 골리앗을 죽인 베들레헴 출신의 엘하난이 다윗의 탄생명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는 찬반논쟁이 무성하다.
- 도드. 연인 또는 아버지의 형제를 뜻한다. ‘도드’와 ‘다윗’은 자음이 똑같고 모음만 조금 다르다. 약한 다게쉬가 쓰였다.(하늘색 점)
부정적 다윗상의 확산
다윗은 구약성경은 물론이요 고대와 중세 신학에서도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신앙심, 지략, 용맹, 언변, 춤, 시, 음악 등 다방면에 뛰어난 위인이었다.
그러나 현대 주석서는 다윗의 인간적이고 부정적인 면도 가감 없이 기술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다윗의 부정적인 면은 그의 사생활이다. 아비가일을 아내로 맞는 이야기(1사무 25,2-44)에서 다윗의 역할을 보라. 보는 시각에 따라 상당히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호에 본 ‘우리야 사건’(1열왕 15,5)에서 다윗의 잘못은 명백하다. 이웃 민족과 자주 전쟁을 벌인 일을 군사주의자나 식민주의로 해석하기도 한다. 말년에 아들 압살롬의 반란을 제압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백성의 평안을 외면하고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는 노회한 권력자의 모습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런 부정적 해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사실 다윗에 대한 존경심이 많이 퇴색한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거 필자도 이런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베트 다윗. ‘다윗의 집’이란 뜻으로, 다윗 왕조를 의미할 수도 있다. 집을 뜻하는 말은 이 연재의 8회에서 이미 다루었다. 두 낱말 모두 약한 다게쉬가 쓰였다.(하늘색 점)
새롭게 발견하는 다윗
그런데 세계적 성서학자인 마르티니 추기경의 성찰은 필자의 눈을 새롭게 뜨게 해 주었다. 몇 해 전 나온 책에서(「예루살렘 밤의 대화」, 분도출판사) 그는 현대 젊은이의 표상으로 놀랍게도 다윗을 들었다.
추기경은 다윗이야말로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돌멩이 하나로 장수를 무너뜨릴 용기와 실천력도 대단하며, 동시에 악기를 잘 다루며 춤도 잘 추고 말도 잘하는, 한마디로 청춘스타의 소질이 다분한 매력적 인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다윗의 실수에 대한 추기경의 해석이다. “다윗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패와 패배에서 배웠습니다. 내가 다윗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가 성공만이 아니라 불화와 비방과 인생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위대한 용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상처를 겁내지 않고 싸웠으며,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위해 삶을 바쳤습니다.”(96쪽)
마르티니 추기경의 통찰은 울림이 깊다. 성경은 다윗처럼 역동적이고 실천하는 인간을 즐겨 기술한다. 침묵에 침묵을 거듭하는, 존재감 제로인 수동적 인간은 구약성경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한 발 먼저 내딛는 사람, 실수하더라도 깊이 회개하는 사람을 통해 하느님 앞에 정직하게 나서는 참된 용기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용기와 실천과 회개를 통해 승리하는 평신도 다윗을 묵상한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1월 20일,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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