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신약 여행46: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사도 3,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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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7-05-01 | 조회수5,269 | 추천수0 | |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46)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사도 3,15)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세상에 전한 제자들
- 마솔리노 작 ‘불구자를 고친 성 베드로와 타비타의 소생’중 일부, 1424-25년쯤, 프레스코, 브란카치 경당,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 피렌체, 이탈리아.
복음서의 인물 중에서 베드로는 사도들의 으뜸이면서 인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사도입니다. 예수님께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마르 8,29)라고 처음 고백하지만 뒤이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예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도행전이 전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예는 사도행전 초반에 담겨있는 베드로의 설교입니다.
사도행전이 전하는 베드로의 설교는 예수님의 사건을 요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의 중심이 되는 이런 내용을 ‘케리그마(kerygma)’라고 부릅니다.
“이스라엘인 여러분, 이 말을 들으십시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자렛 사람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여러 기적과 이적과 표징으로 여러분에게 확인해 주신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통하여 여러분 가운데에서 그것을 일으키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미리 정하신 계획과 예지에 따라 여러분에게 넘겨지신 그분을, 여러분은 무법자들의 손을 빌려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 다시 살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죽음에 사로잡혀 계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사도 2,22-24)
오순절의 성령 강림 이후에 전하는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는 사도들이 이해한 예수님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십자가 죽음과 부활’입니다. 이 모든 일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안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제 약속된 성령을 통해 지속됩니다.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는 성령 강림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훌륭한 연설입니다. 또한, 구약성경의 여러 구절을 인용하는 것에서 당시의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라는, 준비된 하느님의 계획 안에 구약성경이 있었음을 강조합니다.
사도들은 단지 예수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예수님의 활동을 이어갑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예는 병자의 치유입니다. 베드로는 태어나면서부터 걸을 수 없었던 사람을 성전에서 치유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사도 3,6)
유다인들이 하느님의 거처라고 생각했던 성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병자를 치유하는 베드로의 모습은 사도들을 통해 이 땅에서 예수님의 활동이 여전히 지속됨을 보여줍니다. 이 치유와 함께 있었던 솔로몬 주랑에서의 설교는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예수님을 다시 일으키셨고,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사도 3,15)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이 설교 안에서 죄의 용서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사도 3,19).
사도들의 활동은 이처럼 예수님의 업적을 이어가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사실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자들이었지만 부활과 성령 강림은 그들은 완전히 바꾸어놓는 계기가 됩니다. 사도들은 이 모든 일이 하느님의 계획에 따른 것이고 이미 구약성경에서 예언되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선포합니다. 이 선포 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물론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이제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증인입니다.
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교회’입니다. 성령 강림은 교회의 시작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뽑으실 때부터 이미 교회는 준비되었지만,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성령 강림 이후입니다. 사도행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인 사도들의 활동을 통해 교회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내용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에서도 표현됩니다.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나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4월 30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성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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