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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23: 평지 설교 (1) (루카 6,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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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7-24 조회수4,481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23) 평지 설교 I (루카 6,17-26)


예수님 설교를 듣는다면… 행복할 것인가 불행할 것인가

 

 

갈릴래아 호수 북쪽 언덕에 있는 참행복 선언 성당 전경.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제공.

 

 

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신 후 열두 사도를 선택하신 예수님께서는 평지로 내려와 제자들을 비롯해 운집한 군중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가르침이 평지에서 이루어졌다고 해서 ‘평지 설교’(6,17-49)라고 부릅니다.(마태오복음에서는 ‘산상 설교’라고 합니다) 이 평지 설교를 2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예수님과 군중(6,17-19)

 

예수님께서 열두 사도를 비롯한 다른 제자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와 “평지에 서시니 그분의 제자들이 많은 군중을 이루고, 온 유다와 예루살렘, 그리고 티로와 시돈의 해안 지방에 온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6,17)고 루카는 전합니다. 티로와 시돈은 오늘날 레바논에 있는 해안 도시들로 이스라엘 경계를 넘어서는 이방인 지역에 속합니다. 예수님의 소문이 널리 퍼져 나갔음을 의미합니다. 

 

그 많은 사람이 모인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말씀을 듣고 병을 고치기 위해서지요. 병은 육체적 질병뿐 아니라 악령에 시달리는 병, 곧 영적인 병까지 포함됐습니다. 병이 있는 사람들은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습니다. 예수님에게서 힘이, 곧 주님의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입니다.(6,18-19)

 

- 참행복 선언 성당 내부.

 

 

이것이 예수님께서 평지 설교를 시작하실 때의 상황입니다. 다시 정리해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만나고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열두 사도를 선택하기 위해 산으로 가셨지만 예수님의 일은 산이 아니라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평지에서 이뤄집니다. 운집한 군중 가운데는 또 다른 제자도 있었지만 유다와 갈릴래아를 포함한 온 이스라엘은 물론 이방인 지역인 티로와 시돈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온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진지하게 말씀을 들으려고 온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육체적 질병과 영적 시달림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찾아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간절함으로 예수님께 손을 댄 사람은 모두 나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설교를 시작하십니다.

 

 

참행복(6,20-23)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며 말씀하셨다.”(6,20) 이 구절은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씀을 시작하시기 전까지 예수님의 눈길은 아래로, 곧 당신께 다가와 손을 대려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을 것입니다. 그 눈길은 어떤 눈길이었을까요? 귀찮아하는 눈길이 아니라 연민과 동정심으로 가득한 눈길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눈길을 이제 제자들에게 돌리면서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을 보시는 예수님의 눈길은 동정과 연민에 찬 예수님 마음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예수님의 말씀은 그대로 제자들에게 하는 말씀이 됩니다. 

 

그 첫 말씀이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6,20)입니다. 이 말씀에서 우선 가난한 사람이란 누구일까요?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말씀을 들으러 모인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특히 사도들 또한 가난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 나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첫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를 향해 “가난한 너희는 이들은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너희 것이 될 것이다’라고 미래형으로 말씀하지 않고 현재형으로 “너희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 뜻이 펼쳐지는 나라, 하느님 힘이 작용하는 나라입니다. 바로 앞 상황을 봅시다. 루카는 ‘예수님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다’(6,19)고 전합니다. 그 힘은 바로 하느님의 힘입니다. 하느님 힘으로 병자가 낫고 악령 들린 사람이 악령에게 해방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가 예수님과 함께 와 있음을 나타내는 표징입니다. 제자들은 자기들 눈앞에서 하느님 나라가 펼쳐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지금 펼쳐지는 이 하느님 나라가 너희 것이라고 말씀하는 것이 아닐까요?

 

군중들과 제자들 앞에서 설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담은 성화.

 

 

예수님께서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너희는 배부르게 될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6,21) 

 

굶주리는 사람과 우는 사람 또한 가난한 사람의 범주에 듭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굶주릴 수밖에 없고,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나오는 것이 한탄이요 울음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 육체적 질병으로 아파하고 악령에 들려 힘들어하는 사람들 또한 가난한 사람 범주에 속합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배부르게 될 것이고 웃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기서는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처럼 현재형이 아니라 “배부르게 될 것” “웃게 될 것”이라는 미래형이 사용됩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 말씀을 단지 굶주리는 이들, 우는 이들에게 하신 말씀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있는 제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사도들은 예수님의 사명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 파견될 제자들입니다.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하느님 나라가 와 있음을 보여 주신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으로 굶주리는 이들이 배부르게 되도록 하고, 우는 이들이 웃게 하라는 사명을 제자들에게 주시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사도들이,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주신 이 사명, 곧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려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좌절하고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뻐하고 뛰놀아라”하고 예수님께서는 격려하십니다. “보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6,23)

 

 

불행 선언(6,24-26)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참행복을 선언하시고 나서 이어 ‘불행 선언’을 하십니다. 부유한 사람들, 지금 배부른 사람들, 지금 웃는 사람들은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부유한 사람은 이미 위로를 받았고, 배부른 사람은 굶주리게 될 것이며 웃는 사람들은 울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을 받는 사람들 역시 불행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거짓 예언자나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부유한 사람들, 배부른 사람들, 웃는 사람들을 모두 “너희는”이라고 2인칭으로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불행 선언 역시 제자들을 포함해 말씀을 듣는 모든 이를 가리킵니다. 

 

예수님께서 불행 선언을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유함에서 만족을 찾지 말라는 것입니다. 굶주리는 사람, 우는 사람을 헤아리라는 것입니다. 거짓 예언자들처럼 사람들 앞에서 좋은 평을 듣고자 위선을 부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참행복과 불행 선언은 단지 2000년 전 예수님 말씀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하는 가운데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체험하며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이웃에게 하느님 나라의 표징을 전하고 있는지요? 

 

아니면 하느님 대신 재물에서 위안을 얻고 현재의 배부름과 기쁨과 주위의 호평으로 만족하면서 주위의 가난과 굶주림과 눈물에는 무관심한 채 지내는지요?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7월 23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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