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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31: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고 하혈하는 부인을 고치시다(루카 8,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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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18 조회수5,325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31)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고 하혈하는 부인을 고치시다(루카 8,40-56)


흔들림 없는 믿음, 구원으로 이끌어

 

 

-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에서 열두 해나 하혈하던 여인을 낫게 해주시고 회당장의 외동딸을 살리신 기적은 예수님과의 관계에서 간절함과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사진은 카파르나움 회당 유적.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DB.

 

 

거센 풍랑을 잠잠하게 하시고 도착한 이방인의 땅 게라사. 이곳에서 예수님께서는 많은 마귀가 들려 ‘군대’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을 마귀의 세력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해주십니다. 마귀들이 돼지떼에 들어가자 돼지떼가 비탈을 내리 달려 모두 물속에 빠져 죽습니다. 마귀 들린 사람의 치유와 부정한 짐승인 돼지떼의 죽음. 이 두 사건은 게라사로 대표되는 이방인 지역에도 마침내 복음의 빛이 환히 비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 지역 주민들은 예수님께 떠나가 달라고 요청합니다. 예수님의 복음 선포 활동이 이방인 지역에서 반대에 부딪친 것입니다.(8,22-39)

 

 

예수님 기다리고 있던 갈릴래아 주민

이렇게 게라사 주민들이 예수님을 거부한 것과는 달리 예수님께서 다시 배를 타고 갈릴래아로 돌아오시자 갈릴래아 사람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입니다. 아니 그들은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8,40) 갈릴래아 사람들은 이런 점에서 예수님께 돌아가 달라고 요청한 게라사 주민들과는 대비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돌아오신 이 갈릴래아 땅은 어디일까요? 루카복음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마태오복음의 같은 내용(마태 9,18-26)을 참고해 보면 이곳이 예수님의 주 활동 무대이자 예수님의 도시라고도 하는 카파르나움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을 기다리던 사람들 가운데는 카파르나움 주민만이 아니라 다른 고을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기다리던 사람들 가운데 야이로라고 하는 회당장이 있었습니다. 회당장은 회당에서 거행되는 전례를 이끌고 전례 때에 하는 역할을 분배해 주며, 회당 건물의 시설과 보수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비교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청합니다. 열두 살 된 외동딸이 죽어가고 있으니 자기 집으로 가 달라는 청이었습니다. 야이로의 청을 받아들인 예수님께서 그의 집으로 향하시고 제자들과 많은 군중이 따라갑니다. 군중들은 서로 예수님 가까이에 가려고 난리였을 것입니다.

 

 

믿음으로 구원받은 여인

그런데 새로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군중 가운데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 다녔지만 병을 고치지 못하고 재산만 탕진했습니다. 여인은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것이고 예수님께 마지막 희망을 걸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군중 속을 헤집고 어렵사리 예수님 뒤로 다가가 옷자락 술에 손을 댔습니다. 그러자 즉시 하혈이 멎었습니다.(8,43-44)

예수님께서는 알아채시고는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하고 물으십니다. 예수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베드로가 나서서 ‘이렇게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밀쳐대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신가요’하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단지 밀쳐대는 것과 당신의 힘이 빠져나간 것은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8,45-46)

이렇게 되자 여인은 더 숨길 수가 없어서 벌벌 떨면서 나와 예수님 앞에 엎드리고는 사정을 설명합니다. 예수님 옷자락에라도 손이 닿으면 병이 낫겠지 하는 믿음으로 예수님께 다가가 옷자락 술에 손을 댔고 그 순간 병이 나았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하고 말씀하십니다.(8,47-48). 그 여인은 믿음으로 병을 치유받았을 뿐 아니라 평화까지 얻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네 병이 치유됐다고 하시지 않고 구원받았다고 하십니다. 열두 해 동안 앓았던 병의 치유가 바로 여인에게는 구원이었던 것입니다. 거기에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선물로 안고 갑니다. 이것이 믿음의 결과였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사이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딸이 이미 죽었으니 예수님을 수고스럽게 오시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전하러 온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회당장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아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8,49-50) 예수님의 이 말씀은 하혈하던 여인에게 하신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라는 말씀과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똑같은 믿음을 말씀하지만 여인에게는 믿음에 대한 칭찬을, 회당장에게는 굳은 믿음을 가지라는 당부를 말씀하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집에 다다르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 그리고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 외에는 아무도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울며 가슴을 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이미 죽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울지들 마라.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 사람들은 예수님을 비웃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예수님께서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아이야, 일어나라”하고 말씀하시자 아이의 영이 되돌아와서 아이가 즉시 일어난 것입니다.(8,15-55)

 

 

예수님 기적 목격한 세 제자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는 예수님의 각별한 총애를 받는 제자들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제일 먼저 제자로 부르셨을 뿐 아니라(루카 5,1-11),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이 셋을 데리고 가십니다. 타보르 산의 거룩한 변모 때(루카 9,28)와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실 때(마태 26,37)가 그러합니다. 여기서는 세 제자가 예수님께서 죽은 아이를 살리시는 놀라운 기적을 목격한 증인이 됩니다.

세 제자에 대한 예수님의 각별한 총애는 세 제자의 역할과도 관련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베드로는 사도들의 으뜸이 됩니다. 야고보는 열두 사도 가운데 제일 먼저 순교하지요. 또 요한은 사도 중 유일하게 순교하지 않고 가장 오래 살다가 생을 마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라고 지시하신 후 몹시 놀란 부모에게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십니다.(8,55-56) 먹을 것을 갖다 주라는 말씀은 아이가 정말로 살아났는지 확인해 보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잠자고 있다는 예수님 말씀을 비웃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아이 부모에게 아이가 살아난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리셨을까요? 나인의 과부 아들을 살리셨을 때는 그런 말씀이 없었다는 것과 비교될 뿐 아니라(7,15), 이방인 지역 게라사에서 마귀를 쫓아내 주신 사람에게 “집으로 돌아가, 하느님께서 너에게 해주신 일을 다 이야기해 주어라”(8,39)고 말씀하신 것과는 완전히 대조됩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일단 여백으로 남겨 둡니다.

 

 

생각해 봅시다

하혈하던 여인의 치유와 회당장 외동딸의 소생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에서 또 예수님과의 관계에서 간절함과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해줍니다. 12년이나 하혈하는 여인의 삶에서 하혈이 멈추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고, 그만큼 여인의 소원은 간절했습니다. 여인은 마지막 희망을 예수님께 걸었고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간절함과 믿음을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는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회당장 야이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열두 살 외동딸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 그에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당장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간절히 청합니다.


간절함과 믿음이 행동으로 드러날 때 하늘을 울릴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간절함과 믿음이 있는지요?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9월 17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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