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성경풀이: 신약성경의 문화 이해 - 성전 파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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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1-21 | 조회수4,940 | 추천수0 | |
[허규 신부의 성경풀이] 신약성경의 문화 이해 - 성전 파괴
성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전이 파괴되었다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성전이 파괴된 사건은 기원전 587년에 있었습니다. 유다왕국과 바빌론 사이의 전투에서 유다는 패하고 그 전쟁의 여파로 유다인들의 첫 성전이 파괴됩니다. 그리고 유다인들은 유배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와 똑같은 사건이 신약성경의 시대에서도 벌어졌습니다. 물론 성전을 파괴한 나라와 그 시기는 달랐지만 이 두 사건은 하느님의 집이 파괴되었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건처럼 이해되기도 합니다.
신약성경 시대의 성전 파괴는 기원후 70년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유다 전쟁의 과정 안에 벌어진 일입니다. 유다 전쟁(66~73년)은 유다인들과 이스라엘에 살고 있던 이방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로마가 이스라엘을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누적되어 온 유다인들의 불만과 로마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로마의 총독으로 있던 플로루스(64~66년)가 성전 금고를 갈취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이 유다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에 주둔하던 로마의 군대만으로 성전을 둘러싼 갈등을 안정시키기 어렵게 되자 로마는 이스라엘에 군대를 추가로 파병합니다. 황제권을 차지하기 위해 황제가 난립하는 정치 상황과 겹쳐 로마의 군대는 70년이 돼서야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이때에 다시 한번 성전이 파괴됩니다. 일부의 열혈 당원들이 마사다(Masada)로 옮겨 로마에 맞선 항쟁을 계속하지만 결국 73년 이 모든 상황이 끝나게 됩니다.
신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역사 중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성전 파괴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복음서가 기록된 연대를 따질 때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공관 복음서에는 공통적으로 예수님께서 성전 파괴를 예언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서들은 성전 파괴 이후에, 곧 70년 이후에 기록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이 파괴될 것임을 예언하신 것은 분명 그 이전이겠지만 복음서가 기록될 때에는 이미 성전이 파괴된 이후일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빠른 복음인 마르코 복음서는 성전 파괴 직후에 기록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성전 파괴는 유다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당시 유다교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던 그리스도인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초대 교회의 신앙인들에게 예루살렘의 성전은 기도하는 장소였기 때문입니다.(사도 2,46)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이후에 성전에서 바치던 제사는 더 이상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예식이 아니었지만 성전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초대 교회에도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2018년 1월 21일 연중 제3주일 서울주보 4면, 허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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