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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에덴동산의 남과 여 - 범죄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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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1 조회수4,879 추천수1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에덴동산의 남과 여 - 범죄와 결과

 

 

남자와 여자의 창조 이야기는 에덴동산에서의 범죄와 처벌, 추방이라는 어두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 출발은 뱀과 여인이 마주하는 장면입니다.

 

성경 안에서 여자가 내놓은 첫 마디는 뱀-유혹자와의 대화입니다. 뱀은 이스라엘 주변 문화에서 신성한 존재로 받아들여졌었고 이스라엘 안에서도 그러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민수 21장 구리뱀 이야기). 이스라엘은 이러한 가나안 종교의 영향과 싸워야 했습니다(2열왕 18,4). 그래서 에덴동산 이야기에서 뱀을 유혹자 - 하느님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자로 소개한 듯합니다. 사실 뱀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유혹자일 뿐입니다. 그는 하느님과 대적하는 자가 아닙니다. 부수적인 역할만 하고 사건의 중심에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뱀이 던지는 말 속에는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는데 정말이냐?”(창세 3,1) 그러나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은 다릅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어서는 안 된다.”(창세 2,17)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한 그루의 나무만을 말씀하셨는데, 뱀은 전체가 금지된 것처럼 말합니다. 그는 단정하지 않습니다. ‘~~라고 하던데, 정말이냐?’ 자신은 들었을 뿐이라며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의심을 불어넣습니다.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뱀 - 유혹자의 몫이 아닙니다. 선택과 결정,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여담으로, 진실과 거짓을 섞어 전하는 것, 그것이 언론이나 글에서 비치면 왜곡이 되고, 경제 관계에서 발생하면 사기, 종교를 빙자해서 벌어지면 사이비라고 불립니다.

 

모든 유혹은 본래의 관계들을 깨뜨리고 흔들기 위해 다가옵니다. 유혹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하고 따라가는 자, 흔들리고 깨어지는 이는 유혹자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입니다.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대면하고 대화해야 할 분은 하느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보다 유혹자에게로, 하느님의 말씀보다 세상의 말에 더 기웁니다. 여인은 결국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 유혹자의 말에 끌려갑니다.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한 사람이 유혹에 빠지자 함께 하는 이까지, 곧 공동체 전체가 유혹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하느님처럼 된다.’(3,5)는 유혹의 말에 속아 ‘슬기롭게 해 줄 것’(3,6)이라는 생각에 열매를 먹었지만 그들에게 다가온 현실은 달랐습니다. 자신들이 알몸(3,7)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느님 앞에 나서지 못하고 몸을 숨기게 되었습니다(3,8). ‘부끄러움과 두려움’은 죄를 지었을 때 갖게 되는 감정입니다. 이것은 단지 감정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부끄러움과 두려움은, 아담과 하와가 그러했듯이, 상대방 앞에서 자신을 감추게 만듭니다. 자신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던 완전한 개방의 관계가 가리고 숨기는 관계 – 불완전한 개방의 관계 - 폐쇄의 관계로 바뀌고 만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만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까지 다 그렇게 변했습니다.

 

그런데 에덴동산의 남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흔들린 것도, 관계를 거부하고 숨은 것도 자신인데,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었는데 스스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책임을 돌립니다. 그래서 모든 관계를 깨뜨려버립니다.

 

남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께서 저에게 함께 살라고 주신 저 여자가 주기에 먹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하느님과 여자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자신은 책임이 없고, 뱀이 그랬다는 것입니다. 유혹에 빠져 그랬으니 책임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결정하고 행동한 것은 이 말을 하고 있는 그들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그렇게 했다고 스스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드러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이들의 태도는 모든 관계를 깨뜨렸습니다. 남자의 무책임함은 하느님과의 관계와 자신의 동반자인 여자와의 관계를 깨뜨렸고, 여자의 책임을 돌리는 말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깨뜨려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인간은 생명의 원천이신 분과 멀어졌습니다. 한 몸이요 한 골육이라던 남녀의 관계도 갈망과 지배의 관계로 변질되었고, 서로 협력하고 돌보던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공격하고 방해하는 고통의 관계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렇게 끝내시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끝까지 책임지십니다. 이제 알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가죽옷’을 ‘만들어’(창조하다) 입혀주십니다(3,21). 연약함을 그대로 드러낸 이들에게 질기고 튼튼한 보호 장비를 만들어 주십니다. 비록 에덴동산에서 내쳐지지만,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도 주십니다. 뱀의 머리를 칠 여자의 후손에 대한 말씀(3,15)만이 아닙니다. 여인이 이제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내놓을 것입니다. 이제 사람은 하느님의 사업 – 창조 사업을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아담의 아내는 ‘하와’ - ‘생명, 살아있음’이란 뜻의 이름을 갖게 됩니다. 이제 그들은 아이를 키우며 온전히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그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이끄십니다.

 

유혹에 걸려 넘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하느님은, “너 어디 있느냐?”(3,9)는 아담을 찾던 그 말씀으로, 우리를 찾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끝까지 우리 편이십니다.

 

[2018년 1월 21일 연중 제3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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