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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49: 예수님의 사명과 시대의 징표(루카 12,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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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8 조회수4,886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49) 예수님의 사명과 시대의 징표(루카 12,49-59)


불길이 번지기 전에 회개하고 주님을 따르라

 

 

불을 지르러 오신 예수님께 우리는 무엇을 청해야 할 것인가. 사진은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성지가지에 불을 지피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이번 호에는 서로 별개의 말씀인 것 같지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예수님의 말씀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불을 지르러 왔고(12,49-50)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12,51-53)는 말씀, 그리고 시대의 표징을 알아보고(12,54-56) 늦기 전에 화해하라(12,57-59)는 말씀입니다.

 

 

불을 지르러 왔다(12,49-50)

 

이 대목은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12,49)와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더 짓눌릴 것인가?”(12,50) 두 구절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선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는 말씀부터 생각해 봅니다. 불은 성경에서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하나는 심판의 표상인데, 구약성경에 주로 나옵니다.(유딧 16,17; 이사 66,15-16; 에제 38,22; 39, 6; 말라 3,19) 신약성경에서는 요한 세례자가 회개를 촉구하면서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고 말합니다. 요한은 또 예수님께서 오시면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시어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버리실 것”이라고 예고하지요.(마태 3,10.12; 루카 3,17 참조) 예수님의 두 제자 야고보와 요한은 사마리아의 한 마을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자 ‘하늘에서 불을 내려 불살라버리면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립니다.(루카 9,53-54)

 

다른 한편으로 불은 성령을 나타냅니다.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께서 오시면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라고 하지요.(루카 3,16 참조) 사도들은 오순절에 불꽃 모양의 혀로 내려오는 성령을 받았습니다.(사도 2,3)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지르러 오신 불은 심판의 불과 성령의 불을 다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심판의 불은 최종 심판, 곧 종말의 심판이 아니라 오히려 정화의 심판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한 듯합니다. 정화의 심판으로 더러움을 지워버리고 성령의 불로 새로워지도록 하는 것, 이것이 예수님께서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신 이유일 것입니다. 

 

그 불이 아직 타오르지 않았다는 투로 말씀하시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예수님께서 받아야 할 세례를 다 받지 못하셨다는 말씀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받아야 할 세례란 무엇이겠습니까? 성경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당신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가리킨다고 풀이합니다. 이미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두 차례나 예고하셨습니다.(루카 9,22. 44 참조) 하지만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고 죽임을 당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일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하고 탄식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9,51-53)

 

불을 지르러 왔다는 말씀에 이어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다.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것입니다.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서고, 아버지와 아들이 딸과 어머니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말씀을 자세히 보면 분열을 일으키는 불씨는 바로 예수님 자신입니다. 예수님 때문에 집안 식구가 서로 갈라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받아들이는 이들과 거부하고 배척하는 이들이 서로 갈라집니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예수님 말씀은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했을 때 “이 아기는 이스라엘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라고 한 시므온의 예언을 떠올리게 합니다.(루카 2,34 참조)

 

 

시대를 알아보아라(12,54-56)

 

이스라엘 사람들은 ‘구름이 서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비가 오고 남풍이 불면 더워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12,54-55 참조) 이는 비구름이 서쪽인 지중해 연안에서 오기 때문이고, 사막이 남쪽에 있어서 남풍이 불면 더워진다는 것을 생활의 지혜로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아침노을이 지거나 달무리가 비치거나 제비가 낮게 날거나 하면 비가 오는 징조로 여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향해 “위선자”라고 부르면서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고 질타하십니다.(12,56) 이 질타는 바로 예수님께서 오셔서 활동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 줄 모르는 군중들에 대한 질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활동과 그 의미에 대한 좋은 사례는 요한 세례자의 제자들과 예수님과의 대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요한 세례자가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질문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루카 7,22-23) 예수님의 이 말씀은 바로 메시아 시대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말하자면 예수님 자신이 바로 메시아이심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군중들에 대한 예수님의 질타는 예수님의 이런 활동을 보면서도 메시아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수님이 바로 메시아이심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시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예수님의 이 질타는 곧바로 화해의 촉구로 이어집니다.

 

 

늦기 전에 화해하여라(12,57-59)

 

자기를 고소한 사람과 재판관에게 가야 한다면 도중에 화해하라는 이 대목의 예수님 말씀은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 회개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라고 촉구하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적거리다가 때를 놓치게 되면 감옥에 갇히게 되고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12,59)

 

여기서 ‘한 닢’은 그리스말 ‘렙톤’을 번역한 것인데, 한 렙톤은 노동자의 하루 노임인 한 데나리온의 28분의 1이라고 합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쳐 노동자의 하루 노임을 8만 원으로 계산한다면 한 렙톤은 3000원도 채 되지 않은 금액입니다. 가진 것을 다 털어서 빚을 갚기 전까지는 감옥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인데 그만큼 엄중한 심판을 받으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재판관에게 가서 재판을 받기 전에, 마지막에 하느님의 심판을 받기 전에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라고 촉구하는 말씀이라고 하겠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불을 지르러 왔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말씀이 예수님의 활동 또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시대를 알아보아라’ ‘늦기 전에 화해하여라’는 말씀은 예수님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됩니다. 

 

그런데 ‘불을 지르러 왔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예수님 말씀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며 따르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말씀일 뿐 아니라 우리 또한 따라서 해야 할 말씀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불을 질러야 하겠습니까? 이 시대에 필요한 불은 무엇일까요? 또 평화를 바라는 우리가 분열을 일으켜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28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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