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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16: 아빠! 아버지!라고 외치게 하는 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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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3 조회수3,998 추천수0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 (16) “아빠! 아버지!”라고 외치게 하는 성령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여러분은 사람을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로마 8,14-15).

 

 

문맥 보기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느님께서는 무엇을 하실까? 하느님께서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성령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온 세상 사람들을 하느님의 가정으로 쉬지 않고 초대하신다. 바오로는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이라고 권고한 후(8,13 참조),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은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여정에서 하는 역할을 “아빠! 아버지!”(8,15)라는 기도와 연결하여 소개한다.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

 

바오로는 8,15에서 성령의 역할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프네우마 휘오테시아스, πνεῦμα υἱοθεσίας)으로 표현하는데, 직역하면 ‘아들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이다. 흥미롭게도 바오로는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과 반대되는 것으로 ‘자유의 영’이라는 표현 대신에 더욱 커다란 것, 즉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소개한다. 이 영을 통해 자유가 온다”(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로마서 강해》, 14,2-3).

 

‘자녀로 삼다’를 의미하는 ‘휘오테시아(υἱοθεσία)’는 바오로의 전형적 용어인데 바오로 서간에서만 다섯 차례 나온다(로마 8,15; 8,23; 9,4; 갈라 4,5; 에페 1,5 참조). 8,15에서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이라는 표현은 성령이 신자가 아니었던 사람을 새 신자로 만든다는 의미보다, 세례를 통해 이미 하느님의 자녀라는 신분을 가진 이들이 계속 이를 유지하고 발전하며 완성하도록 성령이 도와준다는 의미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성령은 사람들을 그리스도와 결합시키고, 그리스도를 믿게 하며, 유일한 하느님의 아들로서 그리스도가 가진 권한과 똑같은 권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면서, 세례부터 종말 때까지 ‘하느님 자녀’의 신분을 완성시킨다. 바오로는 그의 복음의 핵심, ‘인간은 하느님 편에서 거저 주는 선물을 받아 하느님의 가족에 속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구약성경과 유다교의 ‘하느님 아들’의 개념에 토대를 두면서도, 로마의 양자법을 통해 로마 제국에 널리 알려진 ‘휘오테시아’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기도는 하느님께 외치는 것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는 “아빠! 아버지!”를 외친다. 성경의 전통에서 동사 ‘외치다, 부르짖다(크라조 κράζω)’는 기도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구약성경의 그리스어역인 칠십인역(LXX)에서는 보통 개인이나 국가가 위급한 상황에서 하느님께 외치거나 간청할 때 이 동사를 기도의 의미로 사용한다(창세 18,20; 탈출 2,23; 3,7; 22,22; 1사무 5,12; 욥 34,28; 시편 34,16 참조).

 

신약성경에서도 동사 ‘크라조’는 기도를 암시하는 구절에 들어 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바치신 마지막 외침을 ‘크라조’로 표현한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나서 숨을 거두셨다”(마태 27,50). 루카 복음서의 병행 구절은 예수님의 이 마지막 외침이 아버지께 바치는 그분의 마지막 기도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셨다”(루카 23,46).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가 돌에 맞아 죽는 장면에서도 이 동사를 사용하여 그의 마지막 기도를 묘사한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하고 외쳤다. 스테파노는 이 말을 하고 잠들었다”(사도 7,60). 성경의 예를 통해 8,15에서 ‘아빠! 아버지!’라고 외치는 것은 단순히 하느님을 부르는 호칭이 아니라, 하느님 자녀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하느님을 향해 부르짖고 갈망하는 것, 곧 기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빠! 아버지!

 

성령의 힘으로 ‘아빠, 아버지’에게 외치는 것은 바오로의 기도 체험이지만, 그 원천은 예수 그리스도의 깊은 기도 체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용어는 마르코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니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바치신 긴 기도에서도 발견된다(마르 14,32-42 참조).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예수님께서는 죽음 앞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구원을 청하는 것과 당신 뜻대로 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 대신 수난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길을 선택하신다. 하느님의 뜻에 복종하는 기도에는 하느님의 개입이 수반된다. 우리가 우리의 ‘아빠,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신뢰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모든 것을 내맡길 때, 그분은 우리의 삶에 개입하신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고통 받고 하느님의 뜻에 내맡기시는 모습을 통해 마르코 공동체도 박해와 죽음 앞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모범을 제시한다. 마르코 공동체는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며 기도해야 한다. 이 장면에 소개된 예수님의 기도에서 바오로의 기도와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겟세마니에서 예수님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마르 14,36)라고 하느님께 세 차례 간청한 것처럼, 바오로도 몸 안에 있는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하느님께 세 번이나 간구한다(2코린 12,7-10 참조). 아마도 예수님의 기도가 바오로에게 모델이 되었을 것이다. 바오로는 그의 서간에서 그리스도인이 되어 새롭게 알게 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라는 말로 자주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이런 친밀한 관계는 ‘아빠! 아버지!’라는 표현으로 더욱 강조된다.

 

8,15에서 2인칭 복수(“여러분은 … 받았습니다”)는 1인칭 복수(“우리가 … 외칩니다”)로 인칭과 시제가 바뀌는데, 이는 ‘아빠! 아버지!’라는 표현이 팔레스티나뿐 아니라 바오로 시대의 모든 교회에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믿는 이들은 세례 때 받은 성령의 힘을 통해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아빠! 아버지!’는 이미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도이다. 지금 ‘아빠! 아버지!’라고 외치는 것은 모든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라, 마음 안에 부어진 성령의 영감을 받은 이의 목소리이다. ‘아빠! 아버지!’라는 외침은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정의하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의 자녀 되어 실제로 살아가는 체험을 하도록 그들을 이끈다. ‘아빠! 아버지!’라는 초대 그리스도인의 짧은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적 진리를 기억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하기 전에, 이미 존재 자체로 하느님의 자녀이며, 이 신분은 나아가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로마 8,17)라는 소중한 신분과 결합된다.

 

 

바오로의 기도와 우리의 기도

 

바오로 사도여, 당신은 우리가 기도를 배우기 위해 매일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겪는 모든 상황에서 ‘아빠, 아버지’에게 기도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아빠! 아버지! 당신 뜻에 모든 것을 맡깁니다” 하고 기도할 때, 우리는 예수님과, 당신이 기도할 때 느꼈던 하느님 체험 안으로 들어갑니다. 세례 받은 모든 이에게는 하느님 아버지께 성령 안에서 기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기도를 단지 인간적 훈련으로 생각하면 기도는 어렵습니다. 바오로 사도여, 온전히 성령의 힘으로, 오직 성령께 내맡기면서 하느님께서 내려오시는 것을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 기도라고 가르쳐 주시니 감사합니다.

 

* 임숙희 님은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로마서의 바오로 기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회의 신앙과 영성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며 글쓰기와 강의를 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3년 4월호(통권 445호), 임숙희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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