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가톨릭 서간에서 보물 찾기: 베드로의 첫째 서간 (3) 그분께 가까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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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6-05 | 조회수7,069 | 추천수0 | |
가톨릭 서간에서 보물 찾기 - 베드로의 첫째 서간 (3) 그분께 가까이
베드로는 편지의 수신자들에게 새로 태어난 이들로서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며 값진 황금보다 더 귀한 믿음을 잘 단련시킬 것을 독려하였다(1,1-12). 이달에 살펴볼 1,13-2,10에서 베드로는 그렇게 새로 태어난 그들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베드로는 그리스도를 알기 전의 삶과 그분을 안 뒤의 삶을 대조하며, 이전의 삶이 욕망에 따른 것이었다면 새 삶은 거룩한 삶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전에 무지하던 때의 욕망에 따라 살지 말고”(1,14)
베드로는 권고를 시작하면서 먼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려”(1,13) 그리스도께 모든 희망을 걸라고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를 그리스어 원문대로 옮기면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이다. 이 표현과 관련된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날 밤 허리를 동이고 선 채로 파스카 식사를 했던 것을 들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단순히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을 위한 태세를 갖춘다는 의미다. 무엇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인가? 그것은 바로 과거의 청산이다. 왜냐하면 이 편지의 수신인들은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 태어난 이들이며, 새로 태어났으니 삶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고, 그 변화는 구체적 행동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새 삶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주님의 자비를 엿볼 수 있다. 베드로는 새 생명으로 들어선 이들의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 간음하다 붙들려 온 여인에게 그 여인의 지난 죄는 묻지 않으시고, 단지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라(요한 8,11)고 하신 예수님처럼, 베드로도 그들의 지난 과오를 캐묻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과오는 무지의 탓으로 자비로이 덮어진다. 이제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남으로써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무엇이 진짜 죄악인지를 알게 되었으니 현재 중요한 것은 단호하게 과거와 결별하는 일이다.
주님을 몰랐던 때에 그들은 욕망에 따라 살았으며(1,14), 그들의 삶은 악의, 거짓, 위선, 시기, 중상(2,1)으로 얼룩져 있었다. 이토록 흉한 삶을 뒤로하고 이제 그들은 새로 태어났다. 하지만 새 생명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베드로는 그들의 새 생명이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로써 치러진 희생을 통해(1,18-19) 얻어진 것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희생이라는 무한한 가치를 치르고서 얻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 생명 역시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1,15)
귀한 대가로 얻은 새 삶은 어떠한 것이어야 할까? 베드로는 그들이 단지 바람직하고 선한 정도의 삶이 아닌, 거룩함으로 부름받았음을 상기시킨다. 자녀가 부모를 닮듯,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난 이들은 그들을 부르신 ‘거룩하신’ 하느님을 닮을 수밖에 없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이미 심어주신 거룩함이 자라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갓난아이에게 어머니의 젖이 필요하듯, 신자들에게도 영적인 젖이 필요하다. 베드로는 갓난아이가 어머니의 젖을 갈구하는 것처럼 간절히 영적이고 순수한 젖을 갈망하라고 가르친다(2,1-2). 거짓과 죽음, 썩어 없어지는 것들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참된 성장과 생명을 길러 주는 젖을 갈망하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영혼을 얼마나 해롭게 하는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온갖 죄를 저질렀다면, 이제는 영혼을 살리는 행동으로 영혼을 성장시켜야 하며, 이에 필요한 것이 영적이고 순수한 젖이다. 그것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베드로는 진리에 순종하라고 가르친다(1,22). 부모의 올바른 가르침에 순종하며 자란 자녀가 고결한 인격자로 성장하듯, 진리에 순종하는 영혼은 세월의 때가 묻지 않고 오히려 더욱 깨끗해질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악습을 끊고 하느님 안에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이들은 진리에 순종함으로써 영혼이 깨끗해져 진실한 형제애를 실천하게 되며, 그들의 남은 숙제는 그러한 생활을 계속 유지해 가는 것뿐이다(1,22).
“주님께 나아가십시오”(2,4)
영혼의 정화와 성숙은 단 한 번의 행위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의 영혼이 끊임없이 진리에 순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베드로는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라고 가르친다. 그분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그분의 가르침은 거추장스럽고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이겠지만, 그분의 음성을 듣는 이들에게 그분의 가르침은 진리의 반석이다. 이 살아 있는 돌, 진리의 반석을 향하여 가까이 나아가라고 가르친다.
베드로는 우리가 하느님의 사제단임을 알려 준다(2,9). 아론의 후손들에게만 주어졌던 그 고귀한 직분이 이제는 새 삶을 살고자 하는 그리스도교 신자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다. 사제들이 제단을 향해 삼가는 마음으로 나아가듯 그리스도인들도 진리가 인도하는 대로 살아가며, 그렇게 완성되어 가는 자신의 삶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도록 베드로는 독려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삶의 소용돌이에서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뚜렷한 목적지가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혼탁한 세상에서 삶의 십자가를 지고 어려움을 감수하는 중에 맑은 영혼을 지켜가며 주님께 조심스레 한 걸음씩 다가가는 삶은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가! 주님께서는 또한 그 삶에 얼마나 복을 주시겠는가!
* 강은희 님은 미국 The 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수학하였으며(성서학 박사),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와 동 대학교 신학원에서 성경 전반에 걸쳐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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