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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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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07 조회수9,187 추천수0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삼손

 

 

영웅인가? 아니면 철없는 악동인가? 그는 진정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구원자였는가? 오늘 우리가 만날 인물은 판관 중에 여러 회화와 예술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 사람, 바로 삼손(판관 13장-16장)입니다.

 

삼손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사무엘의 탄생과 비슷합니다. 아이를 갖지 못하던 여인이 천사가 찾아와 알려준 대로 아들을 낳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포도주든 증류주든 알코올이 든 것은 전혀 입에 대지 않았고’(판관 13,4.7.14; 1사무 1,15) 태어난 아이는 ‘삼손’(태양의 아들)이라는 이름을 갖고 ‘나지르인’으로 평생 주님께 바쳐집니다(판관 13,5.7; 1사무1,28). 나지르인(봉헌된 이)에 대한 것은 민수 6,1-21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포도로 된 것(날포도, 건포도, 포도 식초, 포도주, 독주-증류주)을 전혀 입에 대지 않고,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그냥 자라게 두며, 가족일지라도 죽은 이와 접촉하지 않아야 합니다. 세상의 여흥을 버리고, 자기를 꾸미지 않고, 인간적인 관계마저 끊고 정결함을 유지하며 오로지 하느님만 바라보는 이, 그분께 충실한 자로만 사는 이가 바로 나지르인이었습니다. 사도 바오로(사도 18,18)처럼 보통 일정 기간을 서원하고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손은 평생을 그렇게 살라고 모태에서부터 불리었습니다(판관 13,5.7).

 

그런데 정작 삼손은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그는 이민족 여인에게 빠져 부모의 반대에도 억지를 부려 결혼을 시도합니다(14장). 술도 마십니다(14,10). 죽은 사자의 몸에 벌들이 집을 짓자 그 꿀을 자신도 먹고 부모에게도 건넵니다(14,5-9; 레위 17,15; 22,8에 따르면 금지된 행위). 자신의 신부가 다른 이에게 넘어간 것을 알자 여우 삼백 마리 꼬리에 불을 붙여 수확을 앞둔 밭과 과수원을 불태워버리고(15,4-5) 원수를 갚겠다며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쳐 죽입니다(15,6-8). 자신을 잡으러오는 적들에 맞서 당나귀 턱뼈를 들고 싸웁니다(15,15-17; 멋진 전투 장면 같지만 레위 11,1-8.26-28; 5,2에 따르면 부정한 행위). 창녀의 집에 드나들고(16,1), 또 다른 여인 들릴라에게 빠져서는 자신의 비밀, 바로 머리카락의 비밀을 말함으로써 적들에게 잡혀 두 눈을 잃고 연자매를 돌리는 짐승과 같은 처지까지 떨어집니다(16,4-21).

 

그런데 하느님은 이렇게 제멋대로인 삼손, 통제 안 되는 악동 같은 그와 함께하시며 힘이 되어 주십니다. 이것을 성경은 ‘주님의 영이 그에게 들이닥쳤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힘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자를 맨손으로 찢어 죽이고(14,5-6), 그에게 달려드는 천 명의 필리스티아인들을 당나귀 턱뼈 하나로 쳐 죽입니다(15,14-17).

 

판관기에서 ‘주님의 영’은 놀라운 신적 능력을 일컬을 때 쓰이는 말입니다. 오트니엘(3,10), 기드온(6,34), 입타(11,29) 등에게서 이 말을 만나는데, 삼손과 관련해서 네 번(13,25; 14,6.19; 15,14)이나 언급됩니다. 갑자기 내려와 특정한 사람을 사로잡고, 그에게 놀라운 능력을 선사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하는 힘이 바로 이 영입니다. 이 영적 힘은 이스라엘을 핍박하는 이민족을 물리치도록 해주는 힘이며 그리하여 그들을 해방시키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후일에 사울(1사무 10,10; 11,6; 19,23)에게도 간간히 내리던 주님의 영은 다윗에게 지속적으로 머무르며 그를 이끕니다(1사무 16,13). 이사야는 참된 임금-메시아에게 주어질 영에 대해 이렇게 예언합니다.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이사 11,2)

 

자신이 ‘모태에서부터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16,17)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구잡이로 살던 삼손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그를 동족들이 잡아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넘깁니다(15,9-13). 주님의 영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회개하지 않고 망나니 같은 삶을 계속하던 그는 마침내 나지르인의 상징인 머리털을 잃고, 성문을 통째로 뜯어 짊어지고 갈 수 있던 힘(16,3)도 사라집니다(16,19). 결국 주님마저 떠나시자(16,20) 그는 적들에게 잡혀 두 눈을 잃고, 청동 사슬에 묶여 자유마저 빼앗깁니다(16,21).

 

시간이 흘러 삼손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합니다(16,22). 필리스티아인들의 우상 다곤의 신전에 끌려 나가 원숭이처럼 재간을 부리는 수치를 당한 삼손(16,25), 그는 이 순간 처음으로 자신의 입을 열어 주님을 찾습니다. 물론 이전에 전투의 끝에 물을 달라고 주님께 부르짖은 적도 있지만(16,18), 그의 입에서 ‘주님’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며 마지막입니다. “저의 주인이신 주님(직역), 저를 기억해주십시오.”(16,28) ‘주님의 영이 그에게 들이닥쳤다.’는 말은 등장하지 않지만, 우리는 주님께서 그에게 힘을 주셨음을 보게 됩니다. 삼손은 필리스티아 제후들과 수많은 남녀, 옥상에만 삼천 명이 올라갔다(16,27)는 그 큰 신전을 받치는 두 기둥을 밀어 무너뜨리고 신전 가득히 있던 필리스티아인들과 함께 장렬히 죽음을 맞습니다(16,29-30).

 

삼손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변함없이 충실하신 하느님을 만납니다. 삼손이 잉태될 때 주어진 말씀, “그가 이스라엘을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구원해 내기 시작할 것이다.”(13,5) 하신 약속대로 하느님은 삼손에게 기꺼이 당신의 영을 불어넣어 주시고 삼손은 필리스티아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비록 삼손이 천둥벌거숭이처럼 행동하며 나지르인으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않지만, 하느님은 당신의 선택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삼손은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때에 오로지 하느님만을 찾으며 그분께 부르짖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믿음대로 하느님은 그의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있든 언제나 당신 약속을 지키시는 충실하신 주님이심을 다시 한번 발견합니다.

 

[2018년 7월 8일 연중 제14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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