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예수님 이야기78: 파스카 만찬과 성찬례 제정(루카 22,14-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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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8-08-25 | 조회수10,542 | 추천수0 | |
[이창훈 위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78) 파스카 만찬과 성찬례 제정(루카 22,14-20) 예수님 희생으로 실현될 새 계약의 성찬례
- 예루살렘 시온산 최후의 만찬 기념 성당 맞은편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의 ‘최후 만찬 기념 성당’을 향한 성당.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베드로와 요한이 파스카 음식을 준비하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만찬을 드시면서 성찬례를 제정하십니다. 편의상 두 부분으로 나눠서 살펴봅니다.
파스카 만찬(22,14-16)
“시간이 되자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다.”(22,14) ‘시간이 됐다’는 것은 파스카 음식을 들 시간이 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또한 하느님께서 뜻하신 시간, 혹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행하실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은 해가 진 후였습니다. 파스카 음식은 해가 진 후에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탈출 12,8 참조)
이렇게 시간이 되어 제자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는데 예수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22,15-16)
-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지에 성당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 [CNS 자료사진]
예수님의 말씀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뜻밖이고 충격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군중의 환호 속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후에 성전에 가셔서 물건 파는 이들을 내쫓으시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럽고 뿌듯했을 것입니다. 또 날마다 백성이 성전에 모여들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예루살렘에서 사람들에게 붙잡혀 고난을 받고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알아듣지 못했던 제자들이었기에 오히려 예루살렘에서 가르치시는 스승의 모습에 의기양양했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파스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스승의 말씀대로 착착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 파스카 음식이 제자들과 나누는 마지막 식사일 뿐 아니라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곧 하느님 나라가 최종적으로 완성될 때까지는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단언하시니 제자들로서는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충격적인 말씀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는 가운데 잠시 시간이 흘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신 후에 말씀하십니다.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22,17-18) 예수님 말씀의 내용으로 볼 때 잔에 든 것은 포도주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포도주잔을 돌려가며 나누어 마시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은 하느님 나라가 올 때까지, 말하자면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절대로 마시지 않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유다인들이 일반적으로 파스카 축제 음식을 드는 모습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다시는 파스카 음식을 들지 않고 포도주도 마시지 않겠다고 비장하게 선포하시는 예수님 말씀이 두드러지고 있을 뿐입니다.
성찬례 제정(22,19-20)
그런데 루카 복음사가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내용을 계속 소개합니다. 우선 본문을 살펴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이 부분은 앞에서 본 22장 14-16절(파스카 만찬)과 상당히 겹치는 느낌을 줍니다. 그렇지만 두드러진 차이들도 있습니다. 앞부분 ‘파스카 만찬’에서는 이 만찬이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만찬임이 강조되지만, 여기에서는 빵과 포도주가 “너희를 위한” 예수님의 “몸과 피”라는 것, 동시에 그 피는 ‘새 계약의 피’라는 것, 그리고 당신을 기억하여 이 예식을 행하라는 것이 강조됩니다.
이런 차이와 관련해 학자들은 신약성경에서 파스카 만찬 혹은 성찬례 제정에 대해 언급하는 본문들을 검토한 후에 루카 복음사가가 이 부분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마르코복음에 나오는 성찬례 제정에 관한 내용(마르 14,22-25; 참고 마태 26,26-29)과 다른 한 편으로는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 나오는 주님 만찬에 관한 내용(1코린 11,23-25)을 합쳐서 자기 나름으로 혼합형 성찬례 기사를 엮었다고 봅니다.
왜 루카 복음사가는 두 가지를 합쳤을까요? 루카 복음사가가 복음서를 집필할 때 많은 부분을 마르코복음, 또는 마르코 복음사가가 활용한 자료를 토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루카가 속해 있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는 이미 코린토 1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방식으로 주님의 만찬을 거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찬례 제정에 관한 부분을 쓰면서 마르코복음의 내용과 코린토 1서의 내용을 혼합했다는 것이 성경학자들의 분석입니다.
알아보기
예수님 시대에 과월절(파스카) 만찬이 어떤 순서로 진행됐는지를 간단히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먼저 가장은 파스카 축제에 대한 찬양으로 의식을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에 포도주잔을 들고 잔에 축복한 다음 첫 잔을 마십니다.
참석자들은 오른손을 씻고 첫 번째 음식을 들었습니다. 첫 음식은 쓴 나물이었습니다. 쓴 나물을 씹으며 조상들의 이집트 노예생활을 묵상했지요. 그다음에 두 번째 잔이 채워집니다. 이 잔을 마시기 전에 가장은 과월절 축제와 축제 음식(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그런 다음 시편 113-114편을 노래하고 나서 두 번째 잔을 마셨습니다.
참가자들은 다시 한 번 손을 씻습니다. 가장이 누룩 없는 빵에 축복하고 땅을 떼어 나눠 주면, 참석자들은 쓴 나물과 함께 먹습니다. 그러고 나서 과월절 양을 먹었다고 하지요.
식사가 끝나면 가장은 ‘축복의 잔’이라고도 하는 세 번째 잔을 채우고 감사 기도를 드립니다. 이 감사기도는 메시아가 오리라는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에 세 번째 잔을 마시고 시편 115-118편을 노래합니다.
예수님께서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라고 말씀하시며 들어 올리신 잔은 축복의 잔이라고 하는 세 번째 잔이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무교절 첫날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드시면서 새 계약의 성찬례를 제정하십니다. 이제 곧 당신 몸을 십자가에 희생제물로 바침으로써 계약의 성찬례를 완성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성찬례를 제정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2000년 전 역사의 그 현장 다락방으로 되돌아가서 “이는 … 내 몸이다”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심경이 어떠했을지 헤아려봅시다. 단 5분 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봅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8월 26일, 이창훈 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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