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라삐 문헌 읽기: 아브라함과 니므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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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05-22 | 조회수6,940 | 추천수0 | |
[라삐 문헌 읽기] 아브라함과 니므롯
이번 미드라시 아가다는 아브라함의 극적인 출생과 칼데아의 우르에서 이교신을 숭배하는 사제가 되어 위기를 겪은 행적을 담은 이야기이다.
다음은 「미드라시 창세기 라바」(38,13), 「미드라시의 보고」(1권 ‘아브라함의 행적’ 2쪽), 「엘리후 라바의 책」 에서 간추려(6) 엮었다.
아브라함이 태어날 때 동쪽에서 별 하나가 나타나 하늘의 네 별과 네 바람을 삼켰다. 현인들이 이를 알아채고, 동방을 통치하는 사악한 임금 니므롯에게 아뢰었다. “테라에게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그에게서 이 세상과 다음 세상을 상속받을 큰 민족이 일어날 것이니, 테라에게 집안 가득 금은보화를 채워 주고 아이를 죽이십시오.” 니므롯은 테라에게 사람을 보내어 말하였다. “엊저녁에 태어난 네 아이를 나한테 넘겨라. 그를 죽여야겠다. 대신 너에게 집안 가득 금은보화를 채워 주마.”
테라가 말하였다. “제 비유를 들어 보십시오. 사람들이 말에게 ‘우리가 네 머리를 자르고 너에게 마구간이 가득차게 보리를 채워 주겠다.’고 하니 말이, ‘머리를 자르면 제가 보리를 어떻게 먹겠소?’ 하였습니다. 당신이 제 아들을 죽이면 그 많은 금은보화를 누구에게 물려줍니까? 그리고 제 아들은 태어나다가 죽었습니다.” 그러나 니므롯은 그의 아들을 찾아내 삼 년 동안 동굴에 가두었다. 거룩하시고 자비하신 분께서 동굴 벽에 그를 위해 두 개의 창문을 마련하시어, 한 창문으로는 기름을 다른 창문으로는 밀가루를 주셨다.
아브라함이 세 살이 되었을 때 그는 동굴에서 나와 생각하였다. ‘누가 하늘과 땅과 나를 창조하셨을까?’ 그는 온종일 해를 보고 기도하였다. 저녁이 되자 해가 서쪽으로 지고 달이 동쪽에서 떠올랐다. 그는 생각하였다. ‘모든 것에는 주인이 있구나. 그분이 누구신지 알 수 없으나 나는 그분께 기도하고 그분을 섬기리라.’
테라는 신상을 만들어 시장에 파는 일을 하였는데, 어느 날 아브라함에게 가게와 신상들을 맡겼다. 한 손님이 와 물었다. “신상 있소? 나는 용사이니 용사의 신상을 주시오.” 아브라함은 모든 신들 가운데 맨 위에 서 있는 신상을 꺼내 팔았다. 그가 돌아서려 하자 아브라함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몇 살입니까?” “일흔 살이오.” “일흔 살이나 되었는데 오늘 만든 것을 섬기시오?” 그는 아브라함에게 그 신상을 돌려주고 떠났다.
한 과부가 찾아왔다. “나는 가난한 과부이니 가난한 과부의 신상을 주시오.” 아브라함은 모든 신상 가운데 가장 아래에 앉아 있는 신상을 꺼내 팔았다. 그가 돌아서려 하자 아브라함이 그 여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몇 살입니까?” “나는 나이가 많소.” “나이도 많은데 이제 겨우 하루 된 신상을 섬기시오?” 그 여자도 아브라함에게 그 신상을 돌려주고 떠났다.
아브라함은 신상을 하나도 팔지 못하고 아버지 테라에게 도로 가져갔다. 형제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브라함이 신상들을 팔지 못했으니 그는 사제가 되어야겠습니다.”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아버지, 사제가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신상들 앞에 서서 섬기고, 그들 앞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바친다.”
그들은 아브라함을 사제로 만들었다. 아브라함이 신상들 앞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놓고 말하였다.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니 어서 드시고 마시십시오.” 그러나 아무도 먹고 마시지 않았다.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코가 있어도 맡지 못하네”(시편 115,5-6).
한 여자가 밀가루 한 접시를 들고 와 말하였다. “신상들에 바쳐 주시오.” 아브라함은 지팡이를 들어 신상들을 깨부수고는 그 가운데 큰 신상의 손에 지팡이를 쥐어 주었다. 그때 그의 아버지가 와서 말하였다. “누가 이렇게 했느냐?” “한 여자가 밀가루 한 접시를 들고 와 바쳐달라고 해서 제가 그들 앞에 바쳤더니, 한 신상이 ‘처음으로 먹어 본다.’고 하고 다른 하나도 ‘처음으로 먹어 본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신상이 일어나 모든 것을 부수었습니다.” 테라가 말하였다. “네가 나를 놀리는 것이냐?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 입으로 말한 것을 당신 귀로 듣지 않습니까?”
테라가 아브라함을 니므롯에게 데려가 그대로 전하였다. 니므롯이 아브라함에게 말하였다. “네가 테라의 아들 아브라함이냐?” “그렇습니다.” “너는 내가 모든 피조물과 태양과 달과 별들과 별자리들의 주인인 것을 모르는구나. 모두들 내 앞에서 물러나는데, 너는 왜 나를 무서워하지 않느냐?” 그때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이 아브라함에게 예지를 주시어 니므롯에게 대답하게 하셨다.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상이 창조된 날부터 지금까지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내일 태양에게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라고 해 보십시오. 그럼 제가 당신을 세상의 주인으로 인정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당신이 모든 피조물의 주인이라면 숨겨진 모든 것을 보실 수 있을 테니, 제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장차 제가 무엇을 할지 말씀해 보십시오.”
니므롯은 속으로 놀랐다.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놀라지 마십시오. 당신은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 ‘쿠스의(에티오피아) 아들’입니다(창세 10,8 참조). 당신이 세상의 주인이라면 왜 당신 아버지를 죽음에서 구하지 못했습니까? 당신이 아버지를 죽음에서 구하지 못하듯이 당신 자신도 죽음에서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니므롯이 테라를 불러 말하였다. “네 아들 아브라함의 죄가 나의 신상들을 부순 것이냐? 판결은 오직 화형뿐이다. 네가 불을 섬기면 구해 주겠다.”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불을 끌 수 있는 물을 섬기겠습니다.” “그럼 물을 섬겨라.” “물을 만들어 내는 구름을 섬기겠습니다.” “그럼 구름을 섬겨라.” “구름을 흐트러트리는 바람을 섬기겠습니다.” “그럼 바람을 섬겨라.” “바람에 시달리는 사람을 섬기겠습니다.” “너는 지금 내 말을 모두 거부하는구나. 나는 빛을 섬기니, 너를 그 속에 던져 넣겠다. 네가 섬기는 신이 와서 너를 구하는지 어디 보자.”
그들은 아브라함의 손발을 묶고 등에 돌을 얹어 용광로에 던져 넣었다. 사방에 한 쪽 폭과 높이가 다섯 암마씩 되는 나무로 그를 둘러싸고 거기에 불을 붙였다. 이웃들과 테라의 마을 사람들이 와서 말하였다. “수치스럽고 모욕적이다. 이 세상과 다음 세상의 상속자라더니 니므롯이 그를 태우고 있네.”
그 자리에 서 있던 아브라함의 형제 하란이 말하였다. “어느 쪽이든 나는 아브라함이 이기면 아브라함 편이고, 니므롯이 이기면 니므롯 편이다.”
아브라함이 불 속에 던져졌을 때 가브리엘이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 앞에서 말하였다. “세상의 주인이시여, 제가 내려가서 의인을 구할까요?”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나의 세상에서 유일하고 그는 자기 세상에서 유일하니, 그를 구하여라.”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의 자비가 그에게 내려 그를 구하였다.
용광로에 던져진 아브라함이 구출되자 그들이 하란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 편이냐?” “나는 아브라함 편이다.” 그들이 하란을 불 속에 던져, 그는 불에 타 아버지 테라 앞에서 죽었다. 그래서 “그러나 하란은 본고장인 칼데아의 우르에서 자기 아버지 테라보다 먼저 죽었다.”(창세 11,28)라고 한 것이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5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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