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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 이야기30: 베드로가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을 만나다(사도 10,9-23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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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31 조회수5,535 추천수0

[이창훈 위원의 사도행전 이야기] (30) 베드로가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을 만나다(사도 10,9-23ㄱ)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

 

 

- 베드로는 환시를 보고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을 만난다. 사진은 야포 바닷가에 있는 베드로 사도 기념 성당.

 

 

베드로의 환시는 지난 호에 살펴본 코르넬리우스의 환시와 밀접히 연결돼 있습니다. 두 환시를 매개로 마침내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가 만나게 됩니다. 이번 호에서는 베드로가 본 환시 내용과 함께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을 베드로가 맞아들이기까지를 살펴봅니다.

 

 

베드로가 환시를 보다(10,9-16)

 

 

코르넬리우스가 환시를 본 다음 날이었습니다. 그가 보낸 사람들이 야포 가까이에 이르렀을 무렵에 야포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묵고 있던 베드로는 낮기도를 바치려고 옥상에 올라갑니다. 점심때여서 사람들은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고 베드로는 배가 고팠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무아경에 빠집니다.(10,9-10)

 

무아경 속에서 베드로는 환시를 봅니다. 하늘이 열리고 큰 아마포 같은 그릇이 내려와 네 모퉁이로 땅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그 안에는 네발 달린 짐승들과 땅의 길짐승들과 하늘의 새들이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먹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베드로는 “주님, 절대 안 됩니다. 저는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나 더러운 것은 한 번도 먹지 않았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다시 두 번째로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런 일이 세 번 거듭되고 나서 그 그릇은 갑자기 하늘로 들려 올라갔습니다.(10,11-16)

 

이것이 베드로가 본 환시의 내용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우선, 큰 그릇에 담긴 것들인데, 네발 달린 짐승과 길짐승과 하늘의 새들입니다. 이것들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고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일어나 잡아먹어라” 하는 소리에 대한 베드로의 반응입니다. 베드로는 “주님, 절대 안 됩니다. 저는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나 더러운 것은 한 번도 먹지 않았습니다” 하면서 완강히 거부합니다. 구약성경 레위기 11장은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자세히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유다인들은 정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을 철저히 가렸습니다. 베드로 역시 유다인으로서 정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에 관한 규정을 철저히 지켰고 그래서 “잡아먹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 “속된 것이나 더러운 것은 한 번도 먹지 않았습니다” 하면서 완강히 거부한 것입니다. 베드로가 “주님” 하고 응답한 것은 “잡아먹어라” 하는 소리를 주님의 음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셋째로,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 하는 두 번째 소리입니다. 이 두 번째 소리는 베드로에게 정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는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됐다는 점입니다. 성경에서 셋은 완전함을 뜻하는 숫자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는 당부의 말씀이 세 번이나 계속됐다는 것은 정(淨)ㆍ부정(不淨)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하느님의 뜻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학자들은 풀이합니다.

 

 

코르넬리우스의 사람들을 만나다(10,17-23ㄱ)

 

하지만 베드로는 자신이 본 환시가 어떤 의미인지 아직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리둥절해 하면서 환시가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이 시몬의 집을 찾아와서는 베드로라고 하는 시몬이 묵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베드로에게 “지금 세 사람이 너를 찾고 있다. 그러니 일어나 내려가서 주저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거라. 내가 그들을 보냈다” 하고 이르십니다.(10,17-21)

 

이 대목도 찬찬히 살펴보면 몇 가지 점이 눈에 뜨입니다. 우선 환시를 본 베드로가 환시 내용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점과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이 베드로를 찾는 시점이 절묘하게 일치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성령께서 베드로에게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라고 이르십니다.

 

다음으로, 베드로가 환시를 본 내용과 성령께서 베드로에게 이르신 말씀이 묘하게 짝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일어나 잡아먹어라”(10,13) 하는 소리와 “일어나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 가거라”(10,20) 하신 말씀이 짝을 이루고,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10,5)는 “내가 그들을 보냈다”(10,20)와 짝을 이룹니다.

 

결국, 코르넬리우스가 환시를 보고 사람들을 보내고 베드로가 환시를 보고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을 만나고 하는 모든 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곧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사도행전의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베드로는 성령께서 이르신 대로 내려가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세 사람을 만나는 순간 베드로는 그들이 이방인들임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코르넬리우스의 하인이고 한 사람은 그의 부하로 로마 군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무슨 일로 자기를 찾아왔는지 묻지요.(10,21)

 

베드로의 물음에 그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의롭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으로 온 유다 민족에게 좋은 평판을 받는 코르넬리우스 백인대장이, 선생님을 집으로 모셔다가 말씀을 들으라는 지시를 거룩한 천사에게서 받았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그들을 맞아들여 그곳에 묵게 합니다.(10,22-23ㄱ)

 

베드로는 이방인들의 말을 듣고 나서는 그제야 자신이 본 환시가 무슨 뜻인지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좋게 만드신 것을 두고 정한 음식, 부정한 음식으로 가려서는 안 되듯이,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서 유다인과 이방인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베드로가 그들을 맞아들여 묵게 한 것은 그날 카이사리아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베드로는 자신이 본 환시와 성령께서 하신 말씀을 더욱 깊이 되새기고 곱씹어보지 않았을까요?

 

 

생각해봅시다

 

“일어나 잡아먹어라” 하는 소리에 베드로는 완강히 거부합니다. “주님, 절대 안 됩니다. 저는 무엇이든 속된 것이나 더러운 것은 한 번도 먹지 않았습니다.”(10,14) 그러자 하늘에서 다시 두 번째로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10,15)

 

이 소리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조상들의 전통과 관련하여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과 논쟁을 벌이신 후 군중들에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들을 더럽힌다”(마태 15,11)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분명히 예수님에게서 이런 가르침을 배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 승천 후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베드로는 다시 옛 전통에 젖어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두 번째로 들려온 목소리는 베드로에게 이를 깨우치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 우리도 살아가면서 자주 되새기며 우리 삶을 성찰하는 토대로 삼아야 할 말씀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9월 1일, 이창훈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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