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라삐 문헌 읽기: 다윗 임금의 보속과 안식일 죽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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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12-11 | 조회수6,652 | 추천수0 | |
[라삐 문헌 읽기] 다윗 임금의 보속과 안식일 죽음
지난 호에서 자신의 명예보다 하느님의 명예만을 추구한 다윗의 신실함을 살펴본 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다윗 임금이 놉에서 겪은 곤경과 안식일에 최후를 맞은 그의 죽음을 소개한다.
다윗은 자기 아들 압살롬을 처벌하거나 징계하지 않았다. 압살롬은 악한 길로 들어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려 하고 아버지의 첩과 동침하였다. … 다윗은 압살롬에게서 달아나면서 “주님, 저를 괴롭히는 자들이 어찌 이리 많습니까? 저를 거슬러 일어나는 자들이 많기도 합니다.”(시편 3,2)고 한 대로이다. 다윗은 자기 아들 아도니야도 처벌하지 않고 징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도니야도 악한 길로 나갔다. “그의 아버지는 평생 그에게 …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1열왕 1,6)고 한 대로이다(탈출기 라바 1,1).
“그때 라파의 후손 이스비 브놉이라는 자가 … 다윗을 죽이겠다며 나섰다”(2사무 21,16). ‘이스비 브놉’이 누구인가? 라브 예후다가 라브의 이름으로 말하였다. 그는 놉의 문제로(브놉)온 사람(이스)이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다윗에게 말씀하셨다. “언제까지 이 죄를 네 손에 숨겨둘 것이냐? 너 때문에 놉 성읍의 사제들이 학살되고, 너 때문에 에돔 사람 도엑이 (다음 세상에서) 추방되었으며, 너 때문에 사울과 세 아들이 죽어 갔다. 너는 네 후손이 끊기길 바라느냐, 아니면 적들 손에 넘겨지길 바라느냐?” 다윗이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적들 손에 넘겨지는 것이 낫습니다. 제 후손이 끊기는 것은 안 됩니다.”
어느 날 그는 사냥을 나갔는데, 사탄이 사슴의 모습으로 그에게 나타났다. 그는 화살을 쏘았으나 맞히지 못하였다. 다윗은 계속 사슴 뒤를 쫓아가다 필리스티아 땅에 이르렀다. 이스비 브놉이 그를 보고 말하였다. “저자가 내 형제 골리앗을 죽였다.” 그는 (다윗을 공격하려고) 방패를 들어 올렸고 다윗은 뒤로 열여덟 암마(1암마는 약 46㎝)를 뛰어올랐다. 둘 다 서로가 두려웠다. 이스비 브놉은 놀라 ‘저렇게 뒤로 많이 뛰어오르면, 앞으로는 얼마나 더 뛰어오를까?’ 하고 생각했고, 다윗도 놀라 ‘방패를 저렇게 쉽게 들어 올리는데 내가 저자 앞에 설 수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때 다윗이 (속으로) 외쳤다. ‘내 누이의 아들들이 나를 도우러 오겠지.’ “츠루야의 아들 아비사이가 다윗을 도우러 왔다.”(17절)고 하였기 때문이다.
이스비 브놉은 다윗을 붙잡아 묶고 올리브 기름을 짤 때 쓰는 확의 무거운 기둥 아래에 그를 눕혀 짓눌렀다. 그때 그에게 기적이 일어나 그 아래에서 땅이 열려 그는 눌리지 않았다. ‘당신께서 제 아래에서 … (움직일 수 있게) 넓히시어 제 발목이 미끄러지지 않습니다.’(시편 18,37 참조)라고 한 대로이다.
같은 날 안식일 저녁에 츠루야의 아들 아비사이가 (안식일을 준비하려고) 네 스아의 물로 머리를 감으려 하다가 네 개의 핏자국을 발견하였다. 다윗의 노새가 그에게 와서 울었고, 비둘기도 그 앞에서 퍼덕였다. … 그는 다윗 임금이 곤궁에 빠졌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다윗 궁으로 가 임금을 찾았으나 없었고 토라 학교로 가 봐도 없었다. 사람들이 말하였다. “아침부터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그가 말하였다. “토라에 따르면, ‘아무도 그의 말을 탈 수 없고 아무도 그의 왕좌에 앉을 수 없으며 아무도 왕홀을 사용할 수 없다.’(미슈나 산헤드린 2,5)고 하였는데, 위기의 상황에는 (적용할 규정은) 어떻게 하나?” 그는 토라 학교로 가서 이 상황을 두고 문의하였다. 그들이 말하였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는 허용된다.”
그래서 아비사이는 임금의 노새를 타고 필리스티아 땅으로 갔다. 가는 길이 줄어들어 그는 빨리 도착하였다. 그때 실을 잣던 이스비 브놉의 어머니 오르파는 아비사이가 오는 것을 보고 물렛가락을 던졌다. 그를 죽일 생각을 하며, 아비사이에게 말하였다. “젊은이, 물렛가락 좀 집어주게나.” 아비사이는 오르파의 머리끝을 향해 그것을 던져, 그를 죽였다.
이스비 브놉은 아비사이를 보고 말하였다. “이제 그들은 둘, 그들이 나를 죽이겠군.” 그는 다윗을 위로 던지고는 땅에 창을 꽂았다. “다윗이 떨어져 죽게 해야지.” 아비사이는 하느님의 거룩한 이름을 외며, 다윗을 하늘과 땅 사이에서 멈추게 하였다. 아비사이가 다윗에게 말하였다. “이곳은 어떻게 오셨습니까?” 다윗이 대답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나에게 이러저러하다고 말씀하셔서 나는 이러저러하다고 그분께 아뢰었다네.” 아비사이가 말하였다. “임금님의 기도를 뒤집으십시오. 임금님 손자가 (가난해져) 왁스를 팔지언정, 임금님은 고통받지 마십시오.” 다윗이 말하였다. “네 기도로 나를 도와다오.” “츠루야의 아들 아비사이가 다윗을 도우러 왔다.”고 한 대로이다.
아비사이가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다윗을 내려오게 하였다. 이스비 브놉이 그들을 쫓자, 그들이 말하였다. “가서 무덤에서 네 어미나 찾아보아라.” 그들이 그의 어미 이름을 들먹이자 그는 힘이 빠졌다. 그들이 그를 죽였다. “다윗의 부하들은 ‘임금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다시는 싸움터에 나가지 마십시오. 그러면 임금님께서 이스라엘의 등불을 꺼 버리시게 될 것입니다.’ 하며 다짐을 받았다.”(2사무 21,17)고 한 대로이다(바빌론 탈무드 산헤드린 85ㄱ; 창세기 라바 59,10; 얄쿳 시므오니 107).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제가 살 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소서. 그러면 제가 어느 날 죽을지 알게 되리이다’(시편 39,5 참조). 이는 다윗이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앞에서 아뢴 것이다. ‘끝을 알려 주소서.’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살과 피의 끝을 알려 주지 않는 것은 바꿀 수 없는 법령이다.” ‘살 날이 얼마인지.’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인간의 살 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지 않는 것은 바꿀 수 없는 법령이다.” ‘어느 날(요일) 죽을지.’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안식일에 죽으리라.” 다윗이 아뢰었다. “저는 안식일이 아니라 첫째 날(일요일)에 죽겠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네 아들 솔로몬 왕국의 때가 되었다. 한 왕국과 다른 왕국은 머리카락 두께만큼의 시간도 겹칠 수 없다.” 다윗이 아뢰었다. “그럼 저는 안식일 저녁에 죽겠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네가 앉아서 토라를 공부하는 하루가, 장차 네 아들 솔로몬이 제단 위에서 내 앞에 제물을 바치는 천 날보다 더 좋다.” “정녕 당신 앞뜰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습니다.”(시편 84,11)라고 한 대로이다.
안식일마다 그는 앉아서 토라를 공부하였다. 마침내 그가 죽을 그날이 되어, 죽음의 천사가 그의 앞에 섰는데, 토라를 읽는 그의 입이 멈추지 않아 천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음의 천사가 말하였다. “이를 어쩐단 말인가?” 그는 다윗의 집 뒤에 있는 정원으로 가 나무 위에 올라 흔들었다. 다윗은 (토라 공부를 멈추고) 이를 보려고 계단을 올라갔는데 이때 그의 아래에서 계단이 부서졌다. 다윗의 숨이 그를 떠나자 그는 죽었다. 다윗은 그렇게 안식일에 죽었다(바빌론 탈무드 샤밧 30ㄱ-ㄴ).
‘다윗의 명성이 모든 나라에 퍼져 나갔다’(1역대 14,17 참조). 그의 화폐가 세상에서 통용되었다는 뜻이다. 그의 석상은 어떠한가? 그의 한쪽에는 (목자의 상징인) 지팡이와 가방이, 다른 쪽에는 (통치자의 상징인) 탑이 세워졌다. “다윗 탑 같은 그대의 목은 층층이 잘도 지어졌구려.”(아가 4,4)라고 한 대로이다(창세기 라바 39,11).
다윗의 자식 교육은 빵점이었나 보다. 처벌하지도 징계하지도 않았다는 라삐들의 책망은, 반란의 연속이었던 자식들의 왕위 계승 다툼의 책임을 아버지 다윗에게 묻는 듯하다. 하느님께서도 수많은 이가 희생된 대가를 다윗에게 요구하셨고, 다윗도 그 요구에 따라 적들 손에 넘겨져 순순히 희생자들의 목숨값을 치른다.
한편 안식일에 토라를 공부하다 숨을 거두어 하느님께 불려 가고자 한 그의 탁월한 선택은, ‘토라를 공부하는 하루’와 ‘하느님 앞뜰에서 지내는 하루’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모든 나라에 명성이 자자했던 임금답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12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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