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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 이야기50: 바오로의 에페소 선교와 기적(사도 1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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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9 조회수7,085 추천수0

[이창훈 소장의 사도행전 이야기] (50) 바오로의 에페소 선교와 기적(사도 19,1-20)


에페소에서 성령의 세례 알리고 치유의 기적 행하다

 

 

바오로는 에페소에서 2년 넘게 머물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복음을 선포한다. 사진은 에페소 유적.

 

 

에페소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아폴로가 유럽 대륙인 아카이아로 떠나가 그 수도인 코린토에 머물러 있을 때 세 번째로 선교 여행을 시작한 바오로가 에페소에 옵니다. 바오로의 에페소 선교 활동을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바오로의 에페소 선교(19,1-10)

 

3차 선교 여행을 위해 안티오키아 교회를 떠난 바오로는 소아시아 내륙 곧 갈라티아 지방과 프리기아를 거치면서 자신이 1차와 2차 선교 여행 때 세운 교회들을 돌아보며 제자들을 격려합니다.(18,23) 그리고 아폴로가 선교했던 에페소까지 내려옵니다. 아폴로가 에페소를 떠나 유럽 대륙인 아카이아로 건너가 아카이아 지방 수도인 코린토에 머물러 있을 때였습니다.(19,1)

 

소아시아 곧 오늘날 터키의 서쪽 끝 아시아의 수도인 에페소는 바오로가 2차 선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곳이기도 합니다. 바오로는 코린토에서부터 동행한 프리스킬라와 아퀼라 부부를 에페소에 남겨둔 채 카이사리아를 통해 예루살렘에 올라갔다가 안티오키아로 귀환했었지요.(18,18-22)

 

에페소에 도착한 바오로는 제자 몇 사람을 만납니다. 여기서 제자들은 바오로의 제자들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게 된 신자들, 곧 형제들을 가리킵니다. 그 제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성령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성령이 있다는 말조차 듣지 못했다면서 자신들은 요한의 세례를 받았다고 대답합니다.(19,1-3)

 

요한의 세례만 받았고 성령이 있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는 이들이 어떻게 예수님을 믿게 됐을까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는 ‘새로운 길’을 알게 돼 제자가 됐을지 모릅니다. 성령 강림 때에 예루살렘에서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의 설교를 들은 이들 가운데는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2,9), 에페소가 아시아의 수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에 갔을 당시에는 이미 예수님을 믿는 ‘새로운 길’을 배워 제자가 된 이들이 에페소에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 아폴로의 에페소 선교 활동을 통해서 믿게 된 제자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개를 위한 요한의 세례만 받았기 때문에 세례를 받음으로써 성령을 받게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바오로에게서 요한의 세례와 예수님을 믿고 받는 세례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듣고는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습니다. 그리고 바오로가 안수하자 성령이 그들에게 내려와 신령한 언어로 말하면서 예언합니다. 사도행전 저자는 세례를 받고 성령을 받은 제자들의 수가 열둘쯤 됐다고 전합니다.(19,4-7) 성경에서 12라는 숫자가 완전함, 충만함을 나타내며 이스라엘의 12지파를 대표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제 비로소 에페소에서도 복음이 제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또 열두 사도가 복음 선포하러 나갔듯이 이 제자들도 에페소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방에 복음 선포하게 되리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에페소에서도 주님의 길을 헐뜯으며 바오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오로가 석 달 동안이나 회당에 드나들며 하느님 나라에 관해 토론하며 담대하게 설교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제자들을 데리고 회당을 떠나 티란노스 학원에서 날마다 토론합니다.(19,8-9) 바오로가 제자들과 날마다 토론을 벌인 것은 당시 그리스 문화권의 교육 방식에 따라 바오로가 제자들을 가르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가 티란노스 학원에서 토론을 통해 제자들을 가르치는 활동이 두 해 동안 계속되면서 “아시아에 사는 사람들은 유다인 그리스인 할 것 없이 모두 주님의 말씀을 믿게 되었다”고 사도행전 저자는 전합니다.(19,10) ‘모두’라는 표현은 과장된 표현으로, 유다인 그리스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믿게 됐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또한 에페소가 아시아 지방 복음 선포의 중심지가 됐음을 나타낸다고 하겠습니다.

 

 

바오로의 기적(19,11-20)

 

사도행전 저자는 하느님께서 바오로를 통해 일으키신 기적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열두 해 동안 하혈하던 여자가 예수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자 즉시 병이 나았듯이(루카 8,43-44), 바오로의 살갗이 닿았던 수건이나 앞치마를 병자들에게 대기만 해도 질병이 사라지고 악령들이 물러갔습니다.(19,11-12) 사도행전 저자는 사도들이 기적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사람들이 병자들과 더러운 영에게 시달리는 사람들을 데려와 베드로가 지나갈 때 그림자만이라도 드리워지기를 바랐다고 전하는데(사도 5,15), 베드로를 통해 일어난 치유가 이제 바오로를 통해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구마자로 활동하던 몇몇 유다인들까지 “바오로가 선포하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명령한다” 하면서 구마 치유를 시도합니다. 스케우아스라는 유다인 대사제의 일곱 아들이 그렇게 하다가 오히려 악령 들린 사람에게 혼쭐나는 상황이 벌어지지요. 악령 들린 사람이 “나는 예수도 알고 바오로도 아는데 너희는 누구냐?” 하고 달려들어 그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입니다.(19,13-16)

 

이 놀라운 일은 에페소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로 반향을 불러일으킵니다. ① 유다인 그리스인 할 것 없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② 사람들은 주 예수님의 이름을 찬송합니다. ③ 신자가 된 많은 사람은 자기들이 해 온 행실을 숨김없이 고백합니다. 이들이 고백한 행실이 무엇인지 사도행전 저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문맥으로 보아 마술을 부리는 일과 관련된 행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④ 마술을 부리던 자들 가운데 많은 이가 자기 책들을 모아서 공개적으로 불살라 버립니다. 그 책들을 값으로 따지니 은돈 5만 냥 어치나 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5만 냥은 5만 드라크마로, 일꾼 5만 명의 하루 품삯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많은 책을 불살랐다는 것인데, 에페소에 마술이 그만큼 횡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19,17-19)

 

사도행전 저자는 “주님의 말씀은 더욱 힘차게 자라고 힘을 떨쳤다”라는 표현으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19,20)

 

 

생각해봅시다

 

1.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 선교와 기적 이야기는 여러 면에서 베드로 사도의 활동과 대비됩니다. 예루살렘의 많은 병자와 더러운 영에 시달리는 이들이 베드로를 통해 치유됐듯이(5,15-16), 에페소의 병자들과 악령 들린 이들이 바오로를 통해 치유됩니다. 사마리아의 마술사 시몬이 베드로가 안수로 성령을 내리게 하는 것을 보고 돈으로 베드로를 매수하려다가 베드로에게 면박을 당했듯이(8,18-24), 스케우아스라는 대사제의 일곱 아들은 바오로 사도를 따라 하려다가 오히려 악령 들린 사람에게 된통 혼이 납니다. 이렇듯이 에페소 선교와 기적 이야기는 베드로와 대비되는 바오로의 활동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2. 몇몇 유다인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악령을 쫓아내려 했지만, 오히려 혼쭐이 난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정말로 예수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활동하는지요? 아니면 우리 자신의 공명심을 드러내고자 활동하는지요? 대사제의 일곱 아들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믿음과 행동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2월 9일, 이창훈(한국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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