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박해받는 예루살렘 교회 (2) 스테파노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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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5-03 | 조회수7,588 | 추천수1 | |
[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박해받는 예루살렘 교회 (2) 스테파노 이야기
– 19세기 말에 촬영한 스테파노문. BiblePlace.com
예루살렘 초기 공동체에서 식량 배급 문제로 그리스계 유다인 신자들이 히브리계 유다인 신자들에 대해 불평하는 일이 생깁니다. 사도들은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일곱 명을 뽑게 해 안수한 후 식탁 봉사 직무를 맡기는데 그들 중 한 사람이 스테파노입니다(6,1-6).
논쟁과 체포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스테파노는 백성 가운데서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킵니다(6,8). 이적이나 표징은 그것을 일으킨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참되다는 것을 확증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스테파노는 단순히 식탁 봉사 직무만 한 것이 아니라 말씀을 선포하는 직무까지도 수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테파노가 선포하는 내용이 전통적인 가르침을 따르는 유다인들, 특히 외지에서 들어온 열성적인 유다인들에게는 못마땅했습니다. 몇 사람이 나서서 스테파노와 논쟁을 벌이지만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지혜와 성령을 당해내지 못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사람들을 선동해 스테파노가 모세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게 합니다. 또 스테파노를 예루살렘 최고의회로 끌고 가서, 거짓 증인들을 내세워 스테파노가 성전과 율법을 거슬러 말했다고 증언하게 합니다(6,9-14).
– 남동쪽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성전산. 황금돔이 있는 곳이 솔로몬이 세운 예루살렘 성전 자리이다. BiblePlace.com
설교
이제 스테파노는 최고의회에서 설교합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설교 중 가장 긴 이 설교에서 스테파노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압축해서 전하면서 자신이 선포하는 예수님을 거부하는 이들을 비판합니다.
설교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부분은 아브라함과 요셉과 모세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이들이 하느님 말씀을 어떻게 따랐는지, 또 하느님께서 어떻게 함께하셨는지를 이야기합니다(7,2-38). 둘째 부분은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우상을 섬기면서 하느님을 배신한 이스라엘 백성의 불충과 성전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최고의회 사람들을 직접 겨냥합니다(7,39-53).
이 둘째 부분에서 스테파노는 최고의회 사람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관한 것으로 “지극히 높으신 분” 곧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집에는 살지 않으신다”고 단언한 것입니다(7,49). 이사야 예언자의 말을 근거로 든 이 말은 하느님이 사람의 손으로 지은 성전보다 더 크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최고의회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몹시 귀에 거슬렸습니다. 그들은 스테파노를 고발한 사람들이 거짓 증인들을 내세워 “이 사람은 끊임없이 이 거룩한 곳과 율법을 거슬러 말합니다. 사실 저희는 그 나자렛 사람 예수가 이곳을 허물고 또 모세가 우리에게 물려준 관습들을 뜯어고칠 것이라고, 이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6,13-14)라고 말한 것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테파노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최고의회 사람들을 향해 “목이 뻣뻣하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여, 여러분은 성령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하고 질책하고는 “의로우신 분께서 오시리라고 예고한” 예언자들을 죽인 조상들처럼 그들이 “그 의로우신 분을 배신하고 죽였다”라고 적시한 것입니다(7,51-52).
– 예루살렘 성 스테파노 기념 성당 구내의 스테파노 상. BiblePlace.com
순교
이 말에 최고의회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갑니다. 반면에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해서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하고 말합니다(7,54-56). 스테파노의 이 말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최고의회에서 신문을 받으셨을 때 시편 말씀(110,1)을 인용해 “이제부터 사람의 아들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을 것”(루카 22,69)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스테파노는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라고 증언함으로써,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고의회 사람들에게는 스테파노의 말이 엄청난 신성모독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귀를 막고는 일제히 스테파노에게 달려들어 성 밖으로 몰아내고서는 돌을 던집니다. 스테파노는 돌을 맞으면서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라고 기도합니다(7,59). 이 기도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하고 기도하신 그대로입니다. 스테파노는 또 무릎을 꿇고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하고 외치고는 숨집니다. 이 말 역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루카 23,34) 하고 기도하신 것을 상기시킵니다.
이로써 스테파노는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첫 순교자가 됩니다. 첫 순교자 스테파노의 죽음은 여러 면에서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님의 죽음을 본받는 것으로 제시됩니다.
예루살렘 동쪽 성벽에는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사자문’이라는 성문이 있습니다. 성벽에 사자(정확히는 퓨마) 모양의 문양이 있다고 해서 ‘사자문’이라고 하지만, 이 문을 또한 ‘스테파노의 문’이라고도 부릅니다. 첫 순교자 스테파노가 이 문 밖에서 돌아 맞아 순교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예루살렘을 순례할 때 한 번쯤은 이 성문을 통과하게 되는데 첫 순교자 스테파노를 떠올리며 잠깐이라도 기도하면 좋을 것입니다.
– 키드론 골짜기에 있는 스테파노 순교 기념 정교회 수도원. BiblePlace.com
박해의 시작
스테파노의 순교는 최고의회를 비롯해 열성적인 유다인들에게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신자들에 대한 공격, 곧 박해의 신호탄이 됩니다. 그 박해에 선봉을 선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스테파노에게 돌을 던질 때 겉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젊은이의 발아래 두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7,58). 스테파노가 죽임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 사울은 교회를 없애 버리려고 집집마다 들어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끌어다 감옥에 넘깁니다. 큰 박해가 시작되면서 사도들 말고는 모두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집니다(8,1.3).
박해는 신자들을 흩어지게 하지만 또한 사방으로 흩어진 신자들은 또한 복음을 전하는 새로운 씨앗이 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부활과 승천으로 이어지듯이, 예수님을 믿는 신자들에 대한 박해는 오히려 예수님에 관한 복음이 널리 전파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5월호, 이창훈 알퐁소(전 평화신문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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