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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성서의 해: 구약에서 신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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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31 조회수8,158 추천수0

[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구약에서 신약으로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성서의 해 II’를 맞아, 신약성경을 주제로 여러분들과 함께하게 된 정천 사도 요한 신부입니다. 먼저 오랜 기간 ‘빛과 소금’ 지면을 통해 구약성경을 주제로 주옥같은 글들을 남겨주신 박형순 신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스물여섯 주의 시간. 언뜻 생각하기에 긴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27권으로 구성된 신약성경을 모두 다루기에는 그리 넉넉한 시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각 권이 포함하는 모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보다 개괄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통해 신약성경을 읽는 교우분들에게 부족하게나마 길잡이 성격의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본 원고의 목적을 미리 밝혀두고자 합니다.

 

우리는 보통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을 구분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지난 시간 동안 살펴본 구약(舊約)성경은 하느님의 말씀, 그리고 그분께서 계약을 통해 당신 백성으로 삼으신 이스라엘의 역사와 그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에 신약(新約)성경은 예수님의 말씀, 그리고 그분의 피로 맺으신 계약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하느님 백성인 교회 공동체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약과 신약은 사실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나타나는 예언과 하느님의 말씀, 즉 이스라엘 백성이 간절하게 기다려 온 해방과 구원의 말씀이 예수님이라는 인물 안에서 구체적으로 성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구약에서 계시하신 모든 것을 완성하시고 새롭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마련된 구원의 길은 이스라엘을 넘어서 이방인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을 믿는 모든 이에게 열리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약’은 이전의 것과 전혀 무관한 새로운 무엇이 아니라, ‘구약’을 완성하는 의미에서의 ‘새 계약’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구약과 신약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신약은 구약 안에 숨겨져 있고, 구약은 신약 안에서 밝혀진다.” 따라서 우리가 신약성경을 읽을 때는 구약성경과의 연속성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하고, 실제로 신약성경의 저자들 또한 구약성경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글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신약성경을 이해하는 바탕이 되고,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을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신약성경을 구성하는 책들은 본래 낱권으로 각각 존재하던 그리스도교 문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헌들이 점차 교회의 권위를 얻어 하나의 작품으로 결집되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 이를 ‘정경화’라고 부릅니다 -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스물일곱 권의 신약성경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책들은 문학 유형에 따라 복음서, 서간, 묵시록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의 순서에 따르면 먼저 네 복음서(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가 등장하는데, 기본적으로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책들입니다. 앞의 세 복음서(마태오, 마르코, 루카)는 서로 공통되는 부분이 많아 함께 비교하며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공관(共觀)복음서라 불리는데, 이와 성격이 다른 요한 복음서를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네 복음서 다음에는 사도행전이 나오는데, 사도들의 설교와 행적, 특히 베드로와 바오로의 선교 과정을 통해 점차 성장해 나가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서간의 유형을 지닌 작품들이 나오는데, 전통적으로 바오로 사도가 다양한 지역의 공동체들을 위해 쓴 것으로 여겨져 온 서간들이 먼저 나열됩니다: 로마서, 코린토 1·2서, 갈라티아서, 에페소서, 필리피서, 콜로새서, 테살로니카 1·2서, 티모테오 1·2서, 티토서, 필레몬서, 히브리서. 이어서 저자가 바오로가 아닌 서간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야고보서, 베드로 1·2서, 요한 1·2·3서, 유다서. 마지막으로 요한묵시록이 등장하는데 신약성경에서 유일하게 묵시문학에 속하는 작품으로 그리스도의 재림과 종말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 모든 책의 중심에는 우리 구원을 위해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 책들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길을 제시하십니다. 다음 주부터 여러분들과 이 생명의 길을 탐색하는 여정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2020년 5월 31일 성령 강림 대축일(청소년 주일) 인천주보 3면, 정천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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