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라삐 문헌 읽기: 노아와 홍수 세대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구약] 라삐 문헌 읽기: 홍수와 노아의 방주 살이 |1|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6-23 | 조회수7,279 | 추천수0 | |
[라삐 문헌 읽기] 노아와 홍수 세대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약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창세 6,5-6). 인류의 타락을 지켜보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신 것을 후회하셨지만, 한편 “당대에 의롭고 흠 없는 사람”(9절)이었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어’(8절 참조), 그를 곁에 두셨다. 하느님과 세상을 위로한 노아와. 하느님과 세상을 슬프게 한 세대는 이렇게 대비된다.
다음은 홍수를 오게 할지 말지 옥신각신하는 홍수 전 상황과 노아의 흠 없음을 전하는 유다교의 이야기 전승(미드라시 아가다)이다.
“‘이 아이가 주님께서 저주하신 땅 때문에 수고하고 고생하는 우리를 위로해 줄 것이다.’ 하면서, 그의 이름을 노아라 하였다”(창세 5,29).
노아가 태어나기 전에는 씨를 뿌려도 거두지 못하고, 밀과 보리의 씨를 뿌리면 가시와 엉겅퀴가 나왔다. 노아가 태어난 뒤에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와, 뿌린 것을 거두었다. 곧 밀 씨앗을 뿌리면 밀을 거두고 보리 씨앗을 뿌리면 보리를 거두었다. 노아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는 “수교하고 고생하는 우리”(직역: 우리의 손, 29ㄴ절)라고 한 대로 사람들이 손으로 일을 했는데, 노아가 태어나고 나서는 쟁기 등 도구를 마련하게 되었다.
라삐 요하난이 말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첫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그가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셨다. 소는 쟁기질하는 이의 말을 들었고, 밭고랑도 그의 말을 들었다. 인간이 죄를 지에 그분을 배신하자, 소도 밭고랑도 쟁기질하는 이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노아가 일어나자 그들은 복종하였다.
라삐 시므온 벤 라키시가 말하였다. 노아가 없을 때는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물이 올라와 죽은 이들의 무덤이 잠겼다. 그러나 노아가 오자 잠잠해졌다(탄후마 창세기 11; 창세기 라바 25,2).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6,7).
한 임금의 비유, 한 임금이 궁궐을 지어 말 못하는 이들을 그곳에 살게 하였다. 그들은 일찍부터 일어나 몸짓, 손짓, 손수건 등으로 임금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임금이 말하였다. “이들은 말을 못하는데도 일찍 일어나 몸짓, 손짓으로 존경을 표시하거늘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하랴.” 그래서 임금은 말을 할 수 있는 이들을 그곳에 살게 하였다. 그들은 궁궐을 장악하며 말하였다. “이 궁궐은 임금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다.” 임금이 명령하였다. “궁궐을 원래대로 되돌려라.”
이와 마찬가지다. 한 처음 세상이 창조되었을 때, 불이 올라와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큰 물의 소리보다 … 주님께서는 엄위하십니다.”(시편 93,4 참조)라고 한 대로이다. 전능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입도 없고 말할 줄 모르는데도 이러하거늘 인간이 창조된다면 얼마나 더하랴!” 그러나 에노스의 세대가 그분을 거슬러 일어나 배신하였고(창세 4,26 참조), 홍수 세대가 그분을 거슬러 일어나 배신하였다. …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이들을 없애고 예전 사람들을 오게 하자.” “그리하여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가 내렸다”(7,12)(창세기 라바 5,1).
“그분께서는 사람뿐 아니라 … 땅에 사는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셨다”(7,23).
사람이야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동물은 무슨 죄란 말인가?
라삐 여호수아 벤 카르하의 이름으로 전하는 한 사람의 비유. 한 사람이 자기 아들을 위해 혼인 장막을 세우고 온갖 연회를 마련했는데 갑자기 아들이 죽었다. 그는 혼인 장막을 펼치고 말하였다. “내가 아들을 위해서 이것을 만들었는데 이제 그가 죽었으니 이 장막이 무슨 소용이라.”
이와 마찬가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인간을 위해서 집짐승과 들짐승을 창조하였는데, 이제 인간이 죄를 지었으나 집짐승과 들짐승이 무슨 소용이라”(바빌론 탈무드 산헤드린 108ㄱ).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시편 8,5)
홍수 세대가 이방신을 섬기자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는 슬퍼하셨다. 두 천사 셈하자이와 아자엘이 그분 앞에 나와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당신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저희가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시편 8,5) 주시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무엇이 그보다 위에 있겠느냐?”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저희는 (사람 없이도) 만족합니다.” “만약 너희가 이 땅에 있었다면 악한 성향이 너희를 지배하여 사람들보다 더 완고하였을 것이다.” “저희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피조물들과 살아볼 테니 저희가 어떻게 당신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지 보십시오.” “내려가서 그들과 살아 보아라.”
그러나 그들은 내려가 잘생기고 제 욕구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들을 더럽혔다. … 셈하자이와 아자엘은 어느 날 여자들을 아내로 맞이하여 셈하자이는 아들 히와와 하야를 낳았다.
메타트론(천사)이 셈하자이에게 전령을 보내어 말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장차 세상을 멸하시고 홍수를 가져오실 것이다.” 셈하자이는 울면서 세상과 자기 자식들을 두고 슬퍼하였다. 그의 아들들은 어떻게 될까? 세상이 멸망하면 그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저마다 매일 낙타 천 마리, 말 천 마리, 소 천 마리를 먹던 식성들인데.
히와와 하야는 밤에 꿈을 꾸었다. 그를 가운데 하나는 큰 돌이 땅 위에 탁자처럼 펼쳐진 것을 보았는데, 그것에 줄들이 새겨져 있었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칼 같은 손으로 모든 줄을 지었으나 내 개의 방주는 남겨 두었다. 다른 하나는 온갖 종류의 나무가 심겨진 큰 포도밭을 보았다. 손에 도끼를 든 천사들이 그곳의 모든 나무를 잘랐는데, 세 가지가 달린 나무 한 그루만은 지르지 않았다.
그들은 깨어나 공포에 떨며 그들 아버지에게 갔다. 셈하자이가 그들에게 (꿈을 풀이하며) 말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장차 홍수를 가져오실 텐데 (네 방주와 세 가지가 달린 나무 한 그루를 상징하는) 노아와 그의 아들들만은 멸하지 않으시리라.” 그들은 이 말을 듣고 소리쳐 울었다. 그가 말하였다. “슬퍼하지 마라. 어차피 너희의 이름은 피조물 가운데 있을 수 없다. … 그러나 너희 이름 히와와 하야는 기억되리라.” 그들은 곧 잠잠해졌다(벳 미드라시 가운데 미드라시 아브키르 4,127-128쪽).
유다인들이 성찰한 노아의 흠 없음과 의로움의 결실은 소도 밭고랑도 그가 온 뒤로 그에게 순종하여 저주받은 땅에 저주가 풀려 뿌린 대로 거둘 수 있게 된 것, 사람들이 도구를 사용할 줄 알게 되어 수고를 던 것, 수시로 범람하여 무덤까지 적시던 강물이 잠잠해진 것 등에서 드러난다. 노아가 아니었으면 홍수 이후의 세상은 없었을 법하다.
반면 홍수 세대의 사악함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땅에 사는 죄 없는 생물들까지도 포기하셨다. 하느님의 심정은 배신당한 임금처럼, 연회를 준비하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처럼 절망스러우셨다.
인간보다는 나으리라고 큰소리치던 셈하자이와 아자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왔기만, ‘사람의 딸들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내로 삼으며’(창세 6,2 참조) 하느님 예상대로 세상을 더럽히고 다닌다. 그리하여 셈하자이 아들들의 꿈에서 드러났듯,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의 아들들만 남겨 두신 채 홍수로 세상을 멸하시려는 계획을 더욱 확고히 하신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5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