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라삐 문헌 읽기: 홍수와 노아의 방주 살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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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6-23 | 조회수7,660 | 추천수0 | |
[라삐 문헌 읽기] 홍수와 노아의 방주 살이
창세 6,9-8,19의 홍수 이야기는 방주 제작과 홍수, 그리고 비가 그쳐 방주에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다음은 이 대목과 관련된, 성경에는 없는 뒷이야기를 전하는 미드라시들이다.
“너는 전나무로 방주 한 척을 만들어라”(6,14).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회개하지 않으면 홍수를 일으키겠다고 경고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자 노아에게 전나무로 방주를 만들라고 명령하셨다. 노아는 회개하고 나무를 심었다. 사람들이 물었다. “이 나무는 무엇이오?” “하느님께서 이 땅에 홍수를 일으키시겠다고, 나와 가족이 피신할 방주를 만들라고 하셨소.” 그들은 비웃고 그의 말을 조롱하였다. 그럼에도 그는 나무에 물을 주며 키웠다. … 그들은 그런 그를 조롱하였다. 얼마 뒤 그는 나무를 자르고 목재를 톱질하였다. 그들이 또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소?” 그는 다시 경고했으나 그들은 여전히 회개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홍수를 일으키셨다. “이렇게 그들은 땅에서 쓸려 가 버렸다.”(7,23)라고 한 대로이다(탄후마 노아편 5).
“그 방주에 지붕을 만들어라”(6,16).
열두 달 내내 방주에서 지낸 노아는 낮의 햇빛도 밤의 달빛도 필요 없었다. 보석이 매달려 반짝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희미해지면 낮이 되었음을, 그것이 밝게 반짝이면 밤이 되었음을 알았다(창세기 라바 31,11).
“까마귀는 밖으로 나가 … 왔다 갔다 하였다. … 비둘기가 그에게 돌아왔는데, 싱싱한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8,7.11).
까마귀가 노아에게 물었다. “다른 짐승도 많은데 왜 굳이 나를 보내십니까?” 노아가 말하였다. “너는 세상에 별 쓸모가 없다. 먹을 수도 없고 제물로 바칠 수도 없다.” … 까마귀는 나가 산꼭대기에서 사람 시체를 발견하여 … 먹고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비둘기를 내보냈는데 돌아왔다.
비둘기는 어디에서 그것을 가져왔나? 에덴 동산에 문이 열려 있어 그곳에서 가져왔다. 에덴 동산에서 가져왔다면 계피나 발삼(향신료) 이파리 같은 좋은 것을 가져왔겠지. 비둘기가 노아에게 말하였다. “인간한테서 나오는 단 음식보다. 올리브 이파리처럼 쓰더라도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이 더 낫습니다”(창세기 라바 33,5-6; 레위기 라바 31).
“그들은 방주에서 나왔다”(8.19).
노아의 아들 셈이 말하였다.
“우리는 방주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낮에 먹는 짐승에게는 낮에 먹이를 주고 밤에 먹는 짐승에게는 밤에 먹이를 주었다. 그런데 아버지 노아는 카멜레온이 무엇을 먹는지 모르셨다. 어느 날 아버지가 석류 껍질을 벗기며 앉아 계셨는데, 거기서 벌레가 떨어지자 카멜레온이 그것을 주워 먹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밀기울을 반죽하여 벌레가 생기면 그것을 카멜레온에게 먹이셨다. 사자가 열이 난 적도 있다. 열이 날 때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한번은 불사조가 방주 한구석에서 자는 것을 발견하고 아버지가 뭘 좀 먹겠냐고 물었더니, 그 새가 ‘당신은 너무 바쁘고 고생이 많으시니 저는 당신을 괴롭히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노아는 열두 달을 방주에서 지내면서 잠을 못 잤다. 짐승들을 먹여 살리느라 바빠서 아들들도 한숨을 못 잤다. 밤낮, 새벽 할 것 없이 저마다 다른 시간에 먹이를 먹었다. 먹이도 제각각이었다. 낙타는 지푸라기, 코끼리는 포도 가지. 말은 보리. 영양은 양파류 등. 한 번은 노아가 늦게 사자에게 먹이를 주었다가 사자가 그를 쳐서 다리를 절게 된 적도 있다((바빌론 탈무드 산헤드린 108ㄴ; 탄후마 노아편 9).
“죄악이 … 거짓을 낳는구나”(시편 7,15).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종류별로 모두 둘씩 방주에 들여라.” 모두 저마다 짝을 지어 들어갔다. ‘거짓’이 들어가려고 뛰어왔다. 노아가 말하였다. “너는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가려면 네 짝을 데려와라.”
거짓은 자기 짝에게 가서 간청하였다. 짝이 말하였다.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래?” “내가 모은 모든 것을 가져도 된다. 약속한다.” 그는 짝과 방주로 들어갔다. 그들이 방주에서 나왔다. 거짓은 계속 모았고 짝은 하나씩 가져갔다. 거짓이 짝에게 말하였다. “내기 모은 것 다 어디 있느냐?” 짝이 말하였다. “네가 모은 것 다 가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는 할 말이 없었다. “죄악을 잉태한 자가 재앙을 임신하여 거짓을 낳는구나”(시편 7,15)라고 한 대로이다(시편 미드라시 7,11).
“농부인 노아는 포도밭을 가꾸는 첫 사람이 되었다”(창세 9,20).
노아는 세속적인 인간이 되었다. “포도밭 때문이다. 그는 왜 무화과나 올리브 같은 것을 심지 않았나? 포도밭은 어디에서 생겨났나? 그는 포도 싹을 방주에 가져갔던 것이다. 무화과와 올리브의 싹도 가져갔다. “너는 먹을 수 있는 온갖 양식을 가져다 쌓아 두어라.”(6,21 참조)라고 한 대로이다.
노아가 포도밭을 가꾸는데 사탄이 와서 말하였다. “무엇을 심느냐?” “포도나무입니다.” “특징이 무엇이냐?” “포도나 건포도 다 열매가 달고, 포도주는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사탄이 말하였다. “함께 심에 보자.” 노아가 동의하였다. 사탄은 암양을 데려와 포도 넝쿨 위에서 잡았다. 그다음은 사자를 데려와 그 위에서 잡았다. 그다음 원숭이를 데려와 그 위에서 잡았다. 그다음 돼지를 데려와 그 위에서 잡았다. 그러고는 그것들의 피를 짜서 포도밭에 뿌렸다.
사탄은 노아에게 암시를 주었다. 인간이 포도주 한 잔을 마시면 양처럼 순하고 겸손해진다 두 잔을 마시면 사자처럼 용감해져 큰소리치기 시작한다. “누가 나보다 잘났나?” 세 잔 네 잔을 마시면 그는 원숭이처럼 일어나 춤을 추고 히죽거리다가, 모두 앞에서 저주를 퍼붓고는 자신이 뭘 했는지도 모른다. 잔뜩 만취하면 돼지처럼 된다. 진흙 범벅이 되어 오물 속에서 뒹군다. 의로운 노아에게 이 모든 것이 일어났다(창세기 라바 36,3; 31,14; 탄후마 노아편 13). 유다교 전승은 노아 홍수 본문을 두고 궁금증을 품으면서도 그 답을 찾으려고 애썼다.
홍수 예고 뒤에 노아가 나무를 심고 키우고 톱질하여 방주를 제작하는 동안, 그래도 죄인들 몇 명은 회개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이 모든 걸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조롱을 일삼고 회개에는 아랑곳없었다. 홍수를 피하려고 지붕까지 씌운 캄캄한 방주에서 어둠을 어떻게 견뎠을까? 방주 만들 때 천장에 달아둔 보석이 어둠을 밝혀 주었다.
그럼 종류별로 방주에 들어온 짐승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 노아와 아들들이 세심히 살펴 지마다 즐겨 먹는 것들을 마련해 주었고, 그것들 먹여 살리느라 잠도 못 자며 고생하였다.
왜 까마귀였으며, 왜 올리브 잎이었을까? 부정한 짐승에다 양식거리도 못 되는 까마귀에게 기회를 주었으나 제 묶을 다하지 못하였고, 비둘기는 에덴에서 하느님이 주신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왔다.
한편 홍수 이후에도 세상에 죄악이 사라지지 않다니 이상하다. 방수에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들였듯이 ‘거짓’ 한 쌍을 들인 것이 화근이다. 그들은 방주에서 나오면서부터 서로 헐뜯는다. 게다가 하느님께 신뢰받고 대재앙도 견뎌 낸 노아가 포도주에 무너지다니(창세 9,21 참조). 포도가 아닌 올리브나 무화과를 심었으면 괜찮았을까? 술 취한 노아를 양, 사자, 원숭이, 돼지 꼴에 비유한 유다인들의 평가와 반성이 참 혹독하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6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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