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민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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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3-23 | 조회수6,652 | 추천수0 | |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민수기
레위기에서 잠시 멈춘 듯 보였던 이스라엘의 여정은 민수기를 기점으로 다시 재개됩니다. 민수기는 시나이 산에서 머물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이 준비를 갖춘 다음, 광야에서의 40년 여정을 거쳐 모압 땅 경계에 있는 요르단 강 동쪽에 다다르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야에서’라는 뜻을 지닌 민수기의 히브리어 이름인 ‘베미드바르’는 민수기의 내용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 성경의 이 책의 제목은 ‘광야에서’라는 뜻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민수기입니다. 이 말은 칠십인역 성경의 이름인 ‘아리트모이(′Αριθμοί)’에서 온 것으로서, ‘숫자들(인구수)’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의 40년 여정 동안 총 두 번에 걸쳐 인구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이집트 탈출 후 둘째 해에 실시하였으며, 두 번째는 아론이 죽은 뒤에 실시하였습니다. 히브리어 성경과 칠십인역 성경의 제목이 다른 것은 민수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상이함을 의미합니다. ‘광야에서’라는 것에 초점을 둔 히브리어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머무는 삶의 자리를 기준으로 민수기를 바라보고 있으며, 숫자들(인구수)에 초점을 둔 칠십인역 성경은 이 책의 주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춰서 민수기를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1-25장까지 하느님을 의심했던 세대를 묘사한 뒤, 26장에서부터 끝까지는 새로운 인구조사를 실시한 뒤 희망의 새로운 세대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민수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 민수기 1장 1절부터 10장 10절까지는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머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인구조사(1-4장), 성소 봉헌(7장), 레위인들의 봉헌(8장) 등 탈출기와 레위기에서 말하는 제도들에 대한 정비를 완료함으로써 가나안 땅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그래서 첫째 부분에서는 이스라엘이 거룩하신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어떻게 하느님을 합당하게 모실 것인지에 대한 성소 규정과 제물에 대한 규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창세기와 탈출기에서 열 두 지파를 이야기할 때 목록에 포함되어 있던 레위 지파가 민수기에서는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민수기에 나오는 지파별 목록은 가나안 땅의 분할과 관련이 있는데, 레위 지파는 땅을 받는 대신 성막을 돌보는 일을 상속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만남의 천막을 돌보는 레위 지파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민수기 10장 11절에서 21장까지의 이야기로 시나이에서 모압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의 광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 마실 물과 먹을 음식이 부족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외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등 불확실한 미래가 드리워지자 이스라엘 백성에게서 불평이 터져 나오고 이 불평은 계속 반복됩니다. 앞서 이집트에서 탈출해서 석달 가량의 시간을 보낸 뒤 시나이 산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도 이스라엘 백성은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모세에게 찾아가 불평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과 민수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은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나인 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하느님의 거룩함에 속한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실 물과 먹을 음식, 외적의 침입에 대한 두려움 등에 대한 불평의 겉모습은 동일하지만, 지금 민수기에서 말하는 불평은 계약을 맺고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믿고 따르지 않는 하느님을 향한 불신의 표현이 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관대하게 대해주셨던 하느님께서 이번에는 엄하게 그들을 다스리십니다. 13-14장에서 하느님은 모세에게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줄 가나안 땅을 정찰하게끔 명령하십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지파별로 한 명씩 뽑아서 가나안 땅을 정찰하는데, 칼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열 명은 “우리는 그 백성에게로 쳐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강합니다.”(13,31)라고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자기들이 정찰한 땅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리면서 땅을 주겠다고 하신 하느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뒤이어 “우리가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죽었더라면! 아니면 이 광야에서라고 죽어 버렸으면!”(14,2)이라고 말하면서 더이상 하느님의 약속에 희망을 두지 않는 비관적인 태도를 내비치고 그 결과 하느님을 향한 불신의 죄를 지은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22-26장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모압 땅 경계에 위치한 요르단 강 동쪽에 다다른 뒤 모압 벌판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25장에서 이스라엘은 시팀에 머물면서 모압의 여자들과 불륜을 저지르고, 프오르의 신 바알을 섬겨 배교를 하게 됩니다.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저버린 결과 하느님께서는 이집트 탈출 1세대를 벌하시고, 26장의 인구조사를 통해 새로운 세대를 열어 보이십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민수기는 거룩함으로 불림을 받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완전한 회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27장에서 모세의 후계자로 여호수아가 선발되고, 28장부터 31장까지는 축제와 제물, 서원, 포로와 전리품에 대한 하느님의 규정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32장과 34-36장에서는 현재 점령한 요르단 강 동쪽과 앞으로 점령하게 될 땅의 분할을 위한 지침이 모세를 통해 소개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33장에서는 이집트에서 요르단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요약해서 다시 한 번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수기는 하느님을 따르는 거룩한 하느님 백성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약속의 땅에는 거룩한 백성만이 들어갈 수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레위기가 말하고 있는 거룩함에 대한 주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민수기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민수기의 주 배경인 광야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인간적인 판단과 신뢰의 근거가 없는 황량한 곳입니다. 불안함과 두려움 그리고 이를 통해 불신이 싹 터올 때 굳은 믿음과 그에 따른 결단으로 이를 이겨내고 끝까지 하느님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민수기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나안 땅 정찰 결과 칼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강성해 보이는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하느님의 땅은 인간적인 힘으로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나아가 하느님 백성의 삶은 무엇보다 하느님을 신뢰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것임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동영상 보기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1년 3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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