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아브라함의 계약(창세 15; 17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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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4-13 | 조회수3,997 | 추천수0 | |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아브라함의 계약(창세 15; 17장)
우리의 새로운 순례지는 아브람이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의 참나무 곁에서 천막을 치고 살던 곳입니다. 헤브론은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서안지구에 속하며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관할하는 도시입니다. 바로 이곳에 아브라함과 사라, 이사악과 레베카, 야곱과 레아가 안장된 막펠라 동굴이 있습니다.
아브람이 이곳에 머물렀을 때 하느님께서는 두 차례에 걸쳐서 그와 계약을 맺으셨습니다(창세 15장과 17장 참조). 이 계약은 유다인들에게도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계약이기 때문에 이 계약의 배경과 내용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브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하란을 떠나서 가나안 땅으로 내려온 후에도 하느님의 약속은 성취되지 않았습니다. 아브람은 실망한 나머지 자신의 종인 다마스쿠스 사람 엘리에제르를 상속자로 삼으려는 마음을 먹습니다. 이때 하느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시어 다시 한번 후손과 땅에 대한 약속을 주십니다. 그리고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겠다는 표지로 그에게 계약을 맺을 것을 제안하십니다(창세 15장 참조). 이는 계약의 당사자들이 갈라진 짐승 사이를 지나감으로써 계약을 비준하는 방식으로 고대 사회에서 종종 이루어지던 계약의 방식입니다. 이 계약을 어기는 쪽은 쪼개 놓은 짐승과 같은 운명을 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창세 15,17에 의하면 쪼개 놓은 짐승들 사이를 지나가신 분은 “연기 뿜는 화덕과 타오르는 횃불”의 형상을 하신 하느님뿐이셨습니다. 아브람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하느님께서 아브람과 맺은 계약이 아브람 편에서는 아무런 의무조항이 없는 무조건적인 계약이며, 하느님 편에서 일방적으로 이행의 의무를 지시는 계약임을 드러냅니다.
훗날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림으로써 하느님과의 계약을 위반한 결과로 바빌론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을 때, 그들은 창세기 15장의 아브라함의 계약에서 그들이 여전히 하느님의 백성이 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계약은 하느님께서 일방적으로, 또 무조건적으로 아브라함에게 주신 계약이므로, 그들은 이 계약에 근거하여 하느님과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후손임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창세기 17장은 사제계 본문으로 아브람이 99세 되었을 때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대해 전해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시 한번 아브람에게 땅과 후손을 약속하시며, 아브람이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될 것이기에 그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또한 사라이의 이름도 사라로 바꾸어 주시며, 사라가 아들을 낳고, 여러 민족들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이 말씀을 듣고 웃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거듭 약속을 확인하시며, 내년 이맘때 사라가 이사악을 낳게 될 것임을 예고하셨습니다.
아브라함과 아브라함에게 속한 이들은 모두 이 계약의 표지로 할례를 받았습니다. 이 계약에는 모든 남자는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할례는 고대 이집트와 시리아, 모압, 암몬, 에돔 등지에서 널리 행해지던 관습으로 주로 사춘기 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필리스티아인들과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할례를 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할례를 강조하게 된 것은 바빌론 유배 때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태어난 지 여드레 때 시행된 할례에 대한 규정이 창세 17,12(창세 21,4 참조)과 레위 12,3에만 언급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아브라함은 99세에, 이스마엘은 13세에 할례를 받았고, 아브라함의 종들도 모두 할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아브라함이 맺은 계약은 오직 이사악을 통하여 이어졌습니다. 약속의 계승은 할례를 통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이어졌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할례가 아니라 믿음을 통하여 아브라함의 후손이 됩니다(로마 4,16; 갈라 3,7 참조).
[2021년 4월 11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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