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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 이야기1: 구약의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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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18 조회수3,313 추천수0

구약 이야기 (1) 구약의 의문들

 

 

요즘 많은 신자분들이 성경을 읽고 공부하신다. 성경 전체를 통독하시는 신자분들은 물론, 손으로 그 많은 성경 전체를 필사하는 분들까지 계신다. 그런데 구약 성경을 읽다 보면 많은 궁금증들이 생긴다. 여러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창조 이야기는 물론 과장된 내용들, 시대에 뒤떨어지는 여성관과 노예에 대한 태도 등을 접하노라면 정말 이것이 하느님의 말씀이 맞는 것인가 싶은 의구심과 거부감마저 들게 된다. 우리는 왜 구약에서 이런 것들을 보게 되는 것일까?

 

먼저, 구약 성경은 그 당시 저자들이 선조들에게 전해 들은 지식들을 신앙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구약 성경의 많은 부분들은 처음부터 글로 쓰여진 것이 아니었다.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전해 듣듯, 히브리인들 역시 선조들의 많은 이야기들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 들었던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구전 전승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들에는 ‘메시지’가 있다.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때로 과장된 표현을 쓰기도 하고, 기존의 이야기를 변형시키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모든 글들에 대해서 객관성을 요구하지만, 2000년도 더 된 당시의 저자들에게 글의 객관성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야기의 메시지였고 교훈이었다. 그 때문에 많은 저자들은 구전 전승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이야기에 대한 수정이나 과장, 생략 등을 과감히 실행했다.

 

또한 그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어서 저자들의(또한 독자들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창조 이야기다.

 

우리는 때로 창조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 물을 때가 있다. 첫날에 빛을 창조하셨고, 둘째 날에 궁창을 만드셨고… 그런데, 궁창이 무엇인지 아는가? 궁창은 현대 과학에는 없는 개념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하늘이 물로 가득했다고 생각했다. 바다가 물로 가득 차 파랗듯 하늘도 물로 가득해서 파란색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온 세상이 위와 아래로 물로 뒤덮여 있는 셈이다. 그런데 위에 있는 물이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가? 그걸 유리막처럼 막아주고, 물로 뒤덮인 땅과 하늘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궁창이다. 일종의 유리 바가지인 셈이다. 이것이 그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던 과학 상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누가 하늘에 물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늘날에 와서 궁창 이야기를 진실인 양 떠들다가는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인식적인 바탕 안에서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하느님께서 온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시다!’ 빛을 몇째 날 창조하셨고, 인간을 몇째 날 창조하셨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히브리인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키셨던 하느님이 알고 보니 온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셨다는 사실. 이것이 이 이야기에 담긴 핵심이고 저자들이 전하고자 했던 진실인 것이다. 우리는 때로 손가락을 보느라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21년 5월 9일 부활 제6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정남진 안드레아 신부(용소막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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