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판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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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6-07 | 조회수4,013 | 추천수0 | |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판관기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뒤를 이은 여호수아를 중심으로 약속의 땅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각 지파별로 땅을 분배받고 약속의 땅에서 그들의 역사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여호수아도 죽고 이제 이스라엘에는 “주님도 알지 못하고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업적도 알지 못하는 다른 세대”(2,10)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한 분이신 하느님만을 섬기라는 모세의 가르침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바알과 아스타롯 등의 이방 신들을 섬기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여호수아기 마지막에서 분명하게 하느님을 섬기는 삶을 살아갈 때에는 축복이 주어지겠지만 하느님을 저버리고 모세의 가르침에서 돌아선 삶을 살아갈 때에는 땅을 빼앗기고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호수아가 경고했던 것처럼 미디안이나 필리스티아 등의 이민족들의 침략을 받는 등 무질서와 혼란이 도래하게 되었고 이에 이스라엘 백성은 다시금 하느님께 부르짖으며 도움을 간청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판관이 등장하게 됩니다. 판관기는 가나안 정착 이후 사무엘을 기점으로 해서 이스라엘에 왕정이 도입되기 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판관은 어원상 사법적 차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의미하지만 당시에는 정치, 사회, 종교 등의 사회 일반과 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지휘하는 지휘관 역할까지 수행하는 지도자를 의미했습니다. 판관기에는 총 12명의 판관이 등장하는데 판관기에서 소개하고 있는 분량에 따라 6명의 대판관(오트니엘, 에훗, 드보라, 기드온, 입타, 삼손)과 6명의 소판관(삼가르, 톨라, 야이르, 입찬, 엘론, 압돈)으로 구분됩니다. 또한 12명의 판관은 12이라는 숫자의 상징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판관기의 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1장 1절-2장 5절에서는 가나안 땅 정복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장 6절-3장 6절까지는 실질적인 판관기의 서론으로 이스라엘이 저지른 불충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가나안 땅을 정복해 가는 과정 속에서 바알과 아스트롯을 비롯한 이방 신을 섬기는 등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를 범하게 됩니다. 그 결과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약탈자들의 손에 넘기셨고, 그들은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민족들을 약속의 땅에 남긴 이유에 대해서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조상들과 같이 하느님의 길을 끝까지 성실하게 걷는지 시험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3장 7절부터 16장 31절에서는 본격적으로 12명의 판관들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재미난 사실은 판관기에 등장하는 모든 판관들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거나 자신의 부족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거나 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판관기는 이와 같은 사실을 통해서 판관은 하느님께서 뽑으신 도구일 뿐이며, 하느님께서 판관이 지닌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당신의 능력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신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서 주목할 점은 12명의 판관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활동을 시작할 때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금 하느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서 판관기는 이스라엘의 역사가 ‘죄 → 벌 → 회개 → 구원 → 평화 → 죄 …’ 순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죄가 팽배해지면(죄) 하느님께서 인간을 심판하시기 위해서 적을 도구로 사용하십니다(벌). 고통 중에서 이스라엘은 하느님께 부르짖게 되고(회개) 하느님께서는 판관을 임명하시어 이스라엘을 구원하십니다(구원). 얼마 동안의 평화가 이어지지만(평화) 인간들은 또다시 하느님을 잊고 죄를 짖게 됩니다(죄). 앞서 살펴봤듯이 신명기는 하느님은 한 분이시며, 하느님만을 섬기고 사랑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질투하시는 하느님으로서 이스라엘이 당신과 맺은 계약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판관기는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하느님과의 계약에 대한 철저한 준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12명의 판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특이한 점은 신명기계 역사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명기계 역사관에서는 왕정 제도를 비판하고 있으며, 예언자들의 위치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판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왕정 제도의 필요성과 장점이 전면으로 부각되고 예언자에 대한 언급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신명기에서는 예루살렘에 모두 함께 모여서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를 봉헌하는 반면, 판관기에서는 이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12명의 판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대목이 작중 연대상으로는 신명기 다음이지만, 실제 작성은 신명기보다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7-21장은 판관기의 부록과 같은 것으로, 단 지파의 이주와 벤야민 지파의 만행을 언급하면서 왕정이 수립되기 전 이스라엘에 팽배해 있었던 무질서와 혼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우상숭배와 정상적이지 않은 사제직 수행에 대한 이야기, 벤야민 지파의 야만적이고 반인륜적인 만행도 등장합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하느님께서 뽑으신 판관이 등장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역사의 발전과 이주민들의 정착 후 도시 발전이라는 측면을 놓고 본다면 판관이라고 하는 지도자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의 저자는 이 문제를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집트 탈출 과정을 겪으면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삶을 살아왔던 반면, 약속의 땅에 정착한 뒤 판관이 등장하면서 하느님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과정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후 사울 임금부터 시작하는 왕정체제로 전환을 맞이하면서 이러한 모습은 더욱 극대화되게 됩니다. 판관기부터 시작해서 이어지는 역사서의 이야기들은 이러한 과정을 우리에게 전해주면서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 하느님을 유일하신 하느님으로서 섬기는 것이 이스라엘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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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1년 6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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