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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모세의 사명(탈출 2,2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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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9-27 조회수3,071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모세의 사명(탈출 2,23-4,17)

 

 

지금 우리는 미디안 땅에 와 있습니다. 모세가 이 땅에 정착한 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는 장인의 양 떼를 치면서 살았습니다. 그는 이집트 땅에서 고통받는 동포들을 구하고자 이집트인을 죽이기까지 하였지만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실패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곳 미디안 땅까지 도망쳐와야 했습니다. 어쩌면 모세는 이집트에서의 모든 일을 잊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고통받고 있는 동포들의 처지에도 눈을 감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한시도 그들을 잊지 않으셨고, 모세가 준비가 될 때까지 인내롭게 기다리셨습니다. 마침내 모세를 죽이려고 했던 파라오가 죽자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찾아오십니다.

 

탈출기 3,1-4,17과 6,2-13은 모세의 ‘소명사화’로 불리는 이야기입니다. 소명사화는 어떤 사람이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소명을 받는 과정을 전해주는 이야기로, 일정한 양식에 따라 전개됩니다. 부르시는 분(하느님 혹은 하느님의 천사)의 소개와 인사에 이어 사명이 주어집니다. 그러면 부르심을 받은 이는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곧, 자신이 왜 그 사명을 수행할 수 없는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이어서 하느님의 도우심에 대한 보증이 주어지며, 때로는 파견을 확인하는 표지가 제시되기도 합니다.

 

모세는 장인의 양 떼를 이끌고 호렙산에 갔을 때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게 됩니다. 호렙산은 모세오경의 다른 곳에서는 시나이산으로 일컬어집니다. 시나이산의 실제 위치가 어디인가 하는 문제는 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흔히 시나이 반도에 있는 예벨 무사라고 하는 산을 성경의 시나이산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예벨 무사는 미디안 땅에서 양 떼를 이끌고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모세가 양 떼를 이끌고 갔던 호렙산은 미디안 땅, 곧 아카바만 동쪽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이 산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는 모세의 소명사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세는 이 산에서 불타는 떨기(히브리어로 ‘세네’)를 보았습니다. 불꽃이 이는데도 떨기가 타서 없어지지 않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모세가 가까이 다가오자 하느님께서 떨기 한가운데서 그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네 아버지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고 소개하십니다(탈출 3,6). 그리고는 모세에게 이집트에서 노예살이하는 그의 동족을 구해 내라는 사명을 주십니다. 그의 사명은 이중적입니다. 하나는 이스라엘의 원로들에게 가서 하느님께서 그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실 것임을 전하는 것입니다. 오랜 고통에 지치고 절망한 이들을 설득하여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희망을 향해 일어서게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다른 사명은 파라오에게 가서 그를 설득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예배하기 위해 이집트 땅을 떠나는 것을 허락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사명 모두 뛰어난 설득의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모세는 다섯 번이나 자신은 이 일을 할 수 있는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이의제기를 합니다. 자신이 입도, 혀도 무딘 사람임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까지나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하실 것임을 강조하는 당신의 이름(야훼)을 모세에게 계시하시고, 아론을 모세의 대변자로 세워주시며, 당신께서 모세를 파견하신다는 것을 드러내는 두 가지 표징(뱀으로 변하는 지팡이와 나병 든 손의 치유)을 주십니다. 그제야 모세는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수락하고, 장인 이트로에게 이집트로 돌아가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하여 모세는 미디안 땅에서 사십 년을 보낸 후 여든 살이 되었을 때 이집트로 돌아가게 됩니다(탈출 7,7 참조).

 

[2021년 9월 26일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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