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광야에서 만난 하느님(탈출 15,22-17,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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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1-09 | 조회수2,199 | 추천수0 | |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광야에서 만난 하느님(탈출 15,22-17,16)
서른두 번째 순례 여정의 출발지는 갈대 바다에서 수르 광야로 들어서는 입구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마라를 지나 엘림이라는 오아시스에 잠시 머물렀다가 신 광야를 거쳐 르피딤에 이릅니다. 그곳을 떠나 이집트를 떠난 지 두 달 만에 드디어 시나이산에 도착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곳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그 산자락에서 약 1년간 체류한 후 다시 길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서른두 번째 여행은 약 두 달간 지속되는 꽤 긴 여정입니다. 그것도 거친 광야를 지나는 여정이기에 앞으로 겪게 될 시련에 대비하여 각오를 단단히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보게 될 풍광은 굉장히 낯설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들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건조한 지역에서 자랄 수 있는 가시덤불들만이 간간이 보일 뿐 거친 황토로 뒤덮인 광야는 한없이 메말라 보이기만 합니다.
우리는 이 광야 길을 차를 타고 지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걸어서 지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고 갈 수 있을 만큼의 물과 음식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가져간 양식과 물이 떨어지면 굶주림과 목마름이라는 시련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련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지닌 믿음의 정도를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로 하느님을 신뢰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마라라는 곳에 도착하였을 때는 가져간 물도 다 떨어지고,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 가던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마라에는 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물이 너무 써서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극한 상황을 감당할 힘이 없었던 이스라엘 백성은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나무 하나를 보여주셨습니다. 모세가 그것을 물에 던지자 그 물은 단물로 변화되었고, 백성들은 갈증을 가실 수 있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엘림에서는 야자나무 일흔 그루가 자라는 큰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 광야에 이르렀을 때는 가져간 양식도 모두 떨어지고 굶주림에 지친 나머지 그들은 이집트에서의 삶을 그리워합니다. 약속의 땅을 향한 이 여정이 그저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질 따름입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만나와 메추라기 고기로 그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셨습니다. 르피딤에서는 바위에서 솟는 물로 그들의 갈증을 채워주셨습니다. 이 두 달간의 여정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의 결핍으로 고통을 겪었고, 그 고통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불평과 그들을 보살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불신이었습니다. 그들의 계속되는 불평과 불신과는 대조적으로 하느님께서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셨습니다.
한편 그들이 르피딤에서 쉬고 있을 때 그들은 아말렉족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때에도 주님께서는 그들을 지켜주셨으며, 무사히 시나이산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습니다. 이처럼 광야는 결핍과 안전의 위협을 체험한 곳이지만, 동시에 매 순간 그들을 구원하시고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광야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비로소 자만과 불신으로 얼룩진 우리의 민낯을 직면하게 되고, 우리를 지켜준다고 믿었던 거짓 위안들의 정체를 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광야 여정은 거짓 위안이 아니라 참된 위안이신 하느님을 알아보고 그분을 믿고 따르는 참된 신앙에 이르게 되는 여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인생길에서 만나는 온갖 시련과 어려움은 없애야 할 걸림돌이 아니라 성숙과 성장을 위한 디딤돌인지도 모릅니다.
[2022년 1월 9일 주님 세례 축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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