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요르단 강과 세례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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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1-10 | 조회수2,006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요르단 강과 세례 축일
우리는 예수님이 세례 받으셨다는 요르단 강을 한강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큰 강으로 상상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시편 42,2) 물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요르단 강도 실제로 보면 황당하리만큼 거대(!)하지요. 도랑 정도의 크기거든요. 오죽하면, 모세 할아버지가 느보 산에서 가나안을 두루 살필 때(신명 34,1-3) 요르단 강 사이즈를 보고 어이가 없어 돌아가셨다는 우스개소리도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강은 이스라엘에 없으니, 요르단 강은 명실공히 이스라엘의 젖줄인 셈입니다. 물이 귀한 나라에서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존재지요.
수원(水源)은 이스라엘 가장 북쪽에 자리한 헤르몬 산입니다. 최고봉 2800미터에 달하는, 5월까지 눈이 쌓여 있는 산입니다. 시편 133,3에는 “헤르몬의 이슬”을 찬양하는 구절이 나오지요: “시온의 산들 위에 흘러내리는 헤르몬의 이슬 같아라. 주님께서 그곳에 복을 내리시니 영원한 생명이어라.” 요르단 강은 헤르몬의 이슬이 모여 흐르는 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야 유랑을 끝낸 이스라엘 백성이 이 강을 건너 가나안에 들어가지요(여호 3장). 그때 홍해가 갈라지듯 요르단 강이 갈라져 백성은 마른 땅을 딛고 건넙니다. 이 기적이 있은 뒤 이스라엘 백성에게 요르단 강은 특별한 의미로 각인됩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엘리사는 악성 피부병을 앓던 아람 장군 나아만에게 요르단 강에서 몸을 씻으라고 조언해 주었고요(2열왕 5,1.10), 신약 시대에는 예언자 복장을 한 요한(마르 1,6; 2열왕 1,8; 즈카 13,4 참조)이 같은 강에서 세례를 주었습니다. 나아만이 요르단 강에서 병을 씻고 새 살을 얻었듯이, 요한은 그곳에서 세례를 주며 죄를 씻고 이집트 탈출 때의 초심을 되찾으라고 촉구하였습니다.
요한은 군중 사이에 예수님이 계시는 걸 보고 놀랍니다(마태 3,14). 하지만 예수님의 세례는 죄를 씻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상징 행위였습니다. 물은 생명 유지에 필요하지만 죽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요나 2,6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묘사할 때 심연의 물이 목까지 차오른다는 표현을 씁니다: “물이 저의 목까지 차오르고 심연이 저를 에워쌌으며(...)” 예수님이 요르단 강물에 잠기신 것도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물에서 다시 올라오신 건 부활을 상징합니다. 지금도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옛 삶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겠다고 서약하며 새로운 이름을 받지요. 바오로 사도는 세례를 받은 이에게는 성령이 내려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된다고 하였습니다(로마 8,15-17).
묵은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한 지금, 예수님의 세례 축일은 한 해의 마라톤을 다시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합니다. 요르단 강은 오늘도 성지를 흐르며, 지난해의 악습이나 아픔일랑 자기에게 흘려보내고, 새해에는 한층 더 주님의 제자다운 모습으로 거듭나라고 속삭이고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1월 9일 주님 세례 축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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