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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 성경의 12 순간들6: 사마리아의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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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5-08 조회수2,313 추천수0

구약 성경의 12 순간들 (6) 사마리아의 멸망

 

 

남유다로부터 갈라져 북이스라엘을 세운 예로보암은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제물을 바치고 예배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신심 깊은 백성들의 민심이 남유다로 쏠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북쪽에도 뭔가 정신적인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예로보암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금송아지 둘을 주님의 상징물로 만들어 남쪽 ‘베텔’과 북쪽 ‘단’에 안치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북이스라엘의 백성들은 이 금송아지를 보고 하느님 신앙과 가나안 신의 숭배를 혼동하게 된다. 가나안과 이집트에서 송아지나 황소는 풍산과 힘을 상징했고, 특히 폭풍우의 신 바알은 늘 황소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북이스라엘에는 우상숭배가 만연하게 되고, 종교 혼합주의에 빠져 이방 민족의 풍속을 따라가게 된다. 열왕기는 말한다. “주 저희 하느님의 계명을 모두 저버린 채, 자기들을 위하여 쇠를 녹여 부어 송아지 형상을 두 개 만들고 아세라 목상을 만들었으며, 하늘의 모든 군대를 예배하고 바알을 섬겼다. 더구나 그들은 자기 아들딸들을 불 속으로 지나가게 하고, 점괘와 마술을 이용하였다. 이렇게 그들은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르는 일에 자신들을 팔아 주님의 분노를 돋우었다.”(2열왕 17,16-17) 엘리야, 엘리사, 아모스, 호세아 등 예언자들이 나타나 북이스라엘의 타락을 지적하고 하느님의 심판을 경고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잃은 백성들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혼란한 시국 속에 북이스라엘에서는 200년 동안 무려 스무 명이 왕위에 오른다. 왕조도 아홉 번이나 교체된다. 특히, 북이스라엘이 멸망(기원전 722년)하기 전, 25년 사이에는 여섯 명이 왕위에 올랐다. 그 임금들 대부분이 폐위되거나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암울하고 혼란한 시기였기에 백성들이 더욱 우상숭배에 빠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느님을 멀리했던 북이스라엘은 결국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 제국에게 멸망하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 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으니, 그것은 바로 아시리아의 강제 이주정책이었다. “아시리아 임금은 사마리아를 함락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아시리아로 끌고 가서 할라와 고잔 강가 하보르와 메디아의 성읍들에 이주시켰다.”(2열왕 17,6) 뿐만 아니라, “아시리아 임금은 바빌론과 쿠타와 아와와 하맛과 스파르와임에서 사람들을 데려다가, 이스라엘 자손들을 대신하여 사마리아 성읍들에 살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사마리아를 차지하고 그 성읍들에서 살았다.” 사마리아가 어디인가? 북이스라엘의 수도다. 이제는 완전히 집주인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남아있던 유다인들도 이제는 이주해 온 이방인들과 어울려 살며 결혼해 살게 되었으니 결국 피가 섞이고 만다. 그러니 남유다 왕국의 유다인들이 볼 때, 북이스라엘의 유다인들은 더 이상 자신들과 같은 민족이 아니었다. 예수님 시대에까지 사마리아인들이 이방인 취급을 받고, 천대 받았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2022년 5월 8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정남진 안드레아 신부(용소막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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