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약 성경의 12 순간들11: 성전 건립과 율법 공동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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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6-20 | 조회수1,929 | 추천수0 | |
구약 성경의 12 순간들 (11) 성전 건립과 율법 공동체
큰 뜻을 가지고 귀향했지만, 이들의 상황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유배되지 않고 이스라엘에 머물러 있던 “남은 자들”(에즈 1,4)은 그들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 그래도 귀향한 유다인들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하느님의 성전을 짓는 일. 도성은 사라지고 왕국도 없었지만, 그런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그들은 먼저 성전을 지어야 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하느님의 현존이었고, 축복의 통로였기 때문이다. 성전을 중심으로 모이고 성전에서 예배드리는 일, 백성들을 그것에서부터 다시 일어서야 했다. 주님이야말로 새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말했다.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나오는 강,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 47,9).
사마리아인들의 방해가 있었지만, 기원전 515년 마침내 그들은 성전을 완공한다. 물론 성전은 하까이 예언서의 말대로 작고 초라했다. “지금은 이 집이 너희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너희 눈에도 있으나마나 하지 않느냐?”(하까 2,2) 하지만, 하느님은 약속하신다. “내가 이 집을 영광으로 가득 채우리라. … 이 집의 새 영광이 이전의 영광보다 더 크리라”(하까 2,7.9)
이것이 솔로몬이 세운 제1성전에 이어, 제2성전이라고 불리는 성전이다. 이것을 이후에 헤로데(B.C 37-4)가 큰 규모로 재건하게 되고, 이 성전이 예수님 시대를 거쳐 기원후 70년에 로마군에 의해 무너질 때까지 이스라엘의 중심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새롭게 지어진 성전에는 제1성전과 달랐던 점이 있다. 계약의 궤가 없다는 것이다. 유배 이후, 계약의 궤는 사라져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 하느님 현존의 상징이었던 궤가 없는 지금, 이제 무엇이 구심점이 되어 줄 수 있었을까? 백성들은 무엇을 중심으로 다시 뭉치고, 무엇을 통해 하느님을 섬기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말씀(율법)이었다. 이제 신앙의 중심은 말씀과 율법 준수로 넘어가게 된다. 왕국도, 임금도 없는 지금 이제 ‘성전’과 ‘말씀’은 그들 삶의 새로운 중심이 된다.
에즈라는 그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사제이자 율법학자였던 에즈라는 느헤미야와 더불어 새 이스라엘을 건설하는데 절대적인 초석이 되었던 사람으로서, 종교제도와 전례와 관련된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사실 유배 이후 분열되고, 이방인들과 뒤죽박죽 섞여버린 유다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결합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성전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었지만, 아직 그들을 내적으로 결속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다. 에즈라는 백성들에게 성경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백성들은 그 말씀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모세의 율법대로 살지 않았던 과거의 삶을 반성했다. 임금이 없어도, 혹은 본토를 떠나 흩어져 살게 되어도(디아스포라), 이제 말씀은 유다인들을 하나로 묶어 줄 것이다. 수백년이 흘러 다시 성전이 무너지고 또다시 나라를 잃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말씀은 이제 그들의 정체성이 된다.
[2022년 6월 19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정남진 안드레아 신부(용소막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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