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기혼 샘과 실로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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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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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1-12 | 조회수7 | 추천수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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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기혼 샘과 실로암
예루살렘의 구도시(old city)에 가면 ‘기혼 샘’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마르지 않은 이 샘 덕분에, 예루살렘은 광야를 낀 건조한 기후에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중요성을 반영하듯 솔로몬은 기혼 샘에서 기름부음을 받아 왕위에 올랐고(1열왕 1,45), 이후 샘 위로 자리한 산 정상에 성전을 봉헌하였습니다. 지금은 그곳에 회교 사원이 지어져 있지만, 한때는 에덴 동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성지였습니다.
원조들이 살았던 동산 “에덴”은 ‘풍요’ ‘즐거움’ ‘기쁨’을 뜻합니다(시편 36,9: “당신께서는 그들에게 당신 기쁨[아다네하]의 강물을 마시게 하십니다” 참조). 이 뜻처럼 에덴동산은 ‘파라다이스’라 칭해지는데요, 파라다이스는 페르시아어 [파이리다에자]에서 나온 말로 ‘과일나무 정원’ ‘울타리가 쳐진 공원’을 의미합니다. 이 페르시아어가 에덴동산과 관련하여 최초로 쓰인 곳은 그리스어 번역 성경인 <칠십인역>입니다. 거기서 에덴동산을 그리스어 [파라데이소스]로 옮겼는데(창세 2,8.16 등), 이는 에덴에 과일나무 정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에덴동산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간-에덴]도 ‘에덴 정원’으로 직역되므로 ‘파이리다에자’와 상통하며, 울타리가 쳐진 점도 닮았습니다. 원조들이 에덴에서 쫓겨난 뒤로 에덴 입구는 커룹이 불 칼을 들고 지키게 되었지요(3,24). ‘파라데이소스’는 이후 라틴어 번역 성경 <불가타>에서 라틴어 [파라디수스]로 옮겨져 우리에게 파라다이스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에덴에는 무화과, 선악과, 생명나무 등이 자랐고, 에제 31,8에 따르면 향백나무, 방백나무(사이프러스), 버즘나무(플라타너스 종류)도 있었습니다. 또한 창세 2,5-6에 따르면, 에덴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땅 밑에서 올라오는 안개 같은 물이 지면을 적셔주었습니다. 이 물이 네 강줄기가 되어 흘러나갔으니, 에덴 동산은 가히 생명수의 원천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넷 가운데 “기혼”(13절)이라는 강이 상징적입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샘의 이름과 같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창세기의 저자는 잃어버린 에덴동산을 기혼 샘 위로 지어진 예루살렘 성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암시한 듯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에제키엘도 비슷한 신탁을 전합니다. 새 성전에서 흘러나올 생명수가 가는 곳마다 생기를 넣어주어, 에덴동산에서처럼 온갖 과일나무들이 자라게 되리라고 말입니다. 바로 이 예언은 훗날 몸소 성전이 되시는 예수님에게서 실현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나를 믿는 사람은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요한 7,38)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더구나 기혼 샘은 기원전 8세기 유다 임금 히즈키야가 터널을 뚫어 실로암 못과 연결되었는데, 예수님께서 태생 소경을 보내 고쳐 주신 곳이 실로암이니(요한 9,1-12), 그 소경은 에덴의 생명수에 힘입어 새 삶을 되찾은 셈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11월 9일(다해)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평신도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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