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해변의 예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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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중규 | 작성일2001-03-07 | 조회수3,511 | 추천수0 | |
예수 그리스도는 물의 사람이셨다.
특히 물가에서 그분은 매우 아름답고 부드러워지신다.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시면서 그분의 공생활은 시작되었고, 첫 전도 여행지 역시 호수의 땅 가파르나움이었다.
그뿐 아니라 첫 제자들을 부르신 곳도 갈릴래아 호숫가였고, 군중들을 가르치시고 온갖 병을 고치고 마귀 떼를 쫓으시고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들을 행하신 곳도 호숫가였고, 풍랑을 잠재우고 물위를 걸으신 믿음의 이야기를 낳으시고, 어린이를 축복하신 아름다운 곳도 호수였다.
그뿐인가.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구하시고, 가나의 혼인잔치에선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고, 눈물로 회개하는 여인에 의해 향유로 머리에서 발등까지 아름다운 머리칼로 닦이셨던 분, 피와 물을 한 방울까지도 몽땅 쏟으며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셨던 어린양, 물 없이는 못 견디어 "목마르다"하신 그분, 그분은 부활하신 후에도 티베리아 호숫가에 나타나시어 일곱 제자들과 아름다운 사랑의 시간을 나누며 재회를 기약하신다.
호반의 사람, 해변의 예수, 복음서를 보라. 인간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모두 물과 함께 한다.
물처럼 부드럽고 물처럼 생명적이고 물처럼 맑고 티없는 그분의 빛을 보라.
특히 티베리아 호숫가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가슴 한 가운데가 감동되어 마치 내가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에 눈물이 솟치기도 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지극한 사랑과 그에 대응하는 베드로의 진솔한 사랑, 그것이 설사 아가페와 필로이아의 차이를 띠고 있을지라도 그 둘은 친화력에 의해 아름답게 하나로 만난다. 그 사랑이 나를 울린다.
참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스승과 제자들 사이의 애잔스런 그리움 같은 그 사랑의 물결치는 흐름은 가히 숯불적인 정감(情感)이다.
여기서 제자들은 재출발을 한다. 마치 3년전 역시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고기잡이의 기적체험 후에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새 삶을 향해 출발했듯이. 사실 두 이야기는 얼마나 흡사한가. 그러나 그 땐 아직 보다 육적인 성격을 띠었지만 이젠 그들은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 오순절 성령강림에로 나아간다. 다른 제자들도 그러하지만 특히 베드로는 그날 주님의 그 지극한 사랑 안에서 직접 치유를 받아 그분과의 진정한 일치를 이루게 된다.
사실 사랑의 길은 치유의 길, 곧 온전함에로 나아가는 길이다. 치유된 베드로는 주님을 따라 예루살렘을 향해 순교의 각오를 지니고서 나아간다.
그래 삶의 괴롬으로 슬퍼 울음울 때, 참으로 깊고 고요히 눈물지을 때, 그날 갈릴래아 호수 위를 걸어오신 그 모습으로, 그 고인 눈물 위로 다가오시는 그분을 볼 수 있으리라.
하여 햇살 맑은 바닷가 모래 위에 앉아 있으면, 그날 티베리아 해변에 기쁨으로 나타나셨던 그 모습으로, 불현 내 곁에 그분이 계심을 깨닫고 부활의 주님을 향해 물 위로 벌거벗고 달려오는 베드로처럼 춤추는 기쁨이 몸을 떨게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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