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유다인의 결혼: 결혼하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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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3,900 | 추천수0 | |
[성서의 풍속] 유다인의 결혼 : 결혼하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다.
라헬은 어느날 남편 야곱에게 말한다. "내가 당신의 자식을 낳게 해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난 콱 죽어버리겠소."(창세 30,1참조) 왜 유다인들은 자녀 출산에 그토록 집착했을까? 당시에는 요즘처럼 사회 보장 제도가 따로 없었다.
그러므로 노인들을 책임지고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젊은 자식들의 몫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녀는 일종의 인생의 보험과 같았다. 그래서 젊은 남녀가 가정을 이루어 건강한 자녀를 낳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 중에서도 가장 큰 축복이었다.
탈무드에는 "아내가 없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대목이 있다. 즉 결혼을 하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만큼 유다인들은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창조사업은 결혼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창세 1,28참조) 유다인들에게 결혼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자녀의 출산에 있었다. 성서에 보면 유다인들이 자녀에 대해서 갖고 있던 집착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통해 한 몸을 이루며 자식을 낳고 번성하는 일은 하느님의 축복으로 이해된다.(창세 1-2장 참조) 그래서 남녀의 결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요, 창조 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한 남자의 군대 징집을 1년 유예함으로써 결혼과 가정을 사회 복지 차원에서 보호했다.(신명 20,7 참조)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결혼에서 여자는 아버지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따랐다.
그러나 결혼은 어떤 경우에도 여자의 동의가 있어야 성립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이스라엘에서는 죽은 형의 아내, 즉 형수와 결혼하는 제도가 있었다.(창세 38,8 참조) 실제로 이런 관습이 고대 이스라엘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의 근본적인 목적도 가문의 대를 잇는 데 있었다.
그런데 유다인들에게 결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남자가 어떤 여자를 자기의 아내로 맞이하려면 선물을 주거나 계약서를 써 주어야 했다. 가끔 동거에 의해서도 성립되었지만 그 남자는 채찍을 형벌로 받아야 했다. 이러한 방법에 의해서 한 남자의 결혼 상대자가 된 여자는 그의 아내로 인정을 받았다.
율법에 따르면 남녀가 닫힌 방에서 여자는 세 살, 남자는 아홉 살부터 함께 있을 수 없었다. 이처럼 당시 여성들은 집안의 엄격한 눈총 덕분에 외간 남자와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기란 쉽지 않았다.
결혼이란 남녀 사이의 문제뿐 아니라 결혼 당사자들이 속한 두 집안, 그리고 그 집안과 연관된 가문의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혼은 대개 중매라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중매를 통해서 혼례를 치를 경우에는 결혼 상대의 집안 배경을 미리 파악하는 것 이외에도 원하는 배우자의 기준에 따라서 대상자들을 접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중매로 결혼하게 된 신부는 혼례 일까지 시댁이나 신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혼식 당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신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로서는 남녀가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매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사악과 리브가 부부였다. 아브라함은 아들 이사악을 위해서 자신의 종을 고향에 보내어 며느릿감을 구하게 했다.(창세 24장 참조) 둘은 결혼 전까지 한번도 서로 얼굴을 맞댄 적이 없었다. 이사악은 종이 데려온 리브가를 천막으로 맞아들여 아내로 삼았다.
당시 사람들은 결혼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사랑도 뒤따른다고 생각했다. 이런 중매 결혼은 예수님 시대에도 여전했고, 로마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습이었다.
그러나 성서를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뚫고 뜨겁게 연애한 남녀의 일화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야곱과 라헬(창세 29, 20참조), 비극으로 끝난 세겜과 야곱의 딸 디나(창세 34,3참조), 삼손과 블레셋 여인(판관 14,1-3), 다윗과 바쎄바(1사무 11장 참조)의 이야기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여러 가지 편견과 역경을 뚫고 매력적인 상대와 뜨겁게 사랑을 나눈 사례에 속한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의 뜨거운 사랑만큼은 법이나 제도, 관습으로도 막을 수 없었나 보다.
[평화신문, 2002년 10월 27일, 허영엽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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