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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이스라엘 사람들의 조상, 아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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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6,051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이스라엘 사람들의 조상, 아람족

 

 

- '양떼를 치는 아람족의 후손들', 이스라엘. 자료제공=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신약성서에 보면 "마라나타, 탈리타 쿰, 에파타,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등의 아람어가 그대로 언급되고 있다. 예수님 시대에는 일상언어로 아람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햇곡식을 바치며 사제 앞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들의 신앙을 고백했다.

 

"제 선조는 떠돌며 사는 아람인이었습니다. 그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집트로 내려가서 거기에 몸 붙여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집트인들은 우리를 억누르고 괴롭혔습니다.

 

우리가 우리 선조들의 하느님 야훼께 부르짖었더니 억센 손으로 치시며 팔을 뻗으시어 온갖 표적과 기적을 행하심으로써 모두 두려워 떨게 하시고는 우리를 이집트에서 구출해 내셨습니다.

 

그리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땅의 햇곡식을 이제 제가 이렇게 가져왔습니다."(신명기 26,1-10 참조)

 

특이한 것은 이스라엘의 조상을 이리저리 떠도는 아람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구약성서에서도 이스라엘 조상들이 되는 아브라함 아들 이사악, 그리고 이사악 아들 야곱은 아람 여자들과 결혼하였고, 이들 후손이 결국 이스라엘 민족이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람인 혈통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성조 이전의 시대에는 민족으로서 독자적 특징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들은 정착하지 못하고 유랑하는 유목민의 후예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땅도 집도 없이 이 땅에서 저 땅으로 양떼를 몰고 이동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내일의 삶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언제나 나그네 같은 불안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들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했다(신명 6, 21).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하나의 민족으로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출애굽 사건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즉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고유한 특성을 갖게 하고 그들을 단일한 민족으로 일치시키는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서에서 이스라엘과 아람이 가까운 관계로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아람의 큰할아버지다(창세 22, 20-21). 또한 이사악의 아내 리브가, 야곱이 아내로 맞은 레아, 라헬은 모두 아람 사람이다(창세 25, 20 ; 29,15-30). 따라서 아람인과 아람어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성서의 이해에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람족은 처음에는 유목생활을 하였으나 B.C. 14세기초에 이르러 메소포타미아 북부에서 시리아에 걸친 지역에 정착했다. 아람인들은 이집트, 히타이트, 메소포타미아를 연결하는 지점에 있었기에 고대 오리엔트 무역을 좌우하는 상업 도시국가로 발달했다.

 

그러나 문화적 독자성이 부족하고 정치적으로도 통일을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아시리아에 정복당했다. 아람족은 아시리아에 정복된 후에도 아시리아, 페르시아 제국의 정치와 경제에 진출하여 문화의 전파자 역할을 했다.

 

B.C. 8세기에 아람인이 상업민족으로서 서아시아 각지에서 활약한 후부터 아람어는 국제통상용어가 되었다. 아람인들의 언어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고대 근동 국가들의 언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아람인들이 세운 나라가 특별히 강대해서가 아니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이던 아람인들이 각 나라에 자리잡으면서 아람어를 퍼뜨렸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아람어는 아시리아나 신바빌로니아에서는 외교용어가 되었다.

 

그러다가 알렉산드로 대왕 시대에는 그리스어가 공용어화되었다. 후에 아람어는 동방파와 서방파로 분열되었다. 구약성서에서 쓰이는 아람어나 사마리아, 또 그리스도가 사용하던 팔레스티나 아람어 등이 서방파 아람어이다. 시리아의 일부에서는 현재도 쓰이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앙고백에서 떳떳하게 "제 선조는 떠돌며 사는 아람인이었습니다"라며 과거의 비참한 상태를 늘 생생하게 기억했다. 자신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부르시고 구원하실 하느님의 약속에 희망을 두었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03년 7월 1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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