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이스라엘 민족과 헷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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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4,516 | 추천수0 | |
[성서의 풍속] 이스라엘 민족과 헷족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총회장에 들어가면 오른쪽 벽에 힛타이트와 이집트 사이의 평화 조약문이 전시되어 있다. 설형문자로 쓰여진 이 조약문은 인류 역사상 평화 조약문으로서는 최초의 것이다. 이 조약문에 나오는 ’힛타이트’(Hittites) 사람들이 성서에 여러번 언급되어 나오는 헷족이다.
그런데 고고학적으로 힛타이트 족속에 관해 밝혀진 것은 지금부터 불과 10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기마술과 전차의 나라로 알려진 헷족은 세계사에서는 하나의 전설에 불과한 민족이었다. 헷족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띤 것은 20세기초 이집트의 파라오와 헷족의 왕 사이에 체결된 평화 조약문을 발견하고 나서부터였다.
헷족은 기원전 2천년께 오늘날 터키반도에 정착한 인도 유럽어를 사용하는 민족이었고, 아나톨리아 지방 정복을 통해 자신들의 제국을 확장해 나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터키 카파도키아의 화려한 고대 지하 도시의 건설자들도 헷족이라는 추측이 있다.
터키지역에서 힛타이트인들의 고대 유적이 발견되고, 그곳에 묻혀 있던 점토판 문서의 해독 결과 상당한 과학 문명이 발달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힛타이트인의 힘은 막강하여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바빌로니아를 멸망시켰다. 또 당시 강대국인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와 싸워 그 군대를 크게 무찌르기도 했다.
헷족은 전차와 역사상 처음으로 철을 성공적으로 무기로 이용한 민족이었다. 그들은 한때 시리아에 있던 여러 소국을 멸망시키고, 수도에 견고한 성벽을 쌓는 등 헷 왕국을 큰 제국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헷 왕국은 기원전 1200년께 갑자기 해양민족들의 침입을 받아 멸망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헷 왕국은 팔레스티나를 주무대로 역사를 이어왔던 이스라엘과는 직접 부딪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구약성서에서는 헷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여러번 나온다.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가 죽자 헤브론 땅의 막벨라에 있는 헷 사람 에브론 소유의 동굴을 샀다. 거기에 자기 아내를 묻고, 후에는 자기도 묻히고 아들 이사악과 후손들이 쓸 무덤으로 사용했다. 이 동굴을 아브라함에게 팔았던 사람들이 바로 헷 사람이라고 기록하고 있다(창세기 23 장 참조).
성서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가나안족과 헷족과 아모리족과 브리즈족과 히위족과 여부스족이 사는 땅(출애 3, 8)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헷족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여호수아의 인도로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갈 때 이미 그 땅에 살고 있던 부족 중 하나였다(여호 3,10).
그리고 솔로몬 왕 시절에는 무역상들이 이집트에서 말을 사서 헷 왕들과 아람 왕들에게 되팔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2역대 1,17). 또한 로마시대 이전 말을 가진 힛타이트족과 당나귀를 기르던 셈족이 소아시아에서 접촉한 뒤 암말과 수당나귀의 접합으로 노새가 생겨났다는 재미있는 연구 기록도 있다.
그런데 성서에서는 헷족과 이스라엘의 직접적 영향 관계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헷족의 풍습과 문화에는 비슷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사울은 불레셋과 싸움을 앞두고 꿈이나 예언자들에게서 아무 말씀을 들을 수 없게 되자 무당에게 사무엘의 혼령을 불러달라고 청한다(1사무 28, 3-14). 이것은 지하세계를 죽은 영혼과 만나는 장소로 여겨서 예식을 드리면서 신탁을 받았던 헷족의 풍습과 비슷하다.
또한 왕에게 기름 붓는 대관식, 계약 방식과 공적으로 모욕을 줄 때 신을 벗기는 것도 상당히 비슷하다(신명 25,5-10 참조). 터키를 중심으로 메소포타미아 전체를 지배하고 심지어는 이집트까지도 점령, 대제국을 형성했던 헷족이 가나안 땅에 들어온 과정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이미 가나안 땅에 거주하면서 이스라엘의 문화와 종교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만은 확실하다.
[평화신문, 2003년 9월 2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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