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하느님 위엄을 드러내는 모세의 지팡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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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5,280 | 추천수0 | |
[성서의 풍속] 하느님 위엄을 드러내는 모세의 지팡이
- 도레(Dore, 1832~1883), 뱀이 된 모세의 지팡이, 삽화, 프랑스.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어릴 적 '모세'라는 영화를 본 이후, 모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희고 긴 수염과 지팡이였다. 모세가 하느님 부르심을 받았을 때 그에게는 지팡이밖에 없었다(출애 4,3). 지극히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양치기 지팡이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지팡이를 구원의 도구로 삼으셨다.
모세가 지팡이를 땅에 던졌을 때 지팡이는 뱀이 되었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손을 내밀어 그 뱀 꼬리를 잡으라고 했다. 그래서 꼬리를 잡으니 그 뱀은 다시 모세 손에서 지팡이가 됐다(출애 4,1-4 참조). 이처럼 모세 손에 있는 지팡이는 하느님 기적과 능력을 드러내는 지팡이였다. 이 지팡이는 모세의 위대한 삶에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지팡이는 마법의 힘이 있으며, 인간에게 풍요와 생명을 전해주는 한편 악령을 쫓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고대 근동과 그리스, 그리고 로마 지배자들이 손에 든 지팡이는 항상 위엄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지팡이는 왕이나 신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사용됐다. 중세시대에 와서 지팡이는 군주와 성직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표징이 됐다. 그러다가 17세기 무렵에는 나무 지팡이가 프랑스 신사의 중요한 액세서리가 됐다. 물론 오늘날에는 지팡이가 몸을 지탱해주는 도구로 이용되는 등 실제적 이유로만 사용되고 있다.
그리스도교 그림과 조각을 보면 손에 지팡이를 잡은 사람이 항상 중심 인물이 됐다. 성화에 나타나는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도 양들 사이에 지팡이를 손에 쥐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 지팡이는 양들을 관리하는 직책의 상징이었다. 물론 지팡이 자체는 하느님 구원 계획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팡이가 포함하는 영성적 의미는 작지 않다.
구약성서에 보면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유월절에 식사를 할 때에는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지팡이를 손에 잡고 먹어야 한다고 명령했다(출애 12,11 참조). 이렇게 지팡이는 여행에서 필수 물건인 동시에 야훼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모세와 아론은 하느님 능력으로 가득찬 지팡이를 가지고 수많은 기적을 행한다. 물을 피로 변하게 하고 우박을 내리고 번개를 치게 했다(출애 7-21장 참조).
모세의 기적 지팡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고 광야 생활을 하는 모든 구원 역사에 함께 한다. 이 지팡이에 의해서 홍해는 둘로 갈라지고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온다(출애 14,16-31 ; 17,5-6 참조). 창세기에서도 지팡이는 통치의 상징이었다(창세 49,10 참조). 따라서 지팡이는 왕과 같은 지배자의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신약성서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여행하는 데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먹을 것이나 자루도 가지지 말고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말며 신발은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속옷은 두 벌씩 껴입지 말라"고 분부하셨다(마르 6,8-9 참조).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며 지팡이 외에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신 것은 선교 여행에서 오로지 하느님께 의지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먹을 것, 입을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굳이 지팡이만은 가져가라고 하신 이유는 안전과 여행을 위한 필수품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톨릭교회 주교의 지팡이는 목자로서 역할과 의미를 나타낸다. 그래서 주교가 예식 때 사용하는 지팡이를 목장(牧杖)이라 한다. 이 지팡이는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 주교가 자기 지역교회에서 예식을 거행할 때는 구부러진 쪽을 교우들을 향하게 하지만 다른 지역교회에서 예식을 거행할 때는 교우들을 향해서가 아닌 자신을 향해서 들게 된다.
[평화신문, 2004년 4월 1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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