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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서에서 오른쪽과 왼쪽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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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4,341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성서에서 오른쪽과 왼쪽의 상징

 

 

- 최후의 심판(부분), 1302~1305년, 프레스코, 지오토(Giotto, 1267~1337), 스크로베니 경당, 파도바, 이탈리아.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오른쪽과 왼쪽의 상징적 의미는 양 손에 관한 인간의 일상적 경험에서 유래한다. 우리 말에서도 보통 오른쪽은 '옳은' 쪽을 뜻하며, 왼쪽을 가리키는 단어가 들어가면 대개 부정적 의미를 지닌다. 인도에서 오른쪽은 성(聖)의 세계이며, 정(淨)의 방향이고 정상 방향이지만 왼쪽은 속(俗)의 세계이며 부정의 방향이자 비정상의 방향이다.

 

인간의 압도적 다수는 오른손잡이다. 문화적 압력이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어렸을 때 왼손잡이 기미가 보이면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훈련받는 아이들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왼손잡이는 여전히 '고쳐야 할 습관'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회적 편견을 넘어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왼손잡이들이 적지 않다.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더 대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나폴레옹, 간디, 처칠, 슈바이처, 모차르트, 레이건·부시·클린턴에 이르는 최근 미국 대통령들도 모두 왼손잡이다. '왼손잡이가 똑똑하다'는 속설도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마찬가지로 별로 근거가 없고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이다.

 

사도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주님 나라가 들어서면 한 아들은 주님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라고 예수님께 높은 자리를 청탁했다(마르 10,35-45 참조). 그녀는 분명히 예수님이 언젠가 권력을 잡아 세상을 통치할 큰 인물로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 오른쪽과 왼쪽은 별로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서에서 오른쪽과 왼쪽은 창세기부터 대립 개념으로 나온다. 야곱이 손자들을 축복할 때 므나쎄 머리에 왼손을 얹었는데, 이것은 작은 축복을 의미한다. 그래서 동생 에브라임에게 오른손을 얹었을 때 요셉이 못마땅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동생 에브라임이 형인 므나쎄보다 "큰 인물이 되고 그 자손이 큰 민족을 이루리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창세 48,12-22 참조).

 

또 아들을 낳다가 죽음을 맞은 라헬은 숨을 거두기 직전 자신이 낳은 아들을 '벤오니' 즉 '괴롭게 낳은 아들'이라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아이 아버지는 '베냐민' 즉 '오른손의 아들'이라 불렀다(창세 35,18 참조). 오른손의 아들이란 구원의 아들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오른손은 능력과 지배를 상징한다(탈출 15,6 참조). 오른쪽은 영광의 자리이므로 솔로몬왕은 어머니 바쎄바를 자기 오른편에 앉게 한다(1열왕 2,19 참조). 이처럼 구약성서에서 오른편은 항상 왼편보다 우월적 개념으로 나타난다.

 

신약에서 보면 예수님 죽음을 슬퍼하는 여인들이 예수님 무덤 안으로 들어가 흰 옷을 입은 젊은이가 오른편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 청년은 여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알렸다(마르 16,1-8 참조). 이 경우 오른쪽 자리는 영예를 나타내기보다는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자가 오른편, 즉 거룩한 편에 있으므로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초대 교회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오른편'에 앉으셨다고 믿었다(마르 16,19 참조). 그래서 메시아에 관한 구약성서의 예언이 성취되었다(루가 20,41-42 참조). 또 마태오복음의 유명한 최후의 심판 장면에서는 사람의 아들이 영광 중에 오셔서 모든 민족을 앞에 불러놓고 오른편과 왼편으로 갈라놓는다. 하느님 축복을 받은 이들은 하느님 오른편에 두고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게 한다. 왼편에 세운 사람들은 저주를 받아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쫓겨난다(마태 25,31-46 참조).

 

유다인의 산헤드린 공회에서도 유죄로 확정되면 왼편에 세우고 무죄가 선고되면 오른편에 세우는 관습이 있었다. 개종한 유다인들을 위해 쓰여진 마태오복음에서 마지막 심판의 오른쪽과 왼쪽의 배치는 바로 이런 유다인 관습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평화신문, 2004년 9월 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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