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문: 영원한 구원에 이르는 통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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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8-06-09 | 조회수2,940 | 추천수0 | |
[성경속 상징] (5) 문 : 영원한 구원에 이르는 통로
- 프랑스 파리 개선문. 개선문 바로 아래에는 무명용사의 무덤이 있는데 사시사철 등불이 꺼지는 일이 없고 헌화가 시드는 일이 없다고 한다. 사진제공=주호식 신부.
설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내던 지난 2월 10일 우리나라 국보 제1호 숭례문(남대문)이 화마에 휩싸여 소실됐다. 많은 국민들은 새벽까지 '혹시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불길에 싸인 숭례문과 소방대원의 진화작업을 바라봤지만 화재발생 5시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숭례문을 잃게 됐다.
숭례문은 조선시대 서울 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으로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숭례문은 최고(最古)의 목조 문화재 그 이상이었기에 이번 화재는 큰 충격이었다.
우리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문을 닫으면 밖과 구분된다. 문의 상징은 열기와 닫기, 그리고 숨김과 드러냄과 같이 문의 기능에서 나온 것이 많다. 고대 신화나 종교에는 천국의 문이나 저승의 문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집트인들은 악마의 세력들에게서 신전을 보호하기 위해 신전 입구에 사자상을 두기도 했다. 대부분 피라미드 안 통로에는 하늘의 문이란 뜻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전승에는 하늘의 입구와 저승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가 등장한다. 로마인들에게 문의 신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성경에서 문은 여러 가지 상징을 갖는다. 문을 통과하는 것은 중요한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야곱은 브에르 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다가 어떤 곳에 이르러 밤을 지내게 됐다. 야곱은 꿈속에서 하느님 현존을 체험하고 잠에서 깨어나 두려움에 싸여 말했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다. 여기가 바로 하늘의 문이로구나" (창세 28,10-17).
문은 집 전체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래서 성문을 소유하는 것은 성 전체를 소유하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시온의 문은 하느님의 성 전체를 대표했다. "주님께서 야곱의 모든 거처보다 시온의 성문들을 사랑하시니"(시편 87,2). 그래서 성문을 얻는다는 것은 성을 정복한다는 뜻이다. "너의 후손은 원수들의 성문을 차지할 것이다"(창세 22,17).
출입구와 문은 비유적 의미로는 차단이나 한계를 나타낸다. 성전의 닫힌 문은 성전에 들어오는데 합당치 못한 사람들이 신성한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자애를 사람들을 위한 그 기적들을. 그분께서 청동 문을 부수시고 쇠 빗장을 부러뜨리셨다"(시편 107,15-16).
신약성경에서는 영원한 구원에 이르는 통로로 나타난다. 또한 닫힌 문은 잃어버린 구원, 구원받을 기회의 상실을 상징한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집주인이 일어나 문을 닫아 버리면, 너희가 밖에 서서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해도, 그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루카 13,24-25).
예수님은 자신을 문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요한 10,9).
우리의 삶에 구원의 문이 있는 것처럼 멸망의 문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어떤 문을 드나들고 있는지 묵상해봐야 하겠다.
[평화신문, 2008년 6월 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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