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창세기: 성조사(聖祖史)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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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9-07-15 | 조회수5,555 | 추천수0 | |
[성서의 세계 - 구약] 창세기 : 성조사(聖祖史)
성조사(12-50장)
창세기 12-50장은 성조(聖祖)들의 역사에 대해서이다. 이 부분은 아브라함의 부름에서부터 요셉의 죽음에까지 이르는 복잡한 설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설화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전승 자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서로를 지탱하고 연결해 주는 발판 내지 골격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성조들에게 하신 하느님의 약속이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하느님의 약속은 성조사 전체를 연결시켜 주고 또 통일성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성조들의 설화는 이 약속이 어떻게 주어지고 또 이 약속이 위기를 맞아 무효화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약속이 연기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아들과 많은 후손을 약속하셨지만 그에게 외아들 이사악을 바치라고 명하셨다. 그러나 어떤 방해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약속은 신비로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성조들의 시대는 약속의 시대이다. 여기에 이어지는 성서의 내용은 이 약속의 실현으로서의 출애굽, 가나안 땅 점유 그리고 이스라엘 왕정 국가의 설립이다. 따라서 출애굽 이후부터 왕조 설립까지는, 창세기 후반의 ‘약속의 시대’에 비해 ‘성취의 시대’라 말할 수 있다. 창세기 12-50장에 나타나 있는 약속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아들에 대한 약속
이 약속이 나타나 있는 창세기의 구절들은 15장 2-4절, 16장 11절, 17장 15-16절과 21절, 18장 10절과 14절이다. 이런 구절들 이외에 아들에 대한 약속은 구약성서 중에서는 판관기 13장 2-5절, 사무엘 전서 1장, 열왕기 후서 4장 8-17절에, 신약에서는 루가 1-2장에 나온다. 약속과 관계된 이들 구절들의 공통된 주제는 아이가 없는 곤란한 처지, 아들에 대한 약속, 아들의 탄생이다. 보통 하느님의 사자(使者)가 아이의 탄생을 예고한다(창세 16,11; 18,10.14; 판관 13,2-5; 2열왕 4,16; 이사 7,14). 하느님의 사자가 하갈에게 전해 주는 말(창세 16,11)은 이사야서 7장 14절과 루가 1장 31절에서처럼 세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그것은 아이의 출생을 알리는 고대의 표현 형식을 간직하고 있다. 즉 아이의 잉태와 출생이 예고되고, 앞으로 불리게 될 아이의 이름이 주어진다. 아들에 대한 약속은 성조 설화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이다.
2)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약속
이 약속이 나타나 있는 창세기의 구절들은 26장 3절과 24절, 28장 15절, 31장 3절, 46장 3절로서 26장부터 50장 사이에서만 나타나 있다. 26장 3절과 24절에서는 이사악에게 이 약속을 하시며, 다른 구절들에서는 야곱에게 이 약속을 하신다. 아들에 대한 약속이 12-25장의 중심을 이루고 있듯이 이 약속은 26-50장의 전반적인 주제가 되고 있다. 이 약속은 아마도 성조들의 위험한 방랑 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는 듯하다. 이 약속의 경우를 살펴보면, 하느님께서는 여행 중인 성조들에게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시며, 이 약속은 이동하라는 명령(46,1-3)이나 머물러 있으라는 명령(26,13) 또는 되돌아가라는 명령(31,3)의 일부분으로서 주어진다. 따라서 이 약속이 주어진 시기는 성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3) 땅에 대한 약속
이 약속은 우선 새로운 고향과 새로운 목초지에 대한 것이다. 새 목초지는 유목 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 우리는 본토를 떠나라는 명령과 가야할 땅을 지시하고 있는 창세기 12장 1-3절에서 유목 생활의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유목민들의 경우에 있어서 기아에서 해방됨을 의미하는 새 목초지에 대한 약속과, 후기 시대에 농경 생활에 필요한 땅의 약속 사이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이 약속은 농경지와 관계되기도 한다. 이와 관계되는 창세기의 구절들은 12장 7절, 13장 14-15절과 17절, 15장 7-21절, 17장 8절, 24장 7절, 26장 3-4절, 28장 4절과 13절, 35장 12절, 48장 4절, 50장 24절이다. 농경지에 대한 약속은 아마도 가나안에 정착해 있던 성조들의 경우, 땅을 소유하느냐 못하느냐가 곧 생사의 문제와 직결되었던 시대에 공식화(公式化)되었을 것이다. 성조 설화의 끝부분(50,24)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주어진 약속은 에집트를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을 선물로 주신다는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그 약속은 성조 설화(창세기)와 이스라엘의 역사(출애굽)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4) 후손에 대한 약속
이 약속과 관계되는 창세기의 구절들은 12장 1-3절, 13장 16절, 15장 5절, 16장 10절, 17장 2절과 5-6절, 16절, 20절, 18장 18절, 22장 17-18절, 26장 2-5절과 24-25절, 28장 3절과 14절, 32장 13절, 35장 11절, 46장 3절, 47장 27절, 48장 4절과 16절, 19절이다. 여러 약속 중에서 후손에 대한 약속이 가장 고정된 표현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많은 구절에서 똑같거나 거의 같은 구성 단어로 표현되어 있다. 후손을 하늘의 별(창세 15,5; 22,17; 26,4), 바닷가의 모래(22,17; 32,12), 땅의 티끌(13,16; 28,14)로 비유하고 있다. 변형된 형태인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12,2; 17,20; 18,18; 21,13.18; 46,3)는 표현은 가족에서 민족으로의 변천을 말해 준다. 이 약속은 성조 설화의 서두에서 장차 위대해질 이스라엘을 겨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위대성은 더욱 강조되어 아브라함은 뭇민족의 선조가 될 것이고(17,16), 여러 족속의 조상이 되며(28,3; 35,11; 48,4), 많은 민족의 조상이 될 것이다.(17,5). 이와 같이 확장된 약속이 성조 사대에 유래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5) 축복에 대한 약속
12장 1-3절에서만 축복에 대한 약속이 단독으로 언급되어 있다. 여기서 다른 모든 약속들은 축복에 대한 약속에 종속되어 있다. 3절에는 이 약속이 두 가지 점에서 더욱 확대되어 있다. “너에게 복을 비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내릴 것이며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저주를 내리리라.”는 첫 번째 내용은 창세기 27장 29절 및 민수기 24장 9절에도 나타나 있다. 이스라엘의 친구가 곧 하느님의 친구이며, 이스라엘의 적이 곧 하느님의 적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내용은 “세상 사람들이 네 덕을 입을 것이다.”로 표현되어 있다.
6) 계약의 약속
이 약속은 “나는 너와 네 후손의 하느님이 되리라.”는 것이 그 내용인데, 이 약속은 성조 시대의 역사 중에서 사제계 문헌에서만 나타나며(창세 17,78) 계약과 관련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생존은 이 약속에 근거한다.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의 하느님이 되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17장에서 ‘계약’은 근본적으로 구속력을 지닌 약속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특히 7절에서는 그 개념이 확장되어,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후손 사이에서 영원토록 효력을 가지게 될 그러한 약속으로 발전된다.
성조들에게 주어진 약속들을 종합해보면 새 고향과 목초지에 대한 약속, 아들에 대한 약속 그리고 함께 계시겠다는 약속은 약속이 주어진 시기와 약속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거의 동시적이며 따라서 이 약속들은 성조 시대에 유래되었을 것이다. 그 이외의 약속들은 후대에 이루어질 내용들이다.
모든 약속들은 양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땅 소유의 약속은 우선 직접적이고 임박한 성취, 즉 성조들이 이주해 와서 가나안 땅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고향과 목초지 정도의 조그마한 땅을 뜻했다. 성조들에게 땅 소유의 약속이 처음 주어졌을 때에 그 약속은 여호수아의 인도에 의한 가나안 땅의 완전한 정복을 뜻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성조들이 가나안땅에 정착해 살면서부터 점차 고향과 목초지 정도의 땅으로는 부족했으며 더 넓은 땅들이 필요하였다. 이렇게 볼 때 땅 소유의 약속은 미래에로 열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조사(창세 12-50장)에 땅 소유에 대한 약속이 나타나는 곳마다 그 약속은 가나안 땅 정복과 관련된다고 이해되어야 한다. 이같이 땅의 약속 - 다른 약속도 마찬가지 - 은 전체적인 구원 역사의 테두리 속에 놓여 있음으로써, 훨씬 후대의 완성을 지향하고 있다. 나아가서 이 약속은 신약성서에까지 연결되어 하느님의 나라(천국)와 관계된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루가 6,20, 참조 : 마태 5,5.10; 25,34 등).
[경향잡지, 1992년 5월호, 박광호 베드로(대구 가톨릭 대학 교수 ·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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