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소금: 인간과 하느님 잇는 매개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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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0-04-18 | 조회수3,640 | 추천수1 | |
[성경 속 상징] (81) 소금 : 인간과 하느님 잇는 매개물
- 염분 함유율이 높은 이스라엘 사해에서 둥둥 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이스라엘 사해에 가면 수영을 못해도 걱정이 없다. 저절로 몸이 둥둥 뜬다. 염분 함유율이 바닷물의 약 5배나 되기 때문이다.
소금은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경제적ㆍ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 옛날부터 교역에서 소금이 화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로마시대에는 관리ㆍ공무원ㆍ군인 급료를 소금으로 지급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영어의 샐러리(salary, 봉급)는 라틴어의 샐러리움(salarium, 소금 지급)에서 유래한다.
소금은 깨끗하게 하는 힘, 거룩한 힘을 갖는다. 더러움을 씻는 소금은 마귀를 내쫓는 일이나 질병 치료에도 사용됐다. 성경에도 소금에 관한 기록이 많이 등장한다. 소금이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하며, 죽음과 유산(流産)의 더러움을 깨끗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엘리사는 물이 나오는 곳에 가서 거기에 소금을 뿌리며 말하였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이 물을 되살렸으니, 이제 다시는 이 물 때문에 죽거나 생산력을 잃는 일이 없을 것이다」'"(2열왕 2,21).
소금은 인간과 하느님을 잇는 상징적 매개물이다. 하느님에게 희생 제물을 바칠 때 희생되는 수소와 숫양에 제사장이 소금을 뿌리도록 지시하고 있다. "네가 그것들을 주님 앞에 바치면, 사제들은 그 위에 소금을 뿌리고 주님에게 번제물로 바쳐야 한다"(에제 43,24).
소금은 또한 사람과 하느님, 사람과 사람의 굳은 유대감을 상징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느님과 사람의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거룩한 인연을 '소금의 계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소금은 하느님과 언약에서 변하지 않는 신의의 상징이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주님에게 들어 올려 바치는 거룩한 예물들은 모두, 영원한 규정에 따라, 내가 너와 너의 아들들, 그리고 너와 함께 있는 너의 딸들에게 준다. 이는 너와 너의 후손들을 위하여 주님 앞에서 맺은 영원한 소금 계약이다"(민수 18,19).
로마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 입술에 소금을 뿌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어린 생명을 여러 가지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것이다. 구약성경은 소금이 생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모세의 율법은 모든 희생제물에 소금을 사용하라고 명령한다(레위 2,13).
소금이 하느님 분노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온 땅이 유황과 소금으로 불타 버려 씨를 뿌리지도 못하고 뿌린 씨가 나오지도 못하는구나. 이곳은 어떤 풀도 돋아나지 않아, 마치 주님께서 당신의 분노와 진노로 멸망시키신 소돔과 고모라와 아드마와 츠보임의 처지와 같구나"(신명 29,22).
신약의 산상설교에서는 소금의 보존력이 비유로 사용됐다. 예수님은 세상 악행과 제자들 사명을 대조시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 사도 바오로는 부패를 막는 소금의 힘을 염두에 두고 신앙의 충실성을 강조한다. "여러분의 말은 언제나 정답고 또 소금으로 맛을 낸 것 같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누구에게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아야 합니다"(콜로 4.6).
이와 같이 소금의 힘은 어떤 경우에는 선하고 신성한 힘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위험하고 사악한 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평화신문, 2010년 4월 1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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