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축일] 성 요셉 대축일(3월 19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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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0-29 | 조회수3,370 | 추천수0 | |
성 요셉 대축일 - "아부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가장 가까운 사람은 ‘어머니’인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일을 당할 때 “엄마야!” 하고 소리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어머니인데 비해 서양은 다르다.
그리스도교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서양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고, 하느님!” 하고 외친다. 이는 절대자이신 하느님의 도움 또는 힘을 빌리려는 뿌리깊은 문화의 영향인 듯하다.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인데도 어떤 친구가 놀랐을 때, 보통 사람과는 달리 “아부지!” 하고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웬 아부지?’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보다 아버지하고 더 가까웠고 더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나이가 드니까 점차 ‘엄마!’ 하고 외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더라고 한다.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의 의식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서술을 보면, 가장 힘들 때, 가장 기쁠 때, 어떤 감정이 북받칠 때 어머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훈련하는 군인들에게 물어봐도 “어머니가 가장 보고 싶습니다!” 하고 외치지 않는가.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나름대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갖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강하다.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어쩌면 예수님보다 더 잘 아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은 생모이시다. 예수님도 어린 시절 놀랐을 때에, “엄마야!” 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예수님에게도 이른바 ‘아부지’가 있었다. 요셉 성인이시다. 성모님과는 달리 양부이시다. 성서에서 성모님은 간혹 등장하시는데, 양부이신 요셉 성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예수님 탄생 이야기 가운데 “의로운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교회는 양부이신 성 요셉을 기억하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3월을 성 요셉 성월로 정하고, 이 달 19일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을 지낸다.
그렇다면, 요셉 성인은 어떻게 공경받았으며, 축일은 어떻게 발전하였는가? 축일의 이름이 말해주듯이 성 요셉 공경은 중세기 성모님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800년경 순교록(오늘날의 전례력에 해당)에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여기에 “마리아의 남편 요셉의 날”이라 기록하고 있다. 이후 9`-14세기에는 “주님의 양부”라는 표현이 자주 나타난다. 15세기 이후로 성 요셉 공경이 활발해졌으며, 널리 확산되었다. 17세기초에는 모든 교회가 경축해야 할 의무 대축일로 선포하였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성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했다(복음). 곧 ‘하느님 앞에 서있기에 합당한 사람’을 뜻한다. 이것은 성 요셉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간결한 표현이다. 그러기에 마리아의 정결하신 배필이며 예수님을 기르신 아버지가 될 수 있었고, 구세사의 한 모퉁이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성 요셉은 성가정의 보호자로서 목수일을 통해 가정을 부양하셨다.
예수님의 양부이신 성 요셉의 모습은 우리의 일반적인 ‘아부지!’와 비슷하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심하고 역할을 다하지만, 그렇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위치인 것 같다.
1841년에 한국교회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함께 배필이신 ‘성 요셉’을 한국교회의 공동 수호자로 지정하여 선포하였다. 우리 교우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성모님만 찾는 것 같다. 또 이 축일과 성 요셉 성월이 언제나 사순시기 가운데 있으므로 잘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성모님과 비교해 볼 때 너무나 소외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날은 사순시기인데도 ‘대영광송’을 노래한다. 이날 전례는, 성 요셉은 구세주께서 태어나실 다윗 가문의 후손이며(제1독서), 하느님께 순종함으로써 구세사의 역할을 수행하였고(복음), 아브라함의 믿음처럼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심을 가진(제2독서) 분임을 알려준다.
성월을 지내며 이 축일 전례에 참여하면서 ‘의로운 사람’ 성 요셉을 기억해 보자. 비록 많은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우리의 보통 ‘아부지’처럼, 하느님 앞에 합당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요셉 성인께 간절하게 전구를 청해보자.
“예수님의 아부지! 성 요셉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경향잡지, 2001년 3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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