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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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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3,566 추천수0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 앞서가신 신앙의 선구자

 

 

요사이 청소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끄는 인물은 단연 ‘인기 스타’인 것 같다. 그들의 이름을 꿰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근황과 생활 구석까지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스타는 인기를 먹고 산다. 아니 인기에 죽고 산다. 그러니 생명력이 짧다. 한시적이다.

 

반면에 청소년들에게 존경하는 영웅이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한다. 존경하는 영웅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영웅들은 시대가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늘 공경받는다. 그들은 스타처럼 인기에 죽고 사는 것이 아니다. 영웅들의 위대한 업적은 어느 시대에나 큰 영향을 끼치고, 삶의 지혜로 작용한다. 그들의 삶 자체가 후대 사람들에게 존경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그들은 우리 세대에도 살아있는 것이며, 그래서 항구하다.

 

영원을 생각하고 하느님 나라를 찾는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신앙의 영웅이 있다. 믿는 이는 인기에 좌우하는 스타가 아니라, 신앙의 훌륭한 모범을 보이신 신앙 선조들을 기억한다. 우리 한국교회에도 신앙의 귀감이 되는 선구자가 많다. 특히 해마다 7월 5일이 되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대축일을 지낸다. 이날은 신부님이 복자위에 오르신 날로서, 신부님을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이실 뿐 아니라, 박해 속에서도 굳건한 신앙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충실하였던 착한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김대건 신부님은 1821년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신앙의 깊은 가르침 안에서 성장하였다. 신부님의 가족들도 모두 순교의 영광을 받을 정도로 열심하였다. 1836년 모방 신부에 의해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사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박해의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지속하고자, 유방제 신부의 인도로 길을 떠나 마카오 신학교에 들어갔다. 1841년 11월 조선교회가 박해 때문에 소식이 끊어지자, 고국의 양들을 걱정하여 여러 차례 의주 방면으로 입국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다.

 

1843년 중국의 ‘소팔가자’에서 최양업과 신학공부를 계속하다가, 조선 교구장인 페레올 주교의 명으로 두만강을 건너 입국을 시도하였지만 또 실패하였다. 다시 돌아가 1844년 부제품을 받고, 1845년 1월 1일 변문을 통해 서울로 들어오는 데 성공하였다. 고국에서 선교사 영입 준비를 마친 다음 상해로 되돌아와, 그해 6월 상해에서 페레올 주교에게 사제품을 받았다. 그리고 8월에 상해를 떠나, 10월 충청도 강경 나바위에 도달하였다.

 

새 사제로 입국하여, 숨어 지내는 교우들을 찾아 사목하였고, 조선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되어 1846년 5월 선교사를 영입할 뱃길을 개척하려고 백령도에 도착하였다. 그러다가 6월 초 관헌에 체포되어, 해주를 거쳐 서울로 압송되었다. 3개월 동안 문초를 받고, 그해 9월 16일 반역죄로 군문효수형을 선고받아 새남터에서 참수되었다.

 

신부님은 1857년 가경자로 선포되고, 1925년 7월 5일 복자위에 오르셨다. 그리고 1984년 5월 6일 온 교회가 공경하는 성인이 되셨다.

 

신부님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이시며, 최초의 서양학문 유학자이시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 사목하셨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목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25통의 옥중서한을 통해 탁월한 학문의 지혜와 신자들을 배려하는 목자의 사랑을 보여주셨다. 신부님은 한국인으로서 전통 관습을 가장 잘 이해한 목자이셨다. 또한 관헌들의 온갖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타협을 모르는 불 같은 신앙으로 모든 후배 사제의 신앙적 귀감이 되셨다.

 

이렇듯이 신부님은 순교를 통하여 굳건한 신앙을 지켰고 자신이 흘린 피로써 한국교회에 신앙의 뿌리를 내린 것이다. 그만큼 앞서가신 우리 신앙의 선구자이시기에, 성인의 대축일을 모든 신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7월 5일에 가까운 주일로 옮겨서 지낸다. 이날 교회는 순교자의 용기(제1독서)와 주님의 나라를 위한 박해를 뛰어넘는 참된 행복(복음)을 선언하며, 고통 가운데서도 기뻐하는 희망을 주는 하느님의 사랑(제2독서)을 상기시키는 성서 대목들을 봉독한다.

 

신부님은 한국인 첫 사제로서, 천국에서 한국교회와 특히 후배사제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전구해 주실 것이다. 성인의 축일을 맞아, 여름 날씨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교회를 돌보시던 그 깊은 사랑을 묵상해 보자. 우리도 성인을 본받기로 다짐하고 그분의 전구를 구하여 굳건한 신앙의 은혜를 받도록 하자.

 

[경향잡지, 2001년 7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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